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도전해 보자”
행복전도사-행복을 디자인 하는 최윤희 씨
지난 9월 11일 오색 빛깔 머리를 휘날리며 대전KBS 교양강좌 강단에 선 최윤희씨. 그녀는 이날 ‘행복의 홈런을 날려라’라는 주제로 행복한 강연회를 시작했다. 발 디딜틈 없이 꽉 메워진 강연장은 강의 내내 주부들의 기립박수, 유쾌한 웃음들이 끊일 줄 모르고 터져 나왔다. 그녀는 평범한 주부에서 180도 방향 전환해 현대그룹 금강 기획 카피라이터가 되고, 또 행복 디자이너로서 명성을 얻는 길을 오기까지. 자신의 인생행로를 강연 내용에 담아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위트 있게 풀어나갔다.
스피노자 “할 수 없다는 것은 하기 싫다는 것이다”
1983년 서울, 최윤희씨는 남편의 많지 않은 월급을 알뜰살뜰 모아 결혼 8년 만에 10평 아파트를 샀다. 자그마한 아파트였지만 ‘내
집’을 가졌다는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남편이 아파트를 담보로 잡고 사업을 시작하더니 두 달 만에 부도가 났다. ‘집도
절도 없는’ 신세가 된 최씨 가족은 가능한 서울에서 먼 곳을 찾아 이사 했다. 주변 사람들 보기 창피했던 탓. 남은 재산 70여 만원으로 부산
어느 집 문간방 생활이 시작됐다.
문간방 생활은 처음부터 고달팠다. 주인 아주머니는 매일 고스톱 치는 일로 하루를 보내고 설거지나
청소는 물론 밥도 안 했다. 할 수 없이 최윤희씨가 주인집 요리와 빨래, 설거지를 하며 파출부 아닌 파출부 생활을 하게 됐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있었다.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청소를 하는 데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최윤희! 너 이게 뭐냐. 이게 사는 거냐.
그래, 객관식 문제 하나 낼게. 1번 이혼해, 2번 가족 동반 자살해, 3번 타락해, 4번 새 출발. 몇 번 택할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1번 이혼은 절차가 너무 복잡했다. 5살, 7살된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동반자살도 어렵다. 얼굴이 예뻐야 타락도 할 텐데 그것도
어렵겠다. 남은 건 4번 새 출발뿐. 최씨는 결국 새 출발을 하기로 마음먹고 날마다 신문을 뒤적이며 할 일을 찾았다.
마침내
그녀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신문에서 현대건설 주부사원 모집광고를 본 것. 1330:1의 경쟁률이었지만 최씨는 합격했다. 새로운 삶에 대한 갈망은
평범한 38세 아줌마를 금강기획 카피라이터로 만드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스피노자의 명언 중에 ‘할 수 없다는 것은
하기 싫다는 것’이라는게 있어요. 무엇이든 일단 도전해 보는 거에요.”
|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세상 속에서 행복 찾기┃ 옛날에 애꾸눈 임금이 살았다. 그 임금은 죽기 전에 멋있는 초상화를 남기고 싶었다. 전국에 있는 유명한 화가를 불러서 그렸는데 아부를 잘 하는 화가는 눈을 성하게 그리고 정직한 화가는 애꾸 그대로 그렸다. 임금이 보기에 성한 그림은 보기에는 좋지만 가짜라서 던져버리고, 정직한 화가가 그린 사람은 보기가 싫어 던지면서 불같이 화를 내니까 어떤 사람이 오더니 자기가 그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임금이 그 사람이 그린 그림을 보고 ‘바로 이거야’라고 했다. 성한 눈 쪽 옆얼굴을 그린 그림이었다. 인생도 이와 똑같다. 어느 순간에나 희망(希望)과 절망(切望)이, 불행(不幸)과 행복(幸福)이 기쁨과 슬픔이 똑같이 있다. 나도 이 사람처럼 최대한 좋은 쪽을 보고 싶다. 그래서 저를 뽑아주면 최선을 다해 일을 할 것이고, 설령 저를 떨어뜨린다 해도 귀사의 번영을 빌겠다. |
현대기업 주부사원 채용 시 최씨가 자기소개 란에 적은 글이다. 이 소개서는 1330명의 다른 주부들을 제치고 그녀가 채용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최씨는 행복이란 마음속에 담겨 있다고 말한다. 불행과 행복이 공존하는 세상 속에서 행복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면 누구나 행복해 질 수 있다. 다혈질 사람을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 째째한 사람을 세심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렇게 인간의 면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
“인생은 재방송이 없습니다. 생방송이죠. NG도 없습니다. 이 세상 힘들어도 항상 희망의 비상구는 있기 마련입니다. 재미있고 멋진 이 세상 행복, 이왕이면 행복하게 지내자고요.”
