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 초고내열 비트리머 소개...“굳은 수지도 다시 쓴다”

2026-09-22     이성현 기자
액정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한 번 굳으면 다시 녹이거나 모양을 바꾸기 어려웠던 초고내열 열경화성 수지를 분쇄한 뒤 재성형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연구재단은 경북대학교 응용화학공학부 여현욱 교수 연구팀이 액정성을 갖는 비스말레이미드(BMI) 분자구조와 동적공유결합 네트워크를 결합해 약 300℃급 고내열성과 재가공성을 동시에 확보한 '액정 비스말레이미드 비트리머'를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비스말레이미드는 열적·기계적 안정성이 뛰어나 항공우주 및 전자 분야에 폭넓게 쓰이지만, 경화 후 3차원 가교구조를 형성해 수리나 재가공·재활용이 불가능한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강직한 액정성 비스말레이미드와 2,2′-다이알릴비스페놀 A(DABA)를 반응시켜, 고온에서의 견고함을 유지하면서도 결합 재배열을 통해 재성형이 가능하도록 분자를 설계했다.

개발된 소재는 동적기계분석 기준 304.6℃의 유리전이온도(Tg)와 404.0℃의 5% 열분해 온도를 나타내며 뛰어난 내열성을 입증했다.

소각 X선 산란 분석을 통해 경화 네트워크 내부에 국소적으로 정돈된 액정성 나노구조가 형성됨도 확인했다.

경화된 시편을 분쇄한 뒤 270℃, 300℃, 330℃에서 열압착을 진행한 결과 300℃에서 재가공성과 네트워크 안정성이 가장 뛰어난 균형을 이뤘다.

270℃에서는 네트워크 이동성이 부족했고 330℃에서는 열화가 발생하는 점을 밝혀내며, 고성능 비트리머 설계를 위한 '적정 재가공 온도창'을 실험적으로 제시했다.

재가공된 소재는 주요 열적·구조적 특성을 유지했으며, 유기용매 노출 시에도 100%의 불용성 가교분율을 나타냈다.

여현욱 교수는 “기존 비트리머 연구는 재가공성을 높이기 위해 유연한 구조를 도입하다 내열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강직한 액정 분자구조와 동적공유결합의 시너지를 통해 고내열성과 재가공성을 동시에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항공우주용 복합재 매트릭스, 고온 전자부품 및 반도체 패키징 절연재 등 극한환경용 소재의 수명 연장과 스크랩 재활용에 기여할 것”이라며 “앞으로 재가공 온도와 시간을 더 낮추고 대면적·복합재 조건에서의 장기 내구성을 검증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