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사투리 잔혹사 다시 시작되나

2006-07-09     편집국

"전라도 사투리 잔혹사가 다시 재현될까 걱정이다"

개그 코너 ‘형님뉴스’의 인기와 함께 전라도 사투리로 조폭을 가장한 자동차 접촉사고 공갈 사기 사건까지 터지면서 전라도 사투리에 대한 편견이 다시 살아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호남 출신으로, 지역말 연구모임 ‘탯말두레’ 간사를 맡고 있는 박원석씨는 8일 CBS 라디오 ‘뉴스야 놀자’(진행 : 개그맨 노정렬, 낮 12시5분~1시30분)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친구’가 경상도 사투리를, 영화 ‘짝패’가 충청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등, 지난 몇 년간 조폭 영화들이 전라도 사투리 일변도를 벗어나면서, 전라도 사투리는 곧 ‘조폭’ 이라는 편견이 최근 들어 많이 사라진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요즘 인기를 모으는 전라도 사투리 조폭 개그 코너와 실제 벌어진 조폭 사기 사건 등으로 인해, 전라도 사투리에 대한 편견이 다시 살아날까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박씨는 또 “전라도 사투리가 쓰이는 '형님뉴스'의 내용이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그 지역을 고향으로 둔 이들이 보는 마음은 착잡하다”며 “지상파 방송에서 특정 지역 사투리를 사용해 조폭 캐릭터를 계속 만들어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라도 사투리로 조폭을 가장한 최근 사기 사건도 이런 대중매체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며 “현실에서 발생한 전라도 사투리 조폭 연기 사기 사건은 전라도 사투리에 대한 더 안 좋은 편견을 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씨는 “최근 조폭 사투리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형님뉴스’에서 보듯, 여전히 ‘무식하고 우스꽝스러운’ 조폭 묘사에서는 전라도 사투리가 주로 사용된다”면서, “남아 있는 전라도 사투리에 대한 편견의 불씨가 최근 ‘형님뉴스’와 ‘조폭 공갈 사기 사건’을 통해 다시 지펴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와함께 “요즘 영화와 드라마에서 ‘조폭’이 지나친 단골 소재로 등장하고 개그에까지도 사용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며 “조폭 소재의 범람 속에서, 전라도 사투리가 조폭의 언어로 자주 등장하게 되고, 특히나 ‘무식하고 우스꽝스러운 조폭’ 캐릭터로 사용되면서, 전라도 사투리 잔혹사가 다시 시작될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박씨는 “대중문화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사투리 전성시대 자체에는 환영한다”며 “하지만 방송사나 영화에서 조폭 소재 자체를 줄이고, 사투리 사용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조금씩 노력해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