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피리, 대전의 효자 종목 되기 바런

인터뷰-3년째 마술피리와 함께한 정치용 지휘자

2006-10-19     편집국

3년째 마술피리 지휘를 맡았는데 소감은
마술피리는 잘 알려진 작품으로 어린이나 어른 모두 쉽게 볼 수 있다. 마술피리는 또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어 연출에 따라 모든 게 가능하다. 따라서 지휘자도 연출의 의미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마술피리는 자체제작공연인 만큼 성악가의 경우도 대전사람들을 위주로 했다. 가능하면 합창단이나 오케스트라 모두 대전출신을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토종적인 오페라를 만들기 바란다. 이번 오페라도 80%이상이 대전사람이었다. 어쩔 수 없는 사람만 2~3명 정도 서울에서 초빙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가 대전에서 해결되지 않아 서울에서 데려온 점은 못내 아쉽다.

중점적으로 다룬 부분은
모차르트 음악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모차르트 음악은 그 자체가 독특한데 어법상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게 있다. 이태리 낭만주의 오페라에 익숙한 사람은 굉장히 맞지 않는다. 모차르트는 소박하고 단순히 연주가 이어지는데 소리내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연습할 때 “음악적 표현이 굉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목소리가 필요하다. 라디오