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기억력 저하, 정상 노화와 치매를 구별하는 방법
유성선병원 인지기능센터 한호성 박사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이 늘어나면 누구나 치매를 걱정하게 된다.
하지만 기억력 저하가 모두 치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노화에 따른 건망증부터 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초기 치매까지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증상을 막연히 노화로 여기기보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초기 알츠하이머병을 대상으로 한 치료도 가능해져 조기 발견의 의미가 더욱 커지고 있다.
기억력 저하와 치매의 차이, 그리고 조기 진단의 중요성에 대해 유성선병원 인지기능센터 한호성 박사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정상적인 노화로 인한 건망증과 치매는 어떻게 다를까?
나이가 들면 누구나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는 속도가 다소 느려질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억을 잊는 것 자체보다 일상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주느냐이다. 정상적인 노화에서는 사람 이름이나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잠시 기억이 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일정 관리나 금전 관리, 약 복용 등 일상생활을 스스로 수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반면 치매에서는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최근 있었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잦아진다. 익숙한 길을 잃거나 날짜와 장소를 혼동하고, 계산이나 금전 관리가 어려워지는 등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점차 저하된다. 이러한 변화가 지속된다면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 치매의 전 단계, 경도인지장애를 놓치지 말아야
치매와 정상 노화의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질환이 경도인지장애다.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기억력 저하를 느끼지만, 아직 일상생활은 비교적 독립적으로 유지되는 상태를 말한다. 경도인지장애가 모두 치매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인보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다. 따라서 이 시기에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치매를 의심해볼 수 있는 증상
다음과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신경과 진료를 권한다. ▲같은 질문이나 이야기 반복 ▲최근 있었던 일을 자주 잊음 ▲익숙한 장소에서도 길을 헷갈림 ▲약속·일정 관리의 어려움 ▲계산 및 금전 관리 실수 증가 ▲성격이나 감정 변화 ▲가족이 먼저 기억력 저하를 인지하는 경우 등이다. 특히 치매는 본인보다 가족이 먼저 변화를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아 주변의 세심한 관찰이 조기 진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치매는 어떻게 진단할까?
기억력 저하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수면장애, 우울증, 갑상선질환, 비타민 결핍 등 치료가 가능한 질환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어 원인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경과에서는 문진과 신경학적 진찰을 비롯해 인지기능검사, 신경심리검사, 혈액검사, 뇌 MRI 등을 통해 기억력 저하의 원인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아밀로이드 PET 검사를 시행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의 뇌 축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AI 기반 영상 분석 기술이 도입되면서 영상 판독의 정확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
■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
최근에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중 뇌에 베타아밀로이드 축적이 확인된 일부 환자를 대상으로 항아밀로이드 치료를 고려할 수 있게 되면서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치료는 질환을 완전히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하며, 적절한 치료 대상자를 선별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치료 전후에는 MRI 등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ARIA(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와 같은 부작용 발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치료는 반드시 전문 의료진의 충분한 평가와 지속적인 관리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
기억력 저하는 단순한 노화 현상일 수도 있지만, 경도인지장애나 초기 치매의 신호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증상을 방치하지 않고 정확한 평가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깜빡하는 일이 잦아졌거나 가족이 기억력 변화를 걱정한다면 신경과 전문의와 상담해 적절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와 관리를 시작할수록 인지기능을 유지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