KAIST, 바이오제조 상용화 시대 앞당긴다

2026-07-14     이성현 기자
실험실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현대 산업을 지탱해 온 석유화학 기반의 제조 방식이 탄소 배출과 환경 오염, 지정학적 공급망 위기라는 삼중고를 맞이한 가운데 미생물을 활용해 친환경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바이오제조’가 그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성공한 우수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고질적인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과 시스템대사공학을 융합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이 바이오제조 상용화의 핵심 병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산업화 전략과 미래 발전 방향을 담은 산업화 로드맵을 발표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팀은 단순히 새로운 생산기술을 개발하는 차원을 넘어 원료 확보부터 미생물 세포공장 설계, 발효, 분리·정제, 최종 시장 진입까지 바이오제조 전 주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해법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상용화의 경계에 서 있는 대표적인 바이오 기반 화학원료인 ‘숙신산’과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를 집중 분석해 대안을 제시했다.

친환경 플라스틱의 핵심 원료인 숙신산의 경우, 과거 유가 변동성 대응 실패로 사업이 중단된 바이오앰버(BioAmber)사와 고순도 특수시장을 공략해 성공한 로케트(Roquette)사의 사례를 입체적으로 대조했다.

연구팀은 저비용 원료 사용, 저pH 발효, 막 기반 전기화학 분리 등 공정 집약 방식을 도입하면 최소판매가격을 석유화학 제품 수준인 약 1.4달러/kg까지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 환경에서 완전히 분해되는 친환경 소재인 PHA는 높은 생산·회수 비용과 좁은 가공 범위 등 물성 한계로 인해 Danimer Scientific사가 파산하는 등 선두 기업들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정제 공정 단순화와 단량체 다양화를 통한 물성 개선을 주문하는 한편, 과거 2007년 미국 FDA 승인을 받은 흡수성 수술용 봉합사 사례처럼 의료용이나 식품 포장재 등 고부가가치 특수시장에 우선 진입한 뒤 범용 시장으로 확대하는 단계적 ‘드롭인(drop-in)’ 대체 전략이 현실적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연구팀은 향후 바이오제조 전 과정을 최적화할 핵심 열쇠로 인공지능(AI)을 꼽았다.

AI를 활용해 효소와 미생물을 설계하는 것은 물론, 생산 공정을 가상으로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과 AI 기반 시나리오 모델링을 통해 개발 기간과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기술경제성 평가(TEA)와 전과정평가(LCA)를 연구 초기 단계부터 설계 기준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지정학적 충격과 유가 변동에 취약한 석유화학 공급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급망의 지리적 분산과 충격 후 회복 시간 등을 정량화한 ‘공급망 회복탄력성’을 바이오제조의 새로운 설계 기준으로 강력 권고했다.

이상엽 특훈교수는 “바이오제조의 상용화는 어느 한 공정만 잘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원료부터 시장으로 이어지는 전 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가능하다”며 “시스템대사공학과 AI의 융합은 이러한 병목을 해결하고 친환경 바이오경제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