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유익균, 아기 장에 정착하는 분자 원리 규명
하버드대 오성환 교수팀 ‘셀’ 논문 게재...양성자 구동력 유지로 산소 호흡 지원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갓 태어난 신생아의 장내 산소 환경을 극복하고 엄마의 장내 유익균이 무사히 정착하도록 돕는 분자 수준의 생존 원리가 국내외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한국연구재단은 하버드 의과대학 오성환 교수 연구팀이 대표적 장내 공생균인 '박테로이데스 프라질리스(B. fragilis)'가 특정 당지질을 활용해 출생 직후 신생아 장 내부의 산소 장벽을 극복하고 정착하는 과정을 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세종과학펠로우십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셀(Cell)'에 이달 게재됐다.
성인의 장과 달리 갓 태어난 아기의 장은 일시적으로 산소가 존재하는 환경으로 산소에 약한 혐기성 공생균에게는 치명적인 생존 장벽이 된다.
연구팀은 전장 유전체 기반 기능 스크리닝을 통해 B. fragilis 균주가 산소에 노출되면 세포막 당지질인 '알파갈락토실세라마이드(BfaGC)'의 생산을 크게 늘린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분석 결과 BfaGC는 세포막을 통한 양성자 손실을 줄이고 양성자 구동력을 유지시켜 세균이 산소를 이용한 호흡을 지속할 수 있도록 에너지 방패 역할을 수행함이 입증됐다.
BfaGC 합성 능력이 결여된 균주는 엄마에서 신생아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초기 정착 능력이 현저히 감소했다.
증가한 BfaGC 당지질은 공생균 자체의 생존을 넘어 신생아의 장내 자연살해 T(NKT) 세포 발달을 직접 자극함으로써 숙주의 면역 체계 완성에도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단일 세포막 지질 분자가 세균의 에너지 대사와 숙주의 면역 발달을 동시에 조절한다는 사실은 미생물의 환경 적응과 숙주의 생체 발달이 긴밀히 맞물려 동작함을 증명한 핵심 성과다.
오성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엄마의 상재균이 아기에게 전달되어 정착하는 핵심 기전을 밝힌 것"이라며 "모체나 신생아의 미생물 대사를 조절해 건강한 장내 생태계를 구성하는 차세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및 중재 기술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영유아기 장내 미생물 구성 변화 관찰을 넘어, 공생균의 세대 간 전이 및 정착을 결정짓는 분자적 생존 전략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기초의학 분야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