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 현충사에서 밤의 빛으로 영웅 강림
“이순신의 영혼이 빛으로 돌아와 현충사를 걷다" 9월 18일~10월 11일 현충사 전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선보여
[충청뉴스 유규상 기자] 영웅의 이름은 누구나 알지만, 그가 홀로 견뎌야 했던 밤까지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올가을 아산 현충사에 그 밤을 따라 걷는 빛의 향연이 열려 장군이 남긴 글씨가 빛으로 깨어나고, 고요한 연못 위로 바다가 일렁이며 난중일기의 기록과 거북선, 장검이 현재형으로 다시 환생한다.
국가유산청과 아산시, 국가유산진흥원이 함께하는 ‘2026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아산 이충무공 유허(현충사)’가 오는 9월 18일부터 10월 11일까지 아산 현충사 일원에서 펼쳐진다.
행사는 9월 21일·28일, 10월 6일을 제외하고 총 21일간 진행되며, 아산의 대표 역사문화공간인 현충사의 밤을 새롭게 경험하는 콘텐츠로 선보인다.
올해 주제는 ‘이순신, 영혼의 귀환’이다. 이순신 장군의 전투와 승리를 보여주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라의 운명을 짊어진 한 인간이 감내해야 했던 두려움과 고뇌, 끝내 지키고자 했던 소신과 신념을 빛과 소리, 공간의 흐름으로 풀어 내고자 하였다.
작품의 중심 개념인 ‘영해(靈海), 영혼의 바다’는 장군이 사선을 넘나들었던 바다를 그의 내면과 현재 관람객을 잇는 상징적 공간으로 확장한다.
관람은 충무문에서 시작해 정려와 연못, 중앙광장, 홍살문, 현충사, 구본전으로 연결되는 18개 장면으로 구성하였고, 첫 장면 ‘충령의 초대’에서는 장군이 남긴 글씨가 빛의 물결로 깨어난다. 정려에서는 충효의 기록이 물빛으로 되살아나고, 연못에서는 거북선과 해전을 표현한 ‘한산대첩’이 펼쳐진다. 그리고 ‘달빛 영해’와 ‘영해, 내면의 바다’가 관람객을 중앙광장으로 이끈다.
중앙광장에서는 ‘영검의 귀환’을 시작으로 ‘영해의 주인’, ‘거북선 랩소디’, ‘영웅강림’이 차례로 이어지며 이야기를 절정으로 끌어 올린다. 난중일기의 기록 위로 거북선이 물살을 가르고 물과 빛이 한꺼번에 솟구치며 장군의 기억과 정신을 장대한 장면으로 풀어낸다. 마지막 ‘영해의 노래’에서는 관람객의 마음을 실은 빛이 하늘로 승천하며 긴 여정을 마무리한다.
이번 미디어아트는 특정 건축물 한 곳에 영상을 몰입하는 방식을 탈피해 충무문과 정려, 연못, 길과 나무, 중앙광장, 구본전까지 현충사 전체 공간을 하나의 작품으로 연결했다.
관람객이 직접 걸으며 장군의 기록과 정신, 내면을 따라가도록 만든 콘텐츠는 화려함을 앞세우기보다는 현충사가 품어온 기억과 장소성을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데 무게를 뒀다.
또한 공연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해 매주 금·토·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중앙광장에서 ‘빛볼무 창작무용’이 오후 7시30분과 8시30분 하루 두 차례 펼쳐진다. 연못무대에서는 공연일에 따라 해금 또는 거문고 독주가 오후 7시, 8시, 9시 하루 3회 진행된다.
행사는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운영된다. 무대는 충청남도 아산시 염치읍 현충사길 48이다. KTX·SRT 이용객은 천안아산역에서, 일반열차와 전철 이용객은 온양온천역(현충사)에서 내려 시내버스 970번과 971번을 탑승해 현충사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한편, 행사 기획자는 “현충사라는 장소가 가진 고요함과 역사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관람객들이 장군이 남긴 기록과 정신,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를 천천히 따라가도록 전체 여정을 구성했다”면서, “관람을 마친 뒤에도 영웅의 위대함뿐 아니라 한 사람이 마지막까지 지키고자 했던 소중한 것들이 여운으로 오래 남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