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 ‘마음쉼 시낭송’ 교육

- “내 마음의 텃밭에는 고추나 상추 대신, ‘그대’를 심겠습니다” - 저마다의 일상, 그리고 시를 통한 세상과의 악수

2026-07-14     최형순 기자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대전 유성구(구청장 정용래)와 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이명순)이 장애인들의 정서적 회복과 세상과의 당당한 소통을 위해 마련한 ‘마음쉼 시낭송’ 교육 현장이다.

이날 수업은 단순한 문학 교육이나 낭독 기술을 전수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저마다의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삶의 이야기와 아픔, 그리고 희망을 시(詩)라는 따뜻한 그릇에 담아 서로에게 건네는 치유의 현장이었다.

수업의 문을 연 것은 한 수강생은 지난주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늘 든든한 버팀목이자 아버지이자 오라버니 같았던 목사님의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 소식을 듣고 눈물샘이 터져 온종일 우울하고 두려운 마음이 밀려왔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살면서 내가 이분에게 이렇게까지 깊이 의지하고 사랑했었나 싶더라며, 힘든 수술을 할 때도 항상 동행해 주셨던 분인데… 사람을 의지한다는 건, 어느 순간 그 사랑에 젖어 함께 걷고 있었던 것임을 알게 됐다면서 이제는 시 한 구절을 읽어도 그 감정 속에 내가 있고,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밝혔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마음을 꺼내 보인 그녀가 선택한 시는 나태주의 '네가 있어'였다. “바람 부는 이 세상 네가 있어 / 나는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된다… 고맙다 / 기쁘다 / 힘든 날에도 끝내 살아남을 수 있었다” 떨리는 호흡으로 이어지는 낭송에 강의실 안은 일순간 엄숙해졌고, 동료 수강생들은 소리 없이 눈물을 훔치며 깊은 공감의 눈빛을 보냈다.

이어진 시간 속에서 수강생들은 각자의 일상과 삶의 무게를 아낌없이 공유했다.  43살 된 아들이 며칠간 집에 머물어 음식을 해 먹였던 시간 속에서 행복을 느꼈다는 어머니는 이육사의 '청포도'를 낭송하며 고향과 가족을 향한 푸른 그리움을 노래했다.

남편과 함께 20년 넘게 장애인 배드민턴을 치며 평범하지만 단단한 하루를 살아간다는 수강생은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를 흔들림 없이 낭송했다. “울지 마라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사랑한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라는 구절이 낭송될 때는 모두가 나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척수 장애로 인해 체온 조절이 어려워 한여름 열사병의 위험을 겪었던 아찔한 경험을 나눈 수강생은 프란체스카 여사의 '연서'를 낭독하며, 곁을 지켜주는 가족과 동료들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고백했다.

이날 강사로 나선 변규리 시낭송아카데미 원장(대전시낭송예술인협회 회장)은 기술적인 잘하고 못함을 가리지 않았다. 발음이 다소 어눌하거나 호흡이 가빠도, 눈을 맞추며 수강생들이 시 속에 완전히 몰입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따뜻하게 이끌었다

수업 후반부에는 굳어진 조음 기관을 풀기 위한 발성 연습과 더불어 윤보영 시인의 짧은 시 '사랑은 이런 거야'와 '텃밭'을 함께 배우는 시간이 마련됐다.

“마음 한자리에 텃밭을 일구었지요 / 사람들이야 고추며 상추를 심겠지만 / 나는 그대를 심겠습니다”

변규리 원장은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는 ‘그대’ 대신 ‘여러분’을 심겠다고 바꾸어 낭송해 보라”며 실생활에서 시를 통해 소통하는 팁을 전했다. 수강생들은 이 유쾌하고도 사랑스러운 시 구절을 소리 내어 읽으며 이내 환한 웃음을 되찾았다.

불볕더위 때문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날씨였지만, 한 수강생의 “바깥에 나가면 사우나 돈 안 내고 들어가는 공짜 찜질방이라 생각하면 된다”는 긍정적인 농담에 강의실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불편을 감사로 바꾸는 ‘시선의 전환’이 시낭송 교실을 통해 고스란히 발현되는 순간이었다.

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의 ‘마음쉼 시낭송’ 교육은 시가 가진 언어의 힘을 빌려 장애인들의 꽁꽁 닫혀 있던 잠재력을 깨우고, 내면의 우울과 두려움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진정한 치유의 등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시를 통해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세상에 당당히 고백하는 이들의 아름다운 도전은 매주 이곳 유성구에서 깊은 울림으로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