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까지 도시건설기본계획 확정”
이춘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이 가시화되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행정·교육·정칟산업·문화 등을 분산해 ‘숨 돌릴 수
있는’ 국토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건설되는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시)는 최종 2030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행복시는 8조 5천억원을 투입해
2천 2백만평의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며, 현재 토지보상을 80% 가량 마무리 짓고 이미 첫 마을을 선정하는 듯 본격적으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고속철도건설기획단장, 주택토지국장, 신행정수도건설부단장 등 굵직굵직한 공직을 거치고 행복도시건설청의 초대
청장으로 임명된 이춘희(51) 청장을 만나 행복시의 밑그림을 구경해 보았다.
행복시는 서울의 1/8 규모지만 근현대사를 돌아볼 때 이처럼 큰 도시 건설이 단행된 사례가 없었다. 지금은 건설기본계획 밑그림을 정확히 그리고 있는 단계다. 여기서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기본 원칙을 확실히 제시해 앞으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이다. 5월 발표한 안을 토대로 7월까지 건설기본계획을 확정지어야 한다.
서울이 규모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주택·환경문제 등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새 도시는 교통을 원활하게 만들면서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는 것이 큰 숙제다. 따라서 국제공모전을 추진했고 세계 26개국에서 121개 도시 건설 아이디어가 접수되어 이 중 5개를 뽑아 놓은 상태다. 전문가들이 5개 작품 중 교통·환경 등을 고려해 토론을 거치고 있다.
선택 기준은 첫째, 도시 모양을 고리 모양으로 해야 한다는 대전제이며, 둘째는 100만평 규모의 장남평야를 훼손시키지 않고 50만명의 시민이 쉴 수 있는 녹색 심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금강의 생태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요구이며,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부 청사로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시는 국가의 균형적인 발전과 연계한 선도 사업이다. 구미, 과천, 판교, 파주, 분당, 일산 등 많은 신도시들이 있지만, 이들과 달리 세계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도시로 건설해야 한다는데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또 삭막한 도시가 아닌, 전통적인 ‘마을’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싶다. 옛날 아낙들은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며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눴고, 노인정 역시 광장, 커뮤니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금의 도시들은 소통 기능의 공간이 취약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행복시는 의사소통이 원활하도록 2~3만명 단위, 20여개 마을로 구성할 예정이다. 이는 하나의 생활권이 가능한 독립적이고, 특성·개성화를 고려한 마을 단위가 될 것이다. 이 마을 안에는 당연히 초·중·고교가 들어서는데, 학교 운동장과 체육관은 학교 울타리 밖에 짓도록 해 지역 주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시설물로 만들 생각이다. 아울러 마을 중심은 오픈 공간의 이미를 줄 수 있도록 조경에 상당히 정성을 쏟을 것이다.
정부 청사 역시 대중교통에서 내려서 바로 걸어갈 수 있도록 할 것이며, BRT 등 다양한 미래형 교통수단을 도입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기존 정부 청사가 밤이 되면 죽은 공간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이를 막기 위해 청사 건물을 곳곳으로 분산시킬 계획이다.
대전·청주 등 주변 도시와의 조화도 중요하다
하나의 도시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주변 도시에는 기회이자 동시에 우려가 될 수 있다. 동반상승하는 찬스가 될 수도 있고 비교가 되어 골칫거리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전만 보더라도 서구, 동구가 다르듯 기존 도시 안에서도 격차는 있기 마련이다. 전체적으로 좋은 변화라고 할지라도 혜택을 받는 지역이 있고 혜택을 덜 받는 지역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도시를 만들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행복시건설청은 ‘빛은 더 크게, 그림자는 더 작게’를 모토로 주변 도시와의 조화를 고려하고 있다. 대전이나 청주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행복시는 주변 도시들을 버팀목으로 건설될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지켜봐 주고 도와 달라는 것이다. 주변 지역에도 빛의 효과가 더 크리라 기대하고 있다.
청장으로서의 역할과 바람이 있다면

▲ 이춘희 청장 초청 특강은
한호포럼에 의해 이루어졌다.
나는 전문가들이 만들어 놓은 일을 설명하러 다니고,
조직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 있다. 실무자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 업무다. 축가 국가 대표팀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의 역할이
중요하듯, 나에게도 공정한 기준과 신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복도시건설청장의 역할도 프로세스 관리자로 토론을 돕고 의견을 모아 직원들이
열심히 일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약속한 일정을 그대로
차질 없이 밀고 나가, 좋은 도시를 만들려는 전문가들의 노력에 힘을 실어 주는 것이다. 역사에 크게 남을 만한 일을 하게 되어 어깨가 무겁지만,
보람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