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맡기고 편하게 공연 보세요”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어린이 놀이방 김경숙씨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 개관된 2003년 10월 1일 공연장엔 어린이를 위한 부속시설이 마련됐다. 바로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어린이 놀이방이다. 40여 평 규모의 이곳은 관람객들이 공연을 보는 동안 태어난 지 36개월 이상된 자녀들을 마음 놓고 맡기고 노닐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이 곳 어린이 놀이방엔 2명의 선생님이 계시는데 그 중 한 명이 김경숙(43)씨다. 올해로 3년째 어린이 놀이방을 맡고 있는 경숙씨는 오늘도 놀이방에 맡겨지는 아이를 사고 없이 잘 보살피게 해 달라는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래서일까? 3년 동안 단 한 차례의 큰 사고 없이 어린이 놀이방은 잘 운영되고 있다.
서울 모 대학에서 유아교육과 학위를 수료하고 서울에 있는 어린이집 선생을 하던 그녀는 대전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어린이
놀이방 선생을 맡게 되었다. 대학 졸업 후 줄곧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해왔지만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어린이집에 3년 이상 있으면서 그녀는 다른 일반
어린이집과는 달리 공연장을 방문한 이들을 위한 어린이 놀이방 선생으로서 공연예술문화 발전의 한 부분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크다.
“자녀가 있는 부모님들 특히 어머니들은 문화생활을 자유롭게 못 하시잖아요. 저희 예술의전당 놀이방으로 좀 더 자유롭게 문화생활을
하실 수 있게 된 것이 기뻐요. 뿐만 아니라 작품을 공연, 연주하시는 분들도 아이들을 편하게 맡기고 일을 하실 수 있어서 더 보람이
큽니다.”
이곳은 하루 평균 20여 명의 아이들이 오는데 공연이 많은 날엔 40여 명이상의 아이들이 오기도 한다. 아이들이 밀물처럼
밀려오다보면 아이들 돌보고 보살피기가 어려울 텐데 경숙씨는 수년간 아이들을 돌봐온 경험이 있는 만큼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베테랑이다.
“한 순간도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아요. 그 점이 가장 중요해요. 많은 아이들을 돌보는 만큼 언제나 긴장 상태로 있죠. 마치
제 아이들처럼 그렇게 주의 깊게 보려 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놀이방에서 사귀어 서로 친구가 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친구가 되었다가도 갑자기 싸우는 경우도 있다. 크게 싸우는 경우가 되도록 두면 다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므로 경숙씨는 곧바로 싸우려는
아이들을 떨어지게 하고 싸우지 않도록 조처한다. 저녁시간에 공연이 많은 만큼 잠을 자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놀이방 한쪽에 마련된 침대에
아이들을 재우기도 하고 놀기 싫어하는 아이들은 놀이방에 마련된 공연장과 연결된 대형 TV에서 예술의전당 공연을 직접 실시간으로 보게 하기도
한다. 또 혹시 있을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구급약과 비상약도 구비해 놓았다.
경숙씨는 아이를 맡기러 온 관람객의 연락처와 공연장 좌석번호, 티켓번호를 모두 기록해 둔다. 혹시나 모를 긴급 상황을 대비한 것이다.
아이가 갑자기 긴급한 증상을 보이면 곧바로 공연장내 안내원을 통해 해당 어린이의 부모에게 알린다. 또 문자메시지로 아이의 특별사항을 전달하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을 아이들도 아는지 경숙씨에게 안겨 집에 가지 않으려는 아이도 간혹 있다. 그러면 아이의 부모는 웃으며 난처해
하는데 그럴 땐 경숙씨가 아이를 잘 달래 나중에 또 오라며 집으로 보낸다.
때로는 아이를 위해 특별한 주문을 하는 관람객도 있다. 아이가 저녁을 먹고 오지 않아 배고파하면 직접 싸온 간식을 먹여주셨으면 좋겠다며 도시락을 건네거나, 다친 곳이 있으니 같은 부분을 또 다치지 않도록 아이에게 특별히 주의해서 봐달라고 하는 이들, 몸 상태가 정상적인 아이와 다르니 유념해서 돌봐달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또 부모에게 혼난 후라 기분이 안 좋아 우울한 상태이니 참고해 달라는 이들까지. 이러한 주문들은 경숙씨가 아이들을 돌보는 데 참고하여 더욱 주의 깊게 해당 아이를 관심을 갖고 살필 수 있게 한다.
경숙씨의 친구들도 가끔 어린이 놀이방에 온다. 이들도 공연을 보러 온 것. 3년 동안 어린이 놀이방을 맡으면서 단골로 오는 관람객들이 이젠
친구처럼 다정하게 이야기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이들이 데려온 아이들도 처음엔 기어 다니는 아이였는데 이젠 어엿이 놀이방에 걸어들어 온다. 그럴
때 마다 경숙씨는 신기하고 흐뭇하다.
공연이 끝난 후 아이를 데리러 온 부모들의 표정은 언제나 환한 얼굴이다. 아이들 걱정없이
안심하고 공연을 볼 수 있어 고마워하고 또 미안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숙씨는 관람객들이 편안하게 공연을 보는데 보탬이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단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더 편하게 공연을 관람하시도록 저희 놀이방을 많이 이용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해서 공연문화가 더 활성화되었으면
좋겠구요. 요즘은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 무료공연, 가족을 위한 공연 등 다채로워 졌어요. 질 높은 공연 보시면서 안심하고 아이들을 저희
놀이방에 맡겨주세요.”
경숙씨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만큼이나 대전시민들의 문화생활에도 관심이 많다. 그녀의 바람대로 대전이 진정한
문화예술의도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정양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