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의 여러 점에서 시력측정해 평균값 낸다”

목원대 고동섭 교수, 정확한 안경 처방 돕는 첨단 검안기 개발

2006-10-19     이루리 기자

 

고동섭 교수는 …
1990~현, 목원대학교 교수
독일 하이델베르그대학 Post-Doc.
목원대 생체환경과학기술연구소장 역임
목원대 (특정목적)의료광기술연구소장 역임
한국광산업진흥회 운영위원 역임
한국광학회 이사, 편집위원 역임

 

 

 

 


안경을 쓰든 안 쓰든 한번쯤 검안기를 통해 시력을 측정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검안기에 얼굴과 눈을 맞추고 특정 점을 측정해 시력을 재는 것이 보통. 그러나 안경을 써도 눈이 불편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대개 시력을 결정하는 각막과 수정체의 표면이 균일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눈은 각막 상태가 미세하게 울퉁불퉁하다. 그러한 각막의 어느 한 점을 측정하기 때문에 측정 각도, 피로와 긴장 상태에 따라 시력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각막의 여러 점을 재서 평균값을 산출하면 어떨까.

안구의 위치마다 달라질 수 있는 시력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핵심 광 부품과 광 간섭성을 최소화해 측정 정밀도를 높인 검안기가 국내 대학교수에 의해 개발되었다. 지난 9월 11일 목원대 기술마케팅학과 고동섭(48) 교수가 (주)휴비츠(대표 김현수, www.huvitz.com)와 산학 협력을 통해 현재 세계 검안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 기업을 압도할 수 있는 정밀 자동 검안기를 개발한 것. 점 측정 방법을 쓰는 기존 검안기와 달리 고 교수가 개발한 검안기는 핵심 광 부품, ‘미소렌즈어레이’를 통해 여러 점을 측정할 수 있다. 각막의 불균일성을 감안하고 시력을 재기 때문에 정확한 안경 처방이 가능하다. 미소렌즈어레이를 적용한 검안기에 광 간섭성을 최소화해 측정 정밀도를 높인 초정밀 자동 검안기를 개발한 것이다. 고동섭 교수를 만나 개발 동기와 기존 검안기와의 차별성 등을 들어보았다. 

첨단 자동 검안기의 원리는

연구 논문에 따르면 사람의 눈은 각막의 위치마다 미세한 시력 차이를 나타낸다. 따라서 파면 분석 광기술을 적용해 다점 측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다점 측정을 하면 동공으로 열려 있는 광 경로의 평균 시력을 산출하게 되므로 보다 편안한 안경 처방 값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점 측정을 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바로 ‘미소렌즈어레이’다. 미소렌즈어레이는 곤충의 겹눈과 같이 작은 렌즈들이 2차원으로 배열된 광 부품이다. 제작비용만 해도 수 천만원, 기간은 몇 개월씩 걸린다. 최적의 성능을 얻기 위해 형태와 크기가 다양한 미소렌즈어레이가 필요했는데, 개발이 쉽지 않았다. 오랜 시간 고민했고, 결국 규격과 형태가 다른 실험용 미소렌즈어레이를 만들 수 있었다. 덕분에 상품화 연구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2000년 초, 안과 의사들과 라식 수술에 대한 책을 쓰면서 시력 측정을 위한 광기술을 공부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보다 정확한 시력 측정 방법을 연구할 필요성을 느꼈고, 안과 의료기기 전문업체인 휴비츠의 관심과 지원에 힘입어 개발을 결정할 수 있었다. 마침 산자부가 과제 지원 사업을 모집하던 터라, 정부 지원도 받게 되었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뛰어나도 국내에서 생산이 가능한지, 생산이 가능하다면 생산 단가를 맞출 수 있는지 등을 고민해야 했다. 특허와 같은 지적 재산권 분쟁을 피해야 하는 것도 조심스러웠고, 대학 내 인력 부족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다행히 산학 협력을 약속한 휴비츠에서 개발 초기 단계부터 인력을 지원하고, 상품화 개발 단계를 전담해 짐을 덜었다. 그러나 교수들은 교육, 연구, 봉사 분야에서 일정한 수준의 실적을 요구받는데, 특히 연구 분야는 게재 논문이 주요 평가 지표로 작용한다. 상품화 연구를 하다 보면, 논문을 작성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완전히 새로운 지식, 기술만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위험 부담을 줄여 제품화해야 하기 때문에 기초 지식을 적절히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획기적인 논문거리가 부족해, 논문에 대한 부담으로 압박받았다. 하지만 최근 상품화를 위한 산학 협력 연구를 연구 실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추세여서 이러한 우려가 차츰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산학 협력을 하게 된 동기와 어려웠던 점은

