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좋고 환경오염 없는 꿈의 연료 ‘수소’

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에너지사업단-국내 수소차충전소 속속 등장, 연료전지차 시장 급성장

2006-10-19     이루리 기자

석유가 눈에 띄게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50~60년 뒤에는 어떤 연료가 대안으로 떠오를까. 몇 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 바로 수소다.

수소(H2)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연료로 배기가스가 전혀 없고 순수한 물만 배출한다. 값도 싸 연비도 좋다. 1만원이면 300km를 달릴 수 있다. 현재는 주로 화석연료에서 추출하지만 나중에는 태양열발전 등 무공해 전기로 물을 전기 분해해 얻을 전망이다.

아직까지는 개발 단계이기 때문에 수소차 제작 가격이 대당 10억원에 이르고, 충전소도 충분치 않지만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들이 수소차 상용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뒤처질 수 없는 중대 사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들이 들리고 있다. 수소 생산부터 압축·저장, 자동차 충전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일괄 처리하는 ‘통합형 수소충전소’가 국내에 등장한 것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최익수)은 지난 8월 25일 대덕연구소 안에 2년 반의 연구 끝에 건설한 수소충전소 준공식을 가졌다. 다가올 미래 에너지, 수소에 대해 들여다본다.

생산-저장-공급능력 갖춘
수소차충전소

2년여 공사 끝에 세워진 이 충전소는 수소의 생산, 저장, 공급 시설을 모두 갖춘 꿈의 수소 공장이다. 정부는 2008년까지 전국 8곳에 이 같은 수소 충전소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이 충전소의 용량은 20N㎥/hr(영상 25도에 1기압일 때 시간당 20㎥를 생산한다는 뜻)로, 하루 5대의 승용차를 충전할 수 있는 소규모다.

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에너지사업단 김종원 단장은 “수소충전소는 핵심 기술인 고순도 수소생산 장치를 단순 모듈화하고 통합 설계한 것과 함께, 국내 엔지니어링 설계 기술로 구축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이번 충전소 준공을 계기로 자체 개발해 시험 운행 중인 소형 수소 연료전지 카트와 올 11월경 제작될 예정인 수소연료전지 미니버스에 대한 본격적 실용화 연구에 나서게 된다”고 밝혔다.

수소 충전소란 말 그대로 수소 자동차에 수소를 공급하는 시설이다. 하지만 연료를 저장하고 주입하는 기능 외에도 자체 생산까지 한다는 점에서 일반 주유소와 차별된다. 수소 생산을 위해 충전소는 다양한 방식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태양광 등 자연 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한 전기로 물을 분해하는 전기분해 방식, 열과 촉매를 가해 물에서 수소를 떼어내는 열 화학적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이 개발한 한국형 수소 충전소는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개질형 생산 방식을 채택했다. 메탄으로 구성된 천연가스에 700도의 수증기를 가하면 수소가 떨어져 나오는 화학반응을 이용한 것이다. 수증기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열 또한 천연가스를 태워 만든다. 이렇게 생산되는 수소의 양은 하루 600L 내외다. 하루 한번, 소형 수소 자동차 5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아직은 미비하지만 머지않아 10배 이상의 성장이 기대된다.
그동안 국내 수소충전소는 현대차 연구소에 있는 2곳 정도에 불과했다. 산업자원부는 올해 말부터 관공서 등에서 수소차 시범 운영을 시작하고, 충전소도 전국에 8곳 정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충전 시설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수소를 쓰는 자동차 수가 많아진다는 얘기다. 수소와 산소가 결합하면서 발생하는 전기를 동력으로 쓰는 수소 연료전지 차량은 현재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개발이 한창이다. 김종원 수소에너지사업단장에 따르면, 2006 독일 월드컵 때 대표팀이 이용했던 현대 버스도 바로 이 수소 연료전지 차량이었다고 한다. 

미래 성장 동력, 수소에 쏟아 붓다

한편 지난 7월 산자부는 올해부터 3년간 국비 240억원과 민간 자본 240억원을 포함, 총 480억원을 투입해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모니터링 사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2008년까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34대를 시범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또 2012년까지 수소충전소 50기, 승용차 3200기, 버스 200기 보급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연료전지자동차가 석유에 의존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조심스러운 상황이어서, 이번 발표는 많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정부의 수소 상용화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쪽에서는 수소연료전지자동차 상용화에 대한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수소에너지가 대체할 화석연료의 고갈 시점이 예상했던 것만큼 가깝지 않다는 것이다. 또 수소연료전지 개발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을 꼽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의 노력은 가상하다. 우리나라 역시 올해 시범적으로 보급될 80㎾급 연료전지승용차의 가격은 10억원이고 200㎾급 연료전지버스의 값은 30억원이지만, 2008년에는 부품의 국산화 비율을 높여 가격을 절반으로 낮춘다는 계산이다.

