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식점을 찾아 나선 3만6천 파수꾼”

미각으로 느끼는 행복을 퍼뜨리는 사람들 ‘맛집멋집’

2006-08-11     이루리 기자

6월 29일 저녁 8시 둔산동 바이젠하우스. 호프집 안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열기가 뜨겁다. 오늘은 다음 까페 ‘대전 맛집멋집 미식가들의 모임’ 정모가 있는 날. 설마 했는데 이미 80여명의 회원들이 자리를 잡고 맥주를 마시며 반가움을 나누고 있다. 마치 동창회 모임처럼 정겹고 화기애애하다.

인터넷 동호회가 엄청나게 많은 수를 자랑하고 있지만, 대규모로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만큼 온라인을 벗어나 약속된 시간을 공유하고, 얼굴을 맞대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대전 맛집멋집 미식가들의 모임(http://cafe.daum.net/matmut, 이하 대전 맛집멋집)’은 맛집과 멋집에 대한 개개인의 정보를 공유하고, 비판과 평가를 통해 건전한 식문화를 주도하며, 좀 더 객관성 있는 ‘정보 알림이’ 역할을 하고자 2001년 출발했다. 음식 동호회로는 대전에서 가장 활발한 모임으로 당당히 꼽을 수 있을 만큼, 방대한 규모와 활동량을 자랑한다.

오늘의 모임 주제는 맥주 페스티벌. 맥주에 관한 정보를 캐고 들자는 것이 아니라 부담없이 오랜만에 회원들이 모여 그동안 나눈 맛집에 관한 정보도 공유하고, 본격적인 여름에 앞서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다듬자는 취지다. 명찰을 달고 있는 사람들이 운영진. 아이디 ‘쭈방장, in, 만나게, 시몽, 레드와인, junim76, 응경’ 등 7명의 운영진이 까페 흐름에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 회원 수는 6월말 기준으로 3만6천여 명.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주를 이룬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직업군은 회사원이다.

아이디 ‘in’으로 알려진 운영자 이미혜(30·대학강사)씨는 “회원 가입에 대한 제한은 없지만, 20세가 되지 않은 미성년자는 준회원으로 한정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자영업과 프리랜서를 포함한 직장인들의 비중이 제일 크다”고 소개한다. “아무래도 모임의 성격이 식문화와 밀접하다 보니, 다른 모임과는 다르게 회원 개개인이 부담하는 금전 부담이 조금은 덜합니다. 맛있다고 소문난 곳을 찾아가서 업소 주인 모르게 평가를 해 보거나, 새로운 맛집을 찾는 것, 그리고, 경치 좋은 멋집에 가서 모임을 갖는 것 등이 주된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운영자들 입장에서는 워낙 한꺼번에 많은 회원들이 모이다 보니, 모일 때마다 그 자리에 참석한 회원 한사람 한사람에게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또 모임 장소를 섭외하고 진행하는 일도 쉽지 않다. 하지만 어떤 한 가지 사안에 대해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는 것, 사람들을 알아 가는데 있어 ‘음식이라는 매개’ 덕분에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은 대전 맛집멋집의 커다란 장점이다.

 ‘단체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하자, ‘80여명의 회원들의 동의를 일일이 구하기도 어렵고, 대화를 방해하는 것도 조심스럽다’며 ‘그냥 오랜만에 갖는 편안한 시간을 존중해 달라’고 요청한다. 대전 맛집멋집은 철저히 회원 중심으로 운영된다. 운영진은 회원들이 좀 더 기분 좋고 편하게 카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한다. 뜨끈뜨끈하게 운영되는 게시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든 활동은 회원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수렴을 통해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맛집멋집의 선정 기준은 무엇일까. 일단, 대전 맛집멋집은 회원들의 평가를 최대한 존중한다. 때문에 회원들에게 객관성 있는 평가를 부탁한다.
“우리 모임은 공인된 평가 기관이 아니라서 맛집멋집을 선정한다고 반드시 그 업소가 좋은 곳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 모임에 함께하는 회원들의 의견과 평가를 통해 적어도 대전 맛집멋집 카페가 인정하는 곳은 좀 다르다는 인식을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지요.”

이미혜씨의 말처럼 회원들은 글을 올릴 때 되도록 객관적인 정보 전달을 위해 상호명, 위치, 특기 사항, 전화번호까지 꼼꼼하게 게시한다. 이렇게 정성껏 올린 맛집에 관한 게시글만 해도 5천 건이 넘는다.

한식·일식·중식·양식 가릴 것 없이 음식이라면 어떤 종류든 찾아볼 수 있다. ‘추천해주세요’ 게시판을 통해서는 내 상황에 맞는 필요한 맛집을 회원들에게 추천받을 수 있다. 군침이 흐를 정도로 리얼(?)하게 맛집 경험을 풀어놓은 글을 읽고 있으면 ‘꼭 한번 가 봐야지’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보통 맛집멋집은 회원들이 올려놓은 게시물과 그에 대한 댓글을 참고해서 갈 곳을 정하는데, 공식적으로 선정하고 방문하는 것은 아니고, 운영진이나 일반 회원들이 비공식적으로 찾아가서 나름대로 평가를 거친다. 하지만 방문 이후 ‘대전 맛집멋집 선정, 맛있는 집’ 같은 식으로 홍보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운영진에게 ‘맛집멋집’ 소개를 부탁했더니 홍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까페에서 직접 둘러보기를 당부했다. 대전 맛집멋집은 모임 목적이 순수한 만큼, 회원들의 평가가 어떠한가를 보고 직접 느껴 보는 데 취지가 있다.
그러나 ‘맛있다, 멋지다’는 추천 글이 올라온 가게 주인들은 소식을 접하고 많이들 좋아한다. 덕분에 주인들이 손님을 대하는 태도나 서비스가 달라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와 반대로 역시나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게시판이 있으니 바로 ‘[비추]개선해주세요~’란이다. ‘비추’의 경우, 실제로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는 논외지만 음식 맛뿐 아니라 위생 상태, 종업원 태도 등 전반적인 지적이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음식점 주인이 보면 살짝 부끄러울 수 있겠다 싶다. ‘비추’ 게시판에 오른 업소의 경우, 업소 주인이 손님이 줄었다고 불만을 가져 항의하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운영자들이 입이 닳도록 당부하는 게 ‘비추’ 게시판에 대한 내용이다. 다른 게시판보다 좀 더 객관성 있는 게시를 당부하고, 그에 맞게 게시물을 관리하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이 우리 카페가 존재하는 이유를 확실히 나타낼 수 있는 부분인데, 앞서 말했듯이 우리 모임은 공인된 평가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회원들이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 해당 업소에서 어떤 루트를 통해 알게 된다면, 개선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순수한 희망 사항만 갖고 있는 거죠.”

대전 맛집멋집 운영진들은 사람마다 입맛이 다 다르듯 불평, 불만을 느끼는 부분도 판이해 ‘몹시 객관적인 평갗라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인정한다. 때문에 비추 게시판에 대한 확대 해석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한다.

대전 맛집멋집 3만6천 회원들은 앞으로도 정모와 모임을 꾸준히 진행해 나가, 대전지역 맛집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할 예정이다. 또 연말에는 정모를 통해 자선모금 형식의 파티를 열어 불우이웃돕기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