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동의안 처리 또 무산

2006-09-20     편집국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가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점거로 무산돼 헌재소장 공백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전 후보 임명동의안 처리가 무산된 것은 지난 8일과 14일에 이어 세번째다.

이번에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의장석을 점거해 본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국회의장은 19일 밤 9시 15분께 유회를 선포하고 다시 본회의 일정을 잡기로 했다.

유회를 알리는 본회의장 방송이 나온 뒤 여당 의원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하나 둘씩 본회의장을 빠져 나갔고,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도 직권 상정을 막았다는 뿌듯함보다는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물론 언론이 이 사태를 어떻게 보도 할지에는 여야 의원들 모두 관심을 나타내면서.

한나라당 "'전효숙 사태' 청와대와 여당 탓"

앞서 한나라당은 교섭단체인 야3당이 전 후보자의 절차적 결함을 시정하기 위한 법사위 청문회 안을 최종 거부했다.

법적 절차도 문제지만, 전효숙 후보자의 자질도 문제라는 것이다.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강경한 대처다. 특히 이 같은 사태의 책임을 여당과 정부의 탓으로 돌렸다.

한나라당 주호영 공보부대표는 국회 본회의가 무산된 뒤 가진 브리핑에서 "적반하장이라는 말이 오늘처럼 생각나는 날이 없다. 오늘의 이 사태는 노무현 대통령과 전효숙 후보자에게 그 책임이 전적으로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도 유회가 선포되기 까지 분주하게 움직였다. 수차례 국회의장 직권 상정을 통한 표결 처리를 시도했다. 하지만 야 3당의 표결 참여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임채정 국회의장이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오만과 독선, 헌재소장 공백 장기화 불가피"

김한길 원내대표는 본회의가 무산되기 직전 가진 의총에서 "한나라당이 뒤늦게 전 후보자의 자질을 문제삼은 것은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며 맹비난했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고 고집하는 것은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횡포이고, 모든 적법한 정치행위를 무력화하는 오만과 독선에 지나지 않는다"고 쏘아 붙였다. 또 야3당에도 "한나라당이 중재안을 거부한 만큼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로써 전효숙 후보자 동의안 처리는 다음 달 10일 본회의에서 다시 다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헌재소장 공백의 장기화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주에 국정감사 일정 등 시급한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본회의가 소집될 가능성은 있지만, 헌재 소장 임명 동의안의 직권 상정 처리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이와 관련해 "이번주에 국정감사 일정이 포함된 안건 처리를 위해 본회의가 다시 소집될 수 있지만, 그날 전효숙 후보자 동의안을 표결처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야3당의 동의를 얻은 상태에서 직권 상정 처리를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다 정부가 야 3당이 제시한 전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청문회안을 국회에 요구할 경우 20일간의 청문절차가 다시 시작돼 헌재 소장 공백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법사위원장은 한나라당 몫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거부에도 중재안을 고집하는 야3당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최후통첩을 보낸 여당, 여기다 양쪽의 중재안을 모두 거부하고도 적반하장이라며 호통치는 한나라당이 각자의 길을 가는 사이 국회는 또 다시 '대화와 타협'에 무능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여야는 헌법 기관 수장의 공백 사태를 서로의 탓으로 돌리며 날선 공방만 주고 받아 구태를 벗지 못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