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밭에서 옥돌찾기

2005-09-14     편집국

   

▲ 김형식 의장
    대전시 서구의회

전국시대, 초(楚)나라에 변화씨(卞和氏)란 사람이 산 속에서 옥(玉)의 원석을 발견하여 여왕에게 바쳤는데 여왕이 보석 세공인에게 감정을 시켰더니 보통 돌이라고 했다. 화가 난 여왕은 변화씨를 월형(발뒤꿈치를 자르는 형벌)에 처했다. 여왕이 죽은 뒤 변화씨는 그 옥돌을 무왕(武王)에게 바쳤으나 또 발뒤꿈치를 잘리고 말았다. 무왕에 이어 문왕(文王)이 즉위하자 변화씨는 그 옥돌을 끌어안고 사흘 낮 사흘 밤을 울어 나중에는 눈물이 마르고 피가 나왔다. 문왕이 사람을 보내 그 까닭을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형벌을 받아서 슬피 우는 것이 아니라 옥을 돌이라 하고 올바른 사람을 미친놈이라 욕하는 것이 슬퍼서 우는 것이다.”

문왕이 옥돌을 세공인에게 맡겨 갈고 닦게 하니 천하에 둘도 없는 명옥이 영롱한 모습을 드러냈다. 문왕은 곧 변화씨에게 많은 상을 내리고 그의 이름을 따서 이 명옥을 ‘화씨지벽(和氏之璧)’이라 불렀다 한다.

모두 옥돌처럼 보인다

그 옛날 돌 틈에서 찾아낸 옥을 옥으로 보지 못하고 그 가치를 알아주기 까지는 3대의 왕이    바뀌도록 긴 시간이 필요했고 결국 문왕에 의해서 가치없어 보이던 돌덩이가 ‘화씨지벽’이라는    천하에 귀하고도 귀한 보석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모두가 너나할 것 없이 옥돌을 자처한다. 누가 갈고닦아 빛내주지 않아도 이미 모두 각자의 빛을 발하는 보석이 되어있어 눈이 부시다. 그러나 변화씨가 두 번씩이나 월형을 당하면서 긴 세월 끌어안고 살면서 인정 받으려했던 옥돌같은 인물이 그 중에 있는가?

옥돌과도 같은 인물 그는 누구인가

우리는 옥돌을 바로 알아보지 못한 두 왕의 현명하지 못함에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비웃는다. 바보 같은 왕 같으니라고! 그러나 우리 모두 똑같은 우(偶)를 범 할 수 있다는 걸 잘 알지 못하고 살아간다.

우리는 나라와 지역의 살림살이를 대신하여 줄 대표들을 우리 스스로 선택한 경험이 여러번   있다. 그리고 때때로 우리가 선택한 사람들에게 속았다. 인물이 안되는 사람이었다. 부정하고    도덕적이지 못하다는 등 온갖 비난을 쏟아내고 손가락질하며 때로는 분노한다. 하지만 그들에게만 과오가 있는지 우리 모두 반성하여야 할 때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하였던 비난과 분노의 절반은 우리 스스로의 몫이고 책임이란 걸 깨달아야 할 때이다. 옥석(玉石)을 가릴 수 있는 눈을 가지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할 일이다.

그들은 겉만 번지르르한 돌에 불과한가? 그런데도 우리는 그들을 왜 선택하였는가?
‘화씨지벽(和氏之璧)’은 스스로 만들어지지 못하였다.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과, 선택해 주는  사람, 깨고 갈고 닦아 아름다움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게 한 사람. 이들 중 하나라도 빠지면 그    가치는 영원히 땅에 묻힐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도 제대로 보고 판단하여 우리의 대표자를 선택하여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대표자라는   그 사람이 진정한 옥돌이 되도록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고 때로는 깨뜨리고, 닦아내어 찬란한 빛을 발하게 하자. 우리 모두 값진 보석을 선택하고, 갈고 닦아 만들어 보자.

김형식 의장 / 대전광역시 서구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