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친환경종합타운, 투명하고 신속한 재추진 시급해야
- 황관영 전 세종시의회 의장 비서실장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우리가 매일 버리는 쓰레기는 수거차가 가져간다고 해서 스스로 사라지지 않는다. 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처리하지 못한 폐기물은 결국 다른 지역이나 민간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막대한 예산 낭비와 처리 안정성 저하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세종특별자치시가 추진 중인 친환경종합타운은 단순한 선호·기피 시설이 아니라 도시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반시설이다.
세종의 폐기물 처리 문제는 이미 수년 전부터 경고음을 냈다. 2019년 당시 세종시의 자체 생활폐기물 처리 능력은 하루 60톤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외부 위탁 처리량은 2016년 하루 약 19톤에서 2019년 81톤으로 4.4배 늘었고, 생활폐기물 위탁비는 같은 기간 5억4천만 원에서 62억 원으로 약 11배 증가했다.
음식물폐기물 등을 포함한 전체 위탁처리비는 2019년 78억 원에 달했으며, 2022년에는 생활폐기물 민간위탁 처리비만 110억 원 수준까지 불어났다.
하루 생활폐기물 발생량 역시 2016년 99톤에서 2022년 200톤, 2024년 206톤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처리 단가와 운송비가 오를수록 그 재정적 부담은 결국 시민의 세금으로 돌아온다.
게다가 2030년부터는 수도권 외 지역에서도 종량제 생활폐기물을 소각이나 선별 없이 바로 매립하는 것이 금지된다.
친환경종합타운의 목표 준공 시점 역시 2030년이다. 설계와 환경영향평가, 각종 승인, 공사와 시운전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하면 현재의 사업 지연은 단순한 일정 차질이 아니다.
적기에 시설을 갖추지 못하면 세종시는 더 비싼 비용을 치르면서도 쓰레기 처리처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 문제는 황관영 전 세종시의회 의장 비서실장에게도 남다른 기억이 있는 사안이다. 2019년 10월 당시 세종시의회 서금택 의장이 '위탁 생활폐기물 증가에 따른 처리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5분 자유발언을 준비할 때, 황 전 실장은 관련 통계와 국내외 사례를 수집하고 발표 자료를 만드는 실무를 담당했다.
당시 자료에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슈피텔라우 소각장 사례가 포함되어 있었다. 첨단 오염방지 기술과 에너지 공급 기능을 갖추고, 훈데르바서의 건축 디자인을 접목해 기피시설을 도시의 랜드마크로 바꾼 모범 사례였다.
이는 단순히 소각장을 짓자는 것이 아니라 안전성과 공공성, 도시미관과 주민편익까지 갖춘 모범시설을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이러한 제안은 이듬해 세종시의 후보지 공개모집으로 이어졌다. 세종시는 2020년 3월 소각시설 하루 400톤, 음식물자원화시설 하루 80톤 규모를 제시하고, 입지 지역에 수영장·목욕탕·헬스장 등 약 120억 원 규모의 주민편익시설과 약 5억 원의 주민지원사업 기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산이나 익산 등의 사례처럼 소각열을 에너지로 활용하고, 주민이 편익시설이나 마을기업을 운영해 지역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구상도 포함되었다.
친환경종합타운이 지역에 부담만 주는 시설이 아니라, 제대로 설계하고 운영하면 지역 발전의 자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시설의 필요성이 절차적 정당성을 앞설 수는 없다. 대전고등법원은 지난 9월 1일 입지선정위원회에 참여한 주민대표 자격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입지 결정·고시 취소 판결을 내렸다.
세종시는 9월 15일 대법원에 상고했으며 최종 판단을 남겨두고 있지만, 이번 판결이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필요한 사업일수록 법이 정한 절차를 엄격히 지키고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종시는 대법원 판단만 기다리며 시간을 보낼 일이 아니다. 상고와 별개로 판결에서 지적된 입지선정위원회 구성 문제를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위원회를 적법하게 다시 구성해 절차적 흠결을 보완해야 한다.
동시에 최초 공모 당시 제시한 주민 편익과 지원 구상이 현재 계획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사업비와 지원 규모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주민에게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사업 일정과 재정 부담, 시설 규모, 배출가스 관리기준, 환경·건강 모니터링 결과를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체계도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전동면과 인근 주민의 우려를 단순한 지역이기주의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시설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행정이 먼저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주민이 참여하는 상시 감시기구를 두고 배출정보를 실시간 공개하며, 건강영향 조사와 악취·운송차량 관리, 주민편익시설과 지역발전사업을 협약으로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
편익시설 역시 행정이 일방적으로 정하기보다 주민이 실제 필요로 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아울러 소각시설 건립이 쓰레기 감량 노력을 대신할 수는 없다. 생활폐기물 감량, 재사용과 재활용 확대, 음식물류 폐기물의 안정적 처리 대책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친환경종합타운은 많이 태우기 위한 시설이 아니라, 재활용하고 남은 폐기물을 지역이 책임 있게 처리하기 위한 마지막 안전망이다.
친환경종합타운을 둘러싼 논쟁에서 시설의 필요성과 주민의 권리는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다. 시민 전체의 안정적인 폐기물 처리와 입지 지역 주민의 안전 및 신뢰를 함께 지키는 것이 행정의 책무다.
7년 전 제기했던 경고를 또다시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잘못된 절차를 바로잡고 주민과 대화를 재개해 사업의 표류를 막아야 한다.
쓰레기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지금 세종시에 필요한 것은 밀어붙이기나 무작정 미루기가 아닌 투명하고 신속한 재추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