상품화가 가능한 아이디어가 있어도 교수 혼자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없다. 99%는 완벽해도 남은 1% 때문에 불가능할 수 있다. 이를 제품으로 만들어 시장에 나가 돈을 벌 수 있는 기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기업 윤리를 지킬 수 있는 경영인의 도덕성도 필요하다. 휴비츠는 예전부터 다양한 교류를 통해 기술력과 건전한 경영 마인드를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또 이미 검안기를 제조, 판매해 오던 휴비츠가 신제품 개발 의지를 가지고 있었고, 내가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면서 자연스럽게 산학 협력 연구로 발전했다. 목원대 석사 출신 연구원이 휴비츠에서 상품화를 전담해  보다 쉽게 소통을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실험실 연구 결과만 가지고 시장에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단정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상용화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봐왔기 때문이다. 2년 동안 학교에서 진행한 실용화 연구 결과를 휴비츠에 이전한 후, 막상 상품화 개발 단계에 들어서니 그 필요성에 대해 회사 내부에서 다양한 이견들이 나왔다. 충분히 논의해 극복했지만 생산 수월성, 생산 단가, 내구성, 엄격한 환경에서의 성능 유지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았다. 인체와 관련된 의료기기는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때는 예상치 못했던 문제로 인해 개발을 포기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김현수 대표의 강력한 의지와 연구원들의 의욕 덕에 2년 만에 완제품을 만들어 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막연한 두려움과 그것을 스스로 이겨낸 연구원들의 고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9월 베이징 국제광학박람회 전시 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대 반응과 검안기 시장의 판도는

일단 많은 호응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다만 중국의 광기술 수준이 우리보다 높고 전문 인력들이 많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국내 업체가 제품을 선보인 지 하루만에, 똑같은 모방 제품을 내놓는 곳이 중국이다. 안심하는 순간, 뒤쳐질 수 있다. 제품 출시 시점은 시장 상황을 보고 결정할 예정이다. 가장 큰 요인은 검안기 수요가 증가 추세에 있는지, 신제품을 요구하고 있는지다. 휴비츠의 규모와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고려했을 때, 연간 100억 이상의 매출을 기대한다. 마케팅 부서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전 세계 검안기 시장은 초기에는 독일이 주도했지만 현재는 일본이 80~90%를 장악하고 있고, 시장 규모는 연간 약 1000억원이다. 그리 큰 시장은 아니지만 기술력을 갖춘 전문 업체만이 진입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안과 의료기기의 핵심인 검안기 시장의 판도를 예상한다기보다는, 우리나라 제품이 일본과 경쟁해 시장에서 인정받기를 희망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낫겠다. 제품 또는 기업 브랜드도 중요하지만, 의료기기 시장은 국가 브랜드를 무시할 수 없다. 여러 산업 분야에서 많은 일류 기업들이 나와서 국가 브랜드를 올려 줘야 한다. 그래야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가 수월해질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은

검안기 성능 개선을 위한 노력은 계속할 생각이고, 지난 7월부터 휴비츠가 주관 기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망막 단층 촬영기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는 안압에 따라 미세한 높낮이 차이를 보이는 망막을 측정해 녹내장 조기 진단을 목적으로 하는 장비다. 산자부로부터 5년간 연구비를 지원받기로 했다.   

이번에 검안기를 연구하면서 기술 마케터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했다. 연구 인력들을 도와 줄 기술 마케터 양성이 사회적 화두가 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일반인들은 연구하는 사람들에게서 늘 바쁜 모습을 보려고 한다. 늘 밤 세우고, 휴식도 없이 연구하는 걸 보려고 한다. 그런데, 연구도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철학,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창조적 활동이다. 답이 나오지 않을 때는 머리 휴식이 필요하다. 산책이나 운동, 여행도 다녀 올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창조적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연구원들에게, 과학자들에게 사고의 유연성을 갖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면 한다.

행정 시스템도 연구에 방해가 된다. 처리해야 하는 행정 업무가 너무 많다. 행동을 규제하는 조항도 무척 많다. 담당자는 가만히 앉아서 연구를 감독하는 행정 시스템이며, 상호신뢰가 부족한 상태에서의 행정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더 효과적인 연구지원 시스템도 개선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기초과학 분야의 발전이 지연되고 있다. 범국가 차원에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의 더 많은 노력을 요청한다. 
 

  / 이루리 기자 pinyroo@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