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보다 행복한 공유

토마토가 만난 사람_열린책장 강화평 대표

2014-02-21     글 이수연 사진 정종대 열린책장 제공

사실 공유보다는 소유가 좋다. 뭐든 내 이름 써놓는 것이 좋고, 내 것인 것이 더 좋다. 아마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소유하다 보니 어느새 하나씩 넘친다. 사람이 가진 것도 넘쳤고,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도 넘쳤고, 사용하지 않는 것도 넘치기 시작했다. 하나둘, 남는 것 때문에 낭비가 생긴다.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의 간극도 넓어져만 갔다. 소유의 개념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었다. 그래서 이들이 내어놓은 가치가 ‘공유’다.


당신의 책장에는 어떤 책이 있나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을 사서 보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렇게 사들인 책이 책장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대부분 책장에 꽂혀 있기만 하죠. 그건 개인의 만족이 될 수는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낭비가 되거든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개인의 책장을 열고, 책장을 공유하는 거예요. 내 책장에 어떤 책이 있는지 알리고, 그 책을 보고 싶은 사람끼리 관계를 형성해주는 거죠.”

공유경제 도서관 강화평 대표의 이야기다. 공유경제라는 개념은 2008년 도입되었고, 2011년 타임지에 의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10대 아이디어 중 하나로 소개되었다. 2013년 대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3기생으로 뽑힌 강화평 대표도 자신이 하고 싶은 ‘나눔’이 공유경제 와 맞닿아 있다는 것을 배웠다. 공유경제 시작학교에서 공유를 배우고, 2013년 6월 열린책장의 문을 열었다.

“가상공간에 내 책장에 어떤 책이 있는지 등록하고, 많은 사람이 열람할 수 있게 하는 거예요.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그 사람의 책장을 보고,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어요. 인터넷에 등록한 누구의 책장에 내가 보고 싶은 책이 있다면, 내 책장에 ‘보고 싶은 책’으로 등록할 수 있어요. 그것으로 관계가 시작하기도 하죠.”

책장을 공유하고, 사람을 만나고
책장에 등록한 책을 보다 보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 수 있다. 관심 있는 분야, 좋아하는 작가, 좋아하는 장르 등 책장을 보면, 조금씩 이 사람을 짐작할 수 있다. 특별히 관심분야가 비슷한 사람의 책장에서 내가 보지 못한 책을 발견했다면, 이 사람과 관계 맺기를 시도할 수도 있다. 책으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다.
“책장을 열고, 책을 빌려주면서 개인과 개인이 연결되는 거예요. 책장에 어떤 책이 있는지 공유만 할 수도 있죠. 내가 빌려주고 싶은 책만 빌려줘도 돼요. 내 책장을 등록하고, 공유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 어떤 책을 공유할 것인가는 개인의 자유죠. 그런데 많은 사람이 책을 공유했으면 하는 것이 열린책장의 바람이에요. 책을 공유하다 보면, 공유에 관한 생각도 넓어지고, 그것으로 맺는 관계의 즐거움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책을 사서 보는 사람들은 책을 소중히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집안에 쌓여있는 책을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강 대표는 “‘공유’라는 개념 자체가 넓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아직은 열린책장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보다는 공유라는 개념을 넓히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공유함으로 생기는 기쁨과 세상의 낭비를 줄이는 일이 얼마나 뿌듯한 것인지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강 대표가 5년여간 다니던 평생교육원을 그만두었을 때에도, 안정적인 것보다는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즐거울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는 마음이 컸다.

공유하는 즐거움은 소유하는 즐거움보다 크다
2012년 서울시는 ‘공유 서울’이라고 발표하고, 서울시가 직면한 사회?경제?환경적 문제를 공유로 해결하는 정책을 내세웠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필요할 때에만 차를 이용하는 나눔카, 남는 방을 활용해 수익을 얻는 도시민박, 주차장 공유 등이다. 넘치는 소유로 인해 생기는 유휴공간과 낭비를 줄이는 방법을 ‘공유’로 실천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공유’는 새롭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옛 어른들이 가마 타고 시집가던 시절만 해도 마을마다 ‘가마집’이라는 것이 있었다. 시집오는 색시 태울 가마를 집집마다 가지고 있을 수는 없었다. 마을에서 돈을 모아 가마 한 대를 사놓고, 가마집에 둔다. 누가 마을에 시집올 때마다 마을 장정들이 가마를 들고, 색시를 데리러 간다. 잔칫날 쓰는 식기구도 마찬가지였다. 마을 사람 모두가 쓰는 그릇을 가마집에 두고 썼다. 이때는 이것이 당연했다. 많은 것이 부족했고, 가지고 있기에는 남는 것들이었다.
이제 다시 ‘공유’를 말한다. 부족해서가 아니라 넘쳐서 그렇다. 열린책장도 열심히 뛰었다. 경찰서 의경 내무실 한편에 책을 가져다 놓고, 아동센터나 마을기업 책장에 공유하기도 했다. 공유가 소유보다 더 큰 즐거움을 준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공감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열린 책장 홈페이지 www.wingb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