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천식 치료제 개발 ‘희망적이다’

김동희 센터장 / 난치성 면역질환의 동서생명의학 연구센터(TBRC)

2006-08-10     홍세희 기자

“사람들은 교수 방이 너무 좋은 것 아니냐고 해요. 대학에서 별거 다 지원해 준다고요. 그런데 TV나 실내수족관, 고급소파를 대학에서 주지는 않지요. 제 동료, 선·후배가 이렇게 스폰해 준겁니다. 잘 해 보라고요.”

난치성 면역질환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알러지나 기관지천식, 아토피 피부염 및 접촉성 피부염 등 외인성 항원에 대해 과민한 면역반응으로 나타나는 것이고 또하나는  류마치스성 관절염, 홍반성 난창, 건선 및 천포창 등 내인성 항원에 대한 자가 면역반응으로 유도되는 것이다.

난치성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의 중요성은 이에 대한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데 있다. 산업발달의 과속화로 환경이 변화하고 인스턴트 음식이 증가했다. 또 유해화학물의 증가 등 앞으로 면역질환은 더욱 큰 폭으로 증가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 면역질환 관련 환자는 전체 인구의 20%를 웃돌고 있다. 어린이 천식환자는 80년대 5.6%에서 현재 20%로 급증세이며, 성인의 경우 40만 여명이 이로 인해 고통을 당하는 실정이다.

난치성면역질환의 대표적인 아토피 피부염 또한 과도한 육류 섭취, 농약이나 환경호르몬이 많은 음식의 섭취, 심해지는 대기 오염 및 정신적 스트레스 증가 등으로 인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서양의 경우 어린이의 20%가 이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7%정도는 성인이 되어도 지속된다.

더욱이 아토피 피부염의 경우 심한 가려움으로 집중이 안되고 수면부족으로 학습·업무능력이 떨어진다. 또 물이나 세제 등의 접촉으로 피부염이 악화될 수 있어 직업 선택에도 제한을 받는다. 아토피성 피부염은 특히 취학 전 어린 연령층에서 15% 이상이 이로 인해 성장과 생활에 큰 지장을 겪고 있어 의료계의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흔한 호발성 질환인 난치성 면역질환은 외래 진료 환자 중 5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경제, 사회활동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면역질환의 예방, 치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의 해결과 함께 이를 산업화하기 위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며 난치성 면역질환 연구센터에서 이 중대한 과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TBRC 연구센터의 출발과 과제

하루 24시간이 부족해 빠듯하게 생활하는 김동희 교수. 그렇지만 ‘일 밖에 모르는’ 축에 속하지는 않는다. 그의 생활상을 들여다보면 누구보다도 자상하고 인간미가 넘친다.

어릴적 “나중에 부모님을 모시고 살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김 교수는 셋째 아들인 입장에서 몸이 성치 않은 부모를 14년간 모시고 살았다. 지난해 부친이 별세하신 이후로는 적적해 하실 어머니를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김 교수는 특히 부모님 유산 일부와 연간 특강비를 장학금으로 후원하거나 사회봉사 활동비로 사용하며 후학양성에도 열을 올린다. 김 교수의 방 벽면에는 주례사진이 몇 장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김 교수로부터 장학금을 받고 학업을 마친 제자들이다. 그런식으로 한 두 번 서다 보니 벌써 열 번째 주례에 이르게 되었다.

“젊은 나이에 주례를 선다는 게, 참 멋쩍은 일이더군요. 심지어 신랑이 저와 두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커플을 주례 선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제자들이 저를 찾아 준다는게 고마워 가급적 거절하지 않으려고 해요.”

학비가 없어서 학업을 포기하거나 생계유지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학생들을 보며 안타까와 하던 김 교수는 모교 한의과대학을 정상으로 올리겠다는 꿈으로 장학금 지급을 결심하게 됐다고. 장학금을 받은 제자들이 이따금씩 보내오는 감사의 편지 또한 김 교수에게는 무척 소중한 자산이다. 해서 또다른 한 쪽 벽에 이들의 편지를 부착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은 한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제가 모교(대전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만큼 후배이자 제자인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대전대 한의과대학이 국내 11개 한의과대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학이 되길 바랄 뿐이죠.”

   
더 좋은 약재 확보를 위한 잦은 해외출장

학생들 가르치는 일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김 교수지만 낮시간 동안 센터 일을 해야 하기에  수업을 많이 맡지는 못했다. 대신 밤 9시부터 시작되는 대학원 수업에 가르침의 열정을 쏟는다. 수업이 끝나는 시간은 새벽 1시, 2시. 늦은 시간까지 진행되는 수업에 지칠법도 할 만 본인은 힘들어도 “대학원생들은 진료에 지장이 없어 좋아한다”며 위안을 삼는다.

김동희 교수는 연구를 위해 해외출장 일정도 잦다.
지난 3월에는 미국 샌디에고에 가서 4개 과제를 발표하고 왔다. 4월엔 중국에 두 차례 다녀왔고 5월엔 베트남, 최근엔 상해에 다녀왔다. 또 9월에는 미국 출장이 예정되어 있다.

김 교수가 이처럼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는 이유는 치료제 개발을 위해 더 좋은 한약재를 구하기 위해서다. 중국 운남성의 곤명식물원, 항주대학 식물원 또 베트남 티벳 식물원 등과 협약체결을 통해 현지에서 나는 식물들을 한국에 가져온다. 데이터가 나오면 국제적인 연구결과로 발표할 것 등을 협의한다. 또한 앞으로는 유럽이나 미국, 중남미쪽과도 협약을 맺을 계획도 세우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은 한의학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오랜 역사를, 일본은 한양방의 접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무기로 세계 무대에서 인정 받고 있습니다. 비록 한국 한의학이 후발 주자이지만 한의학 분야에 더 많은 지원과 관심만 있다면, 고급 인재들의 양성을 통하여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난치성 면역질환에 노출되어 있는 미래는 우리 후손들이 살아야 하는 시대이기에 김동희 교수를 주축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가 성공해 우리 손으로 치료제가 개발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