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壇法席(야단법석)

2005-09-20     편집국

야단법석(野壇法席)은 불교 용어로 불교대사전(佛敎大辭典)에 나오는 말이다.
야(野)는 ‘들판’, 단(壇)은 ‘흙을 쌓아 올려 만든 단’을 뜻한다. 즉 야단(野壇)은 실내가 아닌 야외 들판에 설치 해 놓은 단을 의미한다. 법(法)은 ‘법’ ‘부처의 가르침’, 석(席)은 ‘자리’를 뜻한다. 즉 법석(法席)은 부처가 가르친 진리 또는 불법을 일반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법회를 여는 자리를 의미한다.

예로부터 사찰에서는 연중 크고 작은 많은 법회가 열린다. 그 법회의 대부분은 법당 내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신도가 많이 모이는 법회는 법당에서 열 수가 없다. 때문에 신도들이 많이 모이는 법회는 야외에서 열곤 했다. 성대한 법회를 열 때면 절에서는 야외의 넓은 장소에 단을 쌓아 놓고 수행의 경지가 높은 승려가 단 위에 올라가 설법을 한다. 그 때 사찰에서는 부처의 가르침의 위대성이나 그 장엄함 등을 강조할 목적으로 갖가지 화려한 장식을 한다. 꽃을 뿌리고 불교음악을 연주하기도 한다. 향을 피워 올리고 승무를 비롯한 갖가지 춤을 춘다. 이때는 불교 신도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많이 참석한다.

불교가 성행하던 고려시대에는 성대한 법회가 많이 열렸다.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는 백성들과 함께 큰 법회를 열었다. 심지어는 나라에 불길한 징조가 있을 때 왕이 직접 참석하는 법회를 열기도 했다. 그 규모가 매우 커서 야외에 단을 설치하고 법회를 열었다는 내용이 많은 문헌에 보이고 있다. 이후 조선시대 때는 팔관회나 연등회를 폐지하는 등 억불숭유 정책을 실시했으나 불교의 법회를 근본적으로 막지는 못했다.

현대와는 달리 예전에는 볼거리가 그리 많지 않았다. 마을에서 성대한 굿판만 벌어져도 온 동네사람들이 구경을 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하다못해 혼인식이 있어도 먹거리와 볼거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곤 했다. 그러니 절에서 열리는 성대한 법회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겠나 하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문헌을 보면 석가가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했을 때 무려 300만 명이나 모여들었다는 내용이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판에 단을 차려 놓고 법회를 여는 것을 야단법석(野壇法席)이라 일컫게 되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 의미가 완전히 변하여 ‘질서가 없이 시끌벅적하고 어수선한 상태를 비유하는 말’로 주로 쓰이고 있다.
이제는 야단법석의 본래 의미를 음미해 보고 정확하게 쓸 일이다.

이재복(李在福) 프로필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세종대학교 문학박사
현, 한국홍보협의회 회장
현, 배재대학교 홍보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