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기부청원제' 복지 사각지대 처한 이웃에 구원의 손길
내가 낸 기부금, 수혜자도 내가 선정… 신개념 기부문화로 평가
2014-05-22 김거수 기자
지난해 3월 5일 부부에게 또 하나 희망의 빛인 막내 한결이가 세상에 태어났다. 그러나 남편 박씨가 아홉 번째 아이인 한결이를 볼 수 있었던 건 단 열흘 뿐이였다. 같은 달 15일 청소일에 나섰던 박씨가 화물차에 치여 사망한 것이다.
갓 태어난 한결이를 가슴에 품고 있는 전씨에게 갑작스런 남편의 사망 소식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하지만 눈앞에 아른거리는 아이들 생각에 눈물조차 마음껏 흘릴 수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지원의 손길을 찾아 군청에 연락을 취해봤다. 그러나 남편 교통사고에 대한 민형사상 합의금이 있을 경우 차상위 수급자 선정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갓난 아기인 한결이를 포함해 9명의 아이들을 두고 돈벌이에 나설 수도 없는 전씨는 생계에 대한 막막함과 남편을 잃은 절망감에 눈앞이 캄캄해 졌다.
이때 KT&G 강원본부에서 근무하는 박용주 과장은 지인으로부터 전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들었다. 도와줄 방법을 고심하던 박 과장은 얼마 전 회사에서 도입한 ‘기부청원제’가 떠올랐다.
KT&G에서 운영하는 ‘기부청원제’는 임직원들이 주위 어려운 이웃에 대한 사연을 사내전산망에 올리고 이를 추천하는 댓글수가 200개 이상일 경우 심사를 통해 청원 내용을 채택하는 제도이다.
‘기부청원제’에 활용되는 기금은 ‘상상펀드’이다. 이 펀드는 임직원들의 자발적 성금에 회사가 동일금액을 매칭하고, 임직원 봉사활동 1시간을 1만 원으로 환산한 금액을 회사가 추가로 기부해 조성된다.
평소 기부청원제에 관심이 많았던 박과장은 사내전산망에 전씨의 막막한 사연을 올렸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2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며 KT&G 임직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상상펀드 기금운영위원회는 이 청원이 채택하고 의결을 거쳐 전씨에게 긴급지원금 1천만원을 전달했다.
KT&G는 지난해 3월 ‘기부청원제’를 도입한 이후 총 13명에게 치료비 또는 생계비 등을 지원했다. 뇌종양으로 항암치료 중인 초등학생 김모군, 필리핀 어머니와 함께 살며 심장병을 앓고 있는 초등학생 노모양, 아버지가 사망하고 세 명의 동생을 뒷바라지하며 교사의 꿈을 키우고 있는 교대생 안모군, 선천성 평발로 거동은 힘들지만 과학자가 되고 싶은 중학생 송모군 등이 그들이다.
지금까지 대기업 임직원들이 기부금 조성에 나선 사례는 있었지만, 임직원들이 직접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찾고 수혜자 선정까지 참여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KT&G ‘기부청원제’는 한단계 발전한 신개념 기업 기부문화로 평가된다.
KT&G 지효석 사회공헌부장은 “KT&G의 기부청원제는 모금은 물론 수혜자 선정과 지원금 산정까지 모든 과정에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기부시스템”이라며, “임직원들에게 자발적인 나눔을 통한 자아실현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기업과 사회의 상생문화 조성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