행복한 인간관계의 비밀은 성실성과 진실
튀는 자기소개서와 특기(멍하게 하늘 쳐다보기, 바람 맞으며 무작정 걷기), 취미(인상쓰는 사람 간지럼 태우기), 희망하는 월급액수(물질은
완전 초월! 맘대로 주세요)로 시험점수에 상관없이 금강기획 카피라이터가 된 최윤희씨.
카피라이터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마흔이 다 된 여자의 회사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사람들은 마흔이 다 되가는 주부를 냉소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녀는 그
누구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매일 새벽을 넘겨가며 회사에서 경력을 쌓아갔다. 인간관계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영업하고 저녁에 회사에
돌아온 남자 사원들에게 특이한 메모를 남겼다. 예를 들어 부인한테 전화 왔던 기록을 ‘오늘 아침 헤어진 그녀에게서’, ‘늘 곁에 있어 편안한
여자’, ‘침대를 함께 쓰는 그녀에게서’ 등 기발한 메모로 남자 직원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동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인생상담도 해주었다.
사람들은 최씨의 사소하지만 마음을 여는 인간관계 노력에 하나 둘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저를 쫓아내려던 사람이 10년쯤 되서
사표를 내려고 하는데 사표 수리를 안 해주더군요. 사장, 부사장, 전무가 집으로 찾아와 침대에 누워만 있어도 좋으니 계속 출근해달라고
부탁하더군요. 결국 다시 회사에 나갔죠.”
인간관계에 있어서 그녀 나름대로의 대화법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동료가 “윤희씨,
윤희씨만 알고 계세요”라며 말을 걸어오면 눈을 반짝거리며 경청한다. 사실 상대방이 아는 얘기를 하더라도 처음 듣는 것처럼 “그래? 그런 일이
있어구나”라며 짐짓 놀라는 시늉으로 상대방 기분을 상하지 않게 기본적인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그녀는 말한다. 인간은 모두 선하며
‘단기코스’, ‘장기코스’ 두 경우가 있을 뿐 어떤 사람이라도 성실하고 진실한 사람에겐 모두 마음을 열게 되어 있다고. 어떠한 인간관계도
두려워 하지 말고 성실과 진실함으로 대하다 보면 행복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말한다.
/ 정양화 기자 figaro36@naver.com
| ■ 최윤희 작가는 누구 1947년 출생해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했다. 평범한 전업주부에서 남편의 사업실패로 직업전선에 뛰어들게 된다. 38살의 나이에 금강기획의 카피라이터이 되고 그녀의 특유의 개성과 낙천적인 성격, 성실한 자세로 대기업 안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고속 승진을 한다. 그녀가 50세가 되던 1997년 IMF 무렵 후배들을 위해 회사를 사직한 후 행복학 스타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차라리 거짓말과 도둑질을 가르쳐라’(2004) ‘못 참겠다. 꾀꼬리! 당신의 인생을 역전시켜라’(2005) ‘웃음 헤픈 여자가 성공한다’(2006)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