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아름다운 구속인가, 판단부족인가?

2005-09-13     편집국

   
▲ 이인상 변호사
결혼에 대한 관념이 바뀌고 있다. 몰랐던 남녀가 만나 육체·정신적 결합을 이루고 평생을 해로하며 사는 것이 미덕이던 결혼에 대한 신성시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인 듯하다.

예전에는 결혼하면 절대 헤어지지 않고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같이 살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부부생활 중 혹 불편한 것이나 어려운 점이 있어도 그냥 참고 살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화려한 싱글이니 계약동거니 하는 말들이 표현하듯 아예 결혼이란 굴레를 쓰지 않고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아가 결혼 한 후에도 쉽게 이혼에 이른다.

통계청이 2005년 3월말 발표한 ‘2004년 혼인·이혼통계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혼인 건수는 총 310,944건이고(1일 평균 850쌍) 인구 1천명당 혼인 건수는 6.7건, 반면 이혼 건수는 총 139,365건에(1일 평균 381쌍) 인구 1천명당 이혼 건수는 2.9건이다. 단순수치 비교로 보면 두쌍이 결혼할 때 거의 한쌍 꼴로 이혼이 이뤄진 셈이다.

A양은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 B씨를 우연한 기회에 만나 사귀던 중 서로 마음이 맞아 동거에 들어갔다. 회사 동료들의 눈을 피해가며 하는 동거생활은 만족스러웠고 B씨에 대한 믿음도 깊어 갔다.

두사람은 6개월간의 동거생활 끝에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도 하였다. A양은 회사를 퇴사한 후 전업주부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결혼 후 6개월이 흐른 지금 A씨는 결혼이 성급했다고 후회하고 있다.  남편에게서 동거기간에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기중심적인 성격, 벌이에 비해 과한 씀씀이, 가정에 대한 책임감 부족, 가정보다는 친구들을 먼저 배려하는 태도 등.

그 외에도 시간이 흐르면서 쌓여가는 시댁문제, 친정에 소홀한 남편에 대한 서운함 등으로 앞으로의 결혼생활에 대한 걱정과 막연한 불안감이 더해만 갔다. 그렇다고 남편이 특별히 크게 잘못했다고 꼬집을 수 있는 것도 없다. 결혼을 되물릴 수 없을까?

우리 민법은 남녀가 혼인하여 부부가 되면 혼인의 일반적 효력으로서 일정한 의무를 규정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혼사유가 된다고 본다. 즉, 부부간의 동거, 상호 부양 및 협조의무가 명문화 되어 있고, 또한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혼인의 본질상 부부간의 정조의무도 인정된다. 부부의 동거의무는 같이 사는 의무를 말하는 것으로 단지 장소적인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부부는 정신·육체·경제적 공동체이기 때문에 이를 유지하는 생활, 즉 부부의 공동생활로서의 동거를 의미한다. 부양 및 협조의무는 부부가 동고동락하면서 평생 서로 부양하고 협조해야 할 의무로, 그 구체적인 내용은 가정마다 처한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일정한 형식으로 부양하여야 한다고 한정할 수는 없다. 정조의무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가장 기본적인 부부간의 의무이다.

위 사례에서 A씨의 경우 자신의 결혼 선택을 후회하며 이를 되물리고 싶다지만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가 이혼에 이르는 것은 양자간의 합의(협의 이혼) 또는 부부간의 의무 불이행 등 일정한 이혼사유가 있는 경우 법원의 재판을 통한 이혼(재판상 이혼) 밖에 없다.

그런데 A씨가 몇 개월의 결혼생활을 하면서 느낀 부분들은 일단 신혼부부들이 현실적인 가정생활에서 부닥치는 일반적인 일들로 보이고, 그것들이 부부 공동생활에서 지켜야 할 법적의무들을 중대하게 위반하였다거나 우리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구체적인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 보인다. 그러므로 A씨의 바람대로 결혼을 되물릴 수는 없을 듯. 

혹자는 결혼을 ‘아름다운 구속’이라고도 하고 ‘판단부족’이라고도 한다. 이미 결혼이란 어려운 결단을 하였다면 그것이 설사 판단부족이라 하더라도 부부생활 속에서 묻어나는 불협화음을 서로 이해하고 노력하여 아름다운 구속으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하다.

A씨의 경우에도 판단부족을 이유로 결혼을 되물리기 보다는 아름다운 구속이 되도록 더욱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문의 : 변호사 이인상 법률사무소 ☎042-471-8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