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활성화 돼야 광고시장도 풍성해져”
광고의 세계-한국방송광고공사 박영규 충청지사장
요즘 TV를 보면 본방송 못지않게 인기를 누리는 것이 광고다.
‘15초의
미학’이라고 표현할 만큼 광고는 소비와 경제의 지표로 쓰이고 있다.
광고의 힘이 커졌고, 일상으로 깊이 파고들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TV나 라디오에 나오는 그 많은 광고들은 누가 기준값을 제시하고 거래하는 것일까.
한국방송광고공사(Korea
Broadcasting Advertising Corporation, 이하 KOBACO)는 바로
이러한 필요성에 의해 1981년 1월
출발했다.
방송의 공공성 확보와 전파 수익 환원이라는 큰 목표로 전국의 TV와 라디오 방송광고를
방송사 대신 판매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국내 총 35개 매체의 방송광고 영업을 대행하고 있다.
KOBACO는 부산·대구·광주·충청·전북은 물론 뉴욕·파리·북경 등에
지사를 운영 중이며,
광고교육원 광고연구소 등을 가진 대표적인 공익기업이다.
지난 7월 부임한 박영규(54) 충청지사장을 통해
KOBACO의 역할과 충청지사에 대해
궁금한 사항을 듣기로 하고, 9월 19일 ‘광고 전문가 과정’ 수업 준비로
분주한
용문동 사무실을 찾았다.
광고 전문가도 과학적 데이터가 필요한 시대
“수도권으로 편중된 경제구조 때문에 지역에서는 광고전문가가 되고 싶어도 마땅한 교육을 받을 여건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KOBACO
충청지사가 지난해부터 광고전문가 과정을 운영하는 것도, 지역 인력을 재충전시켜 경제활성화의 밑거름으로 쓰이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오후 5시 반. KOBACO 충청지사에서는 마침 7시부터 광고전문가 과정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퇴근 무렵 여느
사무실과 달리 분주함이 남아 있었다. 박영규 지사장 역시, 인사를 나누기가 바쁘게 광고전문가 과정에 대한 소개부터 시작했다. 올해로 2회를 맞은
충청지사 광고전문가 과정은 지난 8월 29일부터 9월 28일까지 매주 화~목 하루 3시간, 총 45시간의 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전과 충청권
광고계에서 일하는 직장인 30명과 대학생 10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예전에는 광고담당이라고 하면, 인맥 단단하고 술 잘
마시는 것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기업 오너들도 효율성 보다는 인맥을 위주로 광고를 배분했으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그런 관행이 호락호락 통하지
않습니다.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운동은 기본이고 업계 동향과 전망, 객관적으로 분석한 과학적인 데이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객에게 맞춤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지요.”
지난해부터 시작한 충청지사 광고전문가 과정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광고 전문인력에 대한 교육기회를 지역 광고계까지 확대하고, 지역광고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학습의 장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뿐만 아니다. 충청지사는 96년부터 해마다 ‘광고인 대학’을 개최해 지역 대학생들의 광고관련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서울과 지역에서 우수한 강사진을 초청해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춘 광고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올해도 10월 청주와 충북지역 대학생을
대상으로 남한강 연수원에서 1박2일 동안 개최한다.
방송의 효율성과 공익성 높이는 KOBACO
이제, 박영규 지사장에게 본격적으로 KOBACO의 역할에 대해 질문했다. 박 지사장은 지난 91년부터 KOBACO에서 감사실과 영업부,
예산부 등을 두루 거치고 2001년에는 광주 지사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광고와 KOBACO에 관한 것이라면 모르는 게 없을 터였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방송사가 직접 광고 영업을 하지 않고, 방송광고 판매 전문 기관에 대행하도록 맡기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박영규 지사장이 설명하는 이유는 명료하다. KOBACO 같은 공익 기관을 통해 대기업의 자본으로부터 방송의 제작과
편성을 보호하고, 과도한 시청률 경쟁으로 인한 방송의 상업성을 배제해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지상파 방송사들은 광고 유치
경쟁에 소요되는 영업 인력과 비용을 방송 제작과 편성에 집중함으로써 품질 좋은 프로그램 만들기에 전념할 수 있다.
