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오, ‘양적 성장’ 속 실속 없다…특허 출원 5위·질적 영향력은 21위 그쳐
KISTI, 글로벌 바이오 상장사 15년간 특허·시장가치 데이터 연계 분석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특허 출원과 등록 등 외형적 자산 규모를 크게 늘리며 양적인 성장을 가속하고 있으나 특허 한 건당 실질적인 영향력을 뜻하는 질적 지표는 세계 하위권에 머물러 있어 연구개발의 질적 혁신 전환과 정책적 제도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세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의 최근 15년간 특허 및 주식시장 데이터를 분석한 '데이터 인사이트' 제56호를 발간하고 이 같은 국가별 기술 경쟁력 비교 분석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바이오 상장기업 수는 2009년 1542개사에서 2022년 2787개사로 연평균 4.68%씩 늘었으며 국내 코스피 및 코스닥 상장 기업은 이 중 6.1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별 특허 자산을 분석한 결과 한국 기업은 전체 분석 기간 내 패밀리 특허 출원 점유율에서 세계 5위(4.99%)를 기록해 양적 자산 축적 면에서는 글로벌 상위권에 안착했다.
이 기간 글로벌 전체 특허 출원 수는 연평균 2.18%씩 증가했으며 국가별로는 미국(17.54%), 중국(12.51%), 일본(9.74%)이 순위에 올랐다. 특히 중국은 2021년 기준 출원 비중 15.50%를 기록하며 미국(14.61%)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서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질적 성장은 양적 팽창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특허 영향력을 나타내는 정규화 피인용 수 조사에서 한국 기업들은 피인용 수 합계인 양적 영향력 지표(TNCS)에서는 세계 8위를 차지했으나 특허 한 건당 피인용 평균인 질적 영향력 지표(MNCS)에서는 세계 21위로 밀려났다.
글로벌 질적 영향력(MNCS) 1위 국가는 아일랜드가 차지했으며 이러한 격차는 국내 바이오 연구개발이 원천 기술의 깊이나 시장 전파력 측면에서 질적 한계를 노출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재무 지표를 포함한 전 세계 바이오 시장 규모 역시 대폭 확장돼 상장 기업들의 시가총액 합계는 2009년 약 2.05조 달러에서 2022년 약 8.54조 달러로 연평균 11.88%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한국 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시가총액 비중은 2009년 0.23%에 불과했으나 매년 성장을 거듭해 2022년에는 1.42%까지 증가했다.
국내 기업들의 실물자산 대비 시장가치 비율(토빈의 q) 평가 역시 2015년부터 2.0 수준을 유지해 오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인 2020년 3.55, 2021년 2.77로 고점을 기록한 뒤 엔데믹 진입과 함께 다시 조정을 받는 변동성을 보였다.
특히 이번 분석에서는 바이오 기업의 특허 성과와 주식시장 시가총액 사이에 1년의 시차를 두고 정비례하는 유의미한 통계적 상관관계가 존재함이 규명됐다.
기업이 축적한 패밀리 특허 건수와 피인용 수 합계가 많을수록 시장가치가 높게 평가받는 구조다. 그러나 북미 기업들이 활발한 특허 활동을 높은 시가총액으로 직결시킨 반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기업들은 활발한 특허 활동에 비해 이를 시장가치 창출로 연계하는 흐름은 상대적으로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KISTI 글로벌R&D분석센터 정예림 책임연구원은 “미국 중심의 글로벌 바이오 시장 구조 속에서 아시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내 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특허 건수를 늘리는 출원 경쟁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독점력과 높은 영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질적 혁신 중심의 연구개발 전략 수립과 실효성 있는 정책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