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공판중심주의 아래, 법정 위증 엄단한다"
2006-10-19 편집국
공판중심주의의 적극 시행을 앞둔 검찰이 법정 위증 사범에 대한 엄단 방침을 세웠다. 검찰은 또 모의재판까지
열면서새로운 재판 형태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검찰 '공판중심주의'로 간다
18일 대검찰청에서는 공판중심주의 추진을 위한 전국공판검사회의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는 공판중심주의 모의재판이 시연됐다.
모의재판중 검사가 '현금과 수표 1,500만원 상당을 훔친 일 있죠?'라며 질문하자, 피고가 '네'라고 답한다. 검사가 다시 "사무실에 지붕 뚫고 들어갔죠?'라고 묻자, 피고가 다시 '네'라고 답한다. 필요한 질문이 끝나자 검사 '이상입니다'라고 말한뒤 질의를 끝낸다.
이같은 상황이 그동안의 공판 모습이다. 이처럼 지금까지는 검사의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 피고인은 '예, 아니오'로만 짧게 답하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공판중심주의가 정착되 면피고나 증인은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진술 시간도 길어진다.
공판중심의로 바뀐 모의재판 상황은 다음과 같다.
검사가 '범행 당일에는 어떻게 들어갔습니까?'라고 묻자 피고가 '범행을 하기 전에 며칠 간 밤에 가서 보니, 대체로 밤 10시경이면 직원들이 퇴근을 하고 아침까지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방범 장치가 되어있지 않아서 새벽에 들어가기로 정하고 새벽 2시 경에 지붕으로 올라가서 장갑을 끼고, 드라이버로 기와를 뜯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고 말한다.
검찰은 이와 같이, 현행 공판 모습과 공판중심주의 아래 새로운 공판 모습을 비교하는 모의재판을 통해 일선 공판 검사들의 이해를 도왔다.
10월 말부터 증거물분리제출 제도 전국 검찰청에 확대 시행
검찰은 앞서 오는 30일부터 증거물분리제출 제도를 전국 검찰청에서 확대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18일 열린 모의재판에서도 검찰 측은 재판 당일에야 증거서류의 내용을 공개하고 피고인과 변호인이 알 수 있도록 읽어준 뒤 재판부에 제출하는 방식을 선보였다.
수사기록이나 증거물을 통한 재판부의 예단을 막고법정 진술을 통해 유무죄를 가리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지금까지는 증거서류가 재판부에 사전에 일괄제출돼 왔다. 특히 모의재판은 검사와 검찰 직원들이 각기 판사와 검사, 변호인과 증인으로 역할을 나눠 진행돼 눈길을 끌었고, 참석한 일선 공판 검사들도 시종일관 진지하게 이를 지켜봤다.
하지만 법정 진술이 지나치게 길어지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공판중심주의, 법정내 진술 중요성 강조하지만 위증사범은 오히려 증가
지난 2002년 위증죄로 접수된 인원은 모두 4,255명이었다. 2004년 4,915명을 거쳐 지난해에는 5,209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이다.
검찰은 이 같이 위증사범이 증가하는 원인으로 개인적 인정과 의리를 중시하는 문화적 가치관과 미약한 규범의식 등을 꼽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전직 광역시 의회의장 이모씨는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자 뇌물을 차용금이라고 허위 증언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처럼 위증이 사회지도층에까지 만연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위증은 공판중심주의의 핵심인 법정 진술의 신뢰도를 크게 해친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검찰 스스로도 위증죄에 대한 처벌이 미온적이었다는 점이 위증사범이 늘어난 것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위증죄 접수 인원은 매년 늘어 지난해 5,200명을 넘어섰지만 최근 5년간의 기소율은 30%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일반범죄의 기소율 50.1%에 비해 상당히 떨어지는 수치이다.
그나마 기소된 이들 10명 중 6명은 정식 재판이 아닌 약식기소를 통해 벌금형을 선고받는 데 그치고 있다. 한마디로 위증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위증에 대한 도덕불감증을 키워온 것이다.
검찰은 특히 기소율이 낮은 이유를 민사사건과 관련된 분쟁에서는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점, 또 공판조서나 변론조서의 정확성이 담보되지 않은 점에서 찾고 있다.
검찰, 위증사범 근절위해 대책 마련
검찰은 먼저 위증사범에 대한 엄단 방침을 세우고,어제 열린 전국공판검사회의에서 이 같은 방침을일선 공판 검사들에게 전달했다.
대검찰청 조근호 공판송무부장은 "위증사범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약식 기소를 지양하고 구공판을 원칙으로 하며, 구속영장 청구 기준도 완화해 엄벌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법정 내에서 거짓 증언을 하면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정식 재판에 회부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공판조서나 변론조서가 정확히 기록되지 않아 위증죄의 근거 자료로 삼기 어려웠다는 지적에 따라 앞으로 혐의를 부인하는 사건이나 항소가 예상되는 사건에서는 공판 기록을 녹음해 남겨둘 계획이다.
이 같은 검찰의 대책이 위증을 방지하고 공판중심주의의 정착을 앞당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