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장애인 교육정책

2006-09-25     편집국
대전지역 장애인 학생들이 열악한 환경속에 놓여 있다.

학교 통학과 학습교재, 급식 질 등 교육 지원여건이 비장애인 학생들의 것보다 월등히 뒤쳐져 있는 게 현실이다.

이현경(40,여)씨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을 둔 학부모.

이 씨의 아들은 6살때 교통사고를 당해 머리수술만 6번을 할 정도 오랜기간 병원에서 신세를 져야 했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 4학년인 이 씨의 아들 나이는 14살로 동급생보다 3-4살이 많다.

여기에 사고 후유증으로 중추신경에 이상이 오면서 또래 아이들의 학습능력을 쫓아가기는 역부족이다.

이런 이유로 이 씨의 아들은 특수학교인 성세재활학교(유성구 용계동)에 들어갔는데 이 때부터 이현경씨와 아들, 모자(母子)의 '사투'가 시작됐다.

대전시 중구 목동인 집을 승용차를 타고 출발해 학교가 있는 유성구 용계동까지 가면 1시간이 훌쩍 넘어가는데, 이 후부터도 이 씨 모자의 고통은 계속된다.

한 반에 있는 10명의 장애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1명으로,신체장애나 정신지체 장애학생 전체를 가르치고 돌보기에는 힘이 달린다.

이현경씨는 "보조교사가 없어 거의 매일 학교에 상주하고 있다"며, "수업 중간 중간에 용변처리 때문에 교실에 들어가 아이를 돌보고 점심시간이면 급식을 해결해줘야 한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수업을 끝내고 점심시간이 될 때면 분통이 터질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한정된 급식비탓으로 아이들의 식탁이 너무 초라해 아이들에게 미안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이 씨는 "언제가 급식으로 나온 김치가 잠깐 고추가루하고 레슬링 한판하고 나온 것처럼 보일 정도였는데 이런 김치를 맛있다고 먹는 아이를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울먹였다.

이런 여건외에도 장애인 학부모의 더 큰 걱정은 조금이라도 학습을 시키고 싶어도 학교 여건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장애등급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이 제대로 돼 있지 않고 사회활동에 대한 프로그램도 없다보니 일부 학부모 사이에서는 "우리 아이들에 대한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 보육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대전지역의 특수학교는 모두 4곳으로 783명의 장애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일반 학교에 마련돼 있는 특수학급은 145개로 1,038명의 장애 학생들이 등록돼 있다.

1,800여명이 넘는 장애학생들의 학부모들이 최근 이런 미비한 교육여건때문에 지난 19일부터 대전시교육청에서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대전시 교육청과 특수교육운영위원회를 활성화하기로 하는 등 16개항의 정책요구사항에는 합의했지만 17개항에 대해서는 서로간의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대전시 교육청은 장애인 학부모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대전시 교육청 초등교육과 유아특수담당인 임한영 장학관은 "대전 장애인 교육권 연대와 대화도중에 이렇게 불미스럽게까지 된데 원인을 따지기 전에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법적인, 한정된 예산의 범위내에서 장애인 연대의 정책안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 교육청의 열악한 재정여건 등으로 충분하게 지원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부족한 예산과 인력이 늘 걸림돌이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장애인 학부모들은 사회의 높은 편견 앞에 또, 우리 교육여건의 또 다른 높은 벽앞에 또 한번 절망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