광고 요금을
적정하게 유지해 기업이 활동하는데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하고, 나아가 물가 안정에도 기여하는 것이 KOBACO의 역할이다. 그렇다고 KOBACO가
마음대로 광고 요금을 산정할 수는 없다. 물가 인상 등 여러 경제 요인으로 광고 요금을 올려야 할 경우, 기획예산처와 충분히 협의를 거쳐야
한다.
결국 KOBACO의 방송광고 판매 사업은 광고주에게는 효과적인 매체 전략을, 방송사에게는 안정적인 경영재원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광고주는 KOBACO를 통해 방송 광고에 대한 상담은 물론, 프로그램 시청취율 자료, 방송광고 효과 분석, 모니터링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박 지사장은 “KOBACO 가치는 공익실현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방송광고 영업을 통해
얻어진 전파수익으로 예술의 전당, 프레스센터 등을 건립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KOBACO는 방송·언론·광고·문화·예술 사업에
지원함으로써 전파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대전과 충청권 경제 활력소로 자리잡겠다
KOBACO 충청지사는 현재 대전·충남 지역의 KBS, MBC, TJB, CBS, PBC와 9개 매체, 청주·충북 지역 MBC, CJB,
CBS, BBS와 7개 매체의 영업을 대행하고 있다. 또 15개 지역 광고 회사와 유기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방송광고 총
실적 2조 4,175억 중 2%에 해당하는 484억의 실적을 충청지사가 기록했다. 지역 광고 시장의 침체와 광고의 중앙 집중화를 감안할 때 적지
않은 금액이다.
“아직까지 지역 광고 시장이 크지 않은 것이 국내 현실입니다. 부산지사를 포함해 전체 광고 수익의 10% 정도만이
지방에서 얻어지고 있습니다. 충청지사 역시 대부분의 광고를 대기업이 포진해 있는 서울 등에서 끌어오고 있습니다.”
박 지사장은
미국이나 선진국처럼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대기업들이 많지 않고, TV 광고는 막연히 ‘비싸다’는 인식도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한다. 어느 지역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경기침체와 케이블 TV의 광고계 잠식, 방통 융합으로 인해 지역 광고 시장 전망이 밝지만은 못한 실정이다. 때문에 충청지사는 낮
시간대 50% 할인, 벤처기업 70% 할인 같은 파격적인 제도를 만들어 지역 경제에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있다. 케이블 TV 광고와 비교해도 높지
않은 단가에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기업들의 홍보로 대전과 충청권 경제가 활성화되어야 역으로 광고 시장도 풍성해지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소규모 업종이나 벤처기업들이 부담 없이 광고에 접근할 수 있을까 고민 중입니다. KOBACO 충청지사의 방송사,
광고 회사와의 인적 인프라 및 유기적인 네트워크 구성은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은 분명 지역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박영규 지사장은 광고 회사뿐 아니라 방송사, 공사간 인적·하드웨어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상호 긴밀한 협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역 광고계 발전을 위한 길을 함께 걷고 있다고 설명한다. 인터넷상에 ‘다함께 AD’라는 지사 게시판을 구축해 다양한
친목 모임을 활성화하고 있고, ‘소식란’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판촉 행사를 방송사와 광고사 CEO, 실무자 대상 등으로 세분화해 활발한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또 ‘방송 광고 거래 e-biz IT 인프라’로 모든 방송 광고 거래 업무와 소재를 프로그램으로 전송해, 지역 방송사와
광고 회사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중증 장애아 시설인 ‘한 몸’ 등에서 봉사 활동을 전개해 지역사회 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려고 노력한다.
끝으로 충청지사를 책임지는 지사장으로서 한마디 부탁했다.
“저희 직원들에게는 KOBACO
충청지사 역시 회사입니다. 제 바람은 직원들이 출근하고 싶은 직장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동료들끼리 라이벌로 생각하기보다는 화합하고 즐겁게 지내며
외부의 더 큰 숲을 보라고 격려합니다. 저 역시 긍정적인 생각과 웃음을 전염시킬 수 있는 지사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영규 지사장은 KOBACO 충청지사가 광고계의 확실한 메카로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판매를 통해 지역 활성화에 일조할
것임을 약속했다.
/ 이루리 기자 pinyroo@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