2012~2015년경이 되면 80㎾급 연료전지승용차가 5천만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 역시 비싸긴 마찬가지다. 상용화를 하려면 가격부터 다운시킬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수소충전소도 함께 두루 갖춰야 하는데 비용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호주,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이 앞 다투어 수소연료전지 버스를 시범 운행하고 이를 연구하는 것은, 화석 에너지는 가격이 점점 올라갈 것이 분명한 데 반해 수소에너지는 개발이 진행될수록 가격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에너지기술연구원, 현대차 등에서 10여대의 연료전지차를 제작해 보유하고 있다. 수소에너지사업단 김종원 단장은 2008년 정도면 수소 승용차 30대, 수소 버스 4대가 전국을 누비게 된다고 밝혔다. 연료전지 자동차는 연료 생산에서 실제 작동까지 에너지 총 효율이 가솔린 내연기관의 2배나 된다.

전 세계 누빌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앞서 말했듯이 산자부는 2008년까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34대를 시범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얼마 전만 해도 연료전지차는 수소를 추출하는 연료변환장
치를 차 내부에 장착하는 식이었지만, 최근에는 에너지기술연구원이 선보인 충전소처럼 아예 주유소 같이 충전하는 방식을 따른다. GS칼텍스, SK 등 국내 업체들이 충전소 사업에 합류한다.

국산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로는 현대자동차가 2000년 개발한 싼타페 연료전지차와 2004년 선보인 투싼 연료전지차, 기아자동차의 스포티지 연료전지차 등이 있다. 최고 15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정부의 시범 사업으로 보급되는 수소연료전지차도 투싼이다. 한번 수소를 충전하면 300km까지 달릴 수 있다.

세계 각국 정부는 물론 주요 자동차 회사들도 수소연료전지차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70여개 이상의 수소충전소가 있고, 300대 이상의 수소연료전지차가 유럽, 일본, 미국 등을 중심으로 시범 운행되고 있다. 미국은 2009년까지 300여대의 수소연료전지차를 시범 운행한다고 발표했고, 50여 개의 수소충전소 건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도 2010년까지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유럽은 2008년까지 약 250여대의 연료 전지차 시범 사업을 벌인다고 밝혔다. 유럽의 경우, 90년대 중반부터 연구 개발을 진행해 오다 최근 들어 예산을 대폭 확대해 2006년까지 20억9천만 달러를 연료전지 및 수소 에너지 기술 개발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BMW, 포드, GM, 혼다, 도요타 등은 30여종 넘는 수소차를 개발해 일부는 렌탈 서비스로 선보이고, 대부분은 실험용으로 쓰고 있다. 

 / 이루리 기자 pinyroo@nate.com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에너지사업단 김종원 단장
“원천 기술로 상용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

“수소에너지의 중요성이야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절실한 것이지요.”
에너지기술연구원의 수소차충전소 사업의 핵심 인물인 김종원 단장. 그는 화석 에너지는 날로 고갈되어 가고 있고, 여기서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를 앞당기고 있으니 대체 에너지인 수소의 시장성이 얼마나 크겠냐고 되묻는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이 선보인 수소차충전소와 기존 현대차 등이 보유한 충전소의 차이를 궁금해 하자, 기존 충전소는 외부에서 고압 수소를 가져와 충전하는 방식이었던 반면, 에너지기술연구원이 선보인 수소충전소는 생산에서 저장, 충전까지 원 스톱으로 해결한다고 설명한다. 또 핵심 기술인 고순도 수소 생산장치를 단순 모듈화하고 통합, 설계함과 동시에 국내 자체 엔지니어링 설계 기술로 구축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런 추세라면 연료전지자동차와의 연계 발전을 통해 수소 경제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
“수소충전소와 더불어 수소연료전지 차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70여개 이상의 수소충전소가 있고, 300대 이상의 수소연료전지차가 유럽, 일본, 미국 등을 중심으로 시범 운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08년까지 34대의 연료전지차를 보급한다고 발표한 만큼, 뒤처질 수 없다는 방침입니다.”
김종원 단장은 2012년까지 원천 기술을 확고히 해 상용화하는 것이 가장 큰 계획이라고 강조한다. 선진국들도 연구에 열을 올리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상용화를 선뜻 발표하지 못하는 단계에 있음을 놓치지 않고 있다. 전 세계인들이 보는 가운데서 2006 월드컵 당시 대표팀 전용 차량으로 연료전지 버스를 선보인 만큼, 승산이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최익수, www.kier.re.kr)은 에너지 효율 향상과 친환경적 이용 및 실용화를 위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고효율 에너지 기술개발, 화석연료의 환경친화적 이용을 위한 연구, 석탄의 청정 이용 및 합성석유 생산·이용, 수소 경제 사회 구현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 매진하고 있다.
효율적이고 깨끗한 미래 에너지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신소재 개발을 수행함으로써 국가 에너지 정책을 뒷받침 할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아울러 에너지 기술 관련 시험 성능 평가, 산업체 기술 지원, 에너지 분야 전문가 교육 등을 통해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