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실명 후 안마·지압클리닉 운영하는 정춘식 원장

“제2의 인생, 안마로 봉사하며 살 터”

2006-06-28     편집국

 시각장애인 스스로 다른 시각장애인들에게 세상을 살아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리라는 강한 신념과 함께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꿋꿋하게 이겨나가려는 의지로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정춘식 원장. 지난 3월 대전맹학교(본지 48호·2006년 4월호 아이러브스쿨 코너 참조) 취재를 갔다가 소개받은 정원장은 자신의 불행을 기회로 바꿔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정춘식 원장은 스무살 즈음 시력을 잃은 ‘중도실명인’이다. 중도실명이란 성장하면서 갑자기 시력을 잃는 사람들을 칭하는데 최근 들어 이런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정원장은 대학시절 평범하게 살던 중 갑자기 눈이 나빠져 두 눈의 시력 잃고 실의에 찬 나날을 보내며 수많은 좌절과 시련을 겪었다. 그는 시력을 잃은 후 밖으로 한걸음도 나가지 않고, 심지어는 집으로 찾아오는 친구들조차 만나지 않았다. 외부와 담을 쌓고 방황하며 살아온 시간은 1년 정도.

낙천적인이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재활의 열쇠
그 시간동안 많은 방황을 했다. 아무런 목적없이 살던 그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강원도에 위치한 ‘솔맹학교’를 찾았다가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학교를 처음 방문한 순간 형체를 알 수는 없지만 흐릿하게나마 보인 것은 해맑은 미소를 띠고, 밝고 명랑하게 생활하는 전맹(시력이 전혀없는 사람)의 어린아이들이었다. 그는 이내 “어린 아이들도 이렇게 밝게 사는데 내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마음먹고 새로운 인생설계를 시작했다고.      

노력없는 댓가란 없다
병원의사가 적어준 “고칠 수도 있으니 희망을 버리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되새기며, 그때부터 “수술을 받으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행상을 열고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다. 그 즈음 아내를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었다.  이후 “뭐 때문에 안돼, 누구 때문에 안돼”라는 남을 원망하는 모습이 사라지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성실하게 살게 되었고, 친구와 함께 건설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인사이동으로 인해 가족과 떨어져 생활을 하게 되어 다시 배움의 길을 열고자 ‘솔맹학교’를 찾아 3년간 교육받았다. 이후 ‘대전맹학교’를 다니면서 안마가 치료의 용도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열심히 임해 지난 2003년 8월 대전 유성구 어은동에 ‘정 안마지압 클리닉’이란 상호로 개업하여 운영하고 있다. 

“제2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준 대전맹학교 김원중 교장선생님과 많은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며 눈물이 글썽이는 정원장의 얼굴에서 스승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 사진 오른쪽이 정춘식 원장
안마로 하는 봉사활동
정원장은 금산평승학교  유성구청  대전맹학교 등에서 찾아가는 봉사활동 등 장애인이나 민원인들을 위해 3년동안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로 인해 지난 2005년 12월 KBS 대전·충남 지구 봉사 대상을 받는 영예를 누렸고, 시력을 잃은 것에 대해 후회나 원망은 하지 않고 오히려 제2의 인생을 살게돼 행복하다고 말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정직한 마음으로 부지런히 살자”라는 신념으로 지내는 정원장. 그가 이룬 결실들은 장애인의 힘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는 사회적 편견을 지우는 하나의 선례가 될 듯 싶다.

정원장과의 일문일답

Q 가장 보람 있던 점은
A  환자들이 치료받고, 몸이 좋아지며 효과를 봤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보람이 있다.  치료를 목적으로 건전한 안마가 되었으면 한다.

Q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A 사람들의 인식이다. 안마하면 퇴폐영업으로 오인하고 기피하는 현실이 가장 안타깝다. 예로 한 남성환자가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찾아와 안마 클리닉으로 효과를 보았는데, 안마 받고 나았다는 말을 아내에게 하지 못했다. 이 후 집안일을 하다 허리를 삔 아내에게 ‘회사사람들 말이 00안마 클리닉에 가면 효과를 볼 수 있다더라’고 한 후 본인(남편)이 왔던 것을 비밀로 해달라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 이럴 때 마음이 아프다.

Q 최근 스포츠  경락  피부 마시지가 늘고 있는데 영향은 없는지
A 최근 사설기관의 스포츠  경락  피부 마시지 붐으로 정상인의 영업장이 확대되면서, 시각장애인만 가능하던 고유의 상권이 점차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이 고유의 자격증을 귀하게 생각하지 않고, 스포츠  경락  피부 마시지쪽으로 변경해 운영하는 것이 더 안타깝다.

Q 같은 시각장애인들에 하고 싶은 말은
A 모든 장애인들이 뭔가를 열심히 할 때 일반인과 가까워 질 수 있고, 자연스러워 질 수 있다. 장애인들은 자꾸 위축되고 움츠리게 되는데 그러지 말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기 바란다. 특히 장애인들이 노력하지 않고 남에게 기대려는 심리가 생길 수 있는데 최선을 다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그때 도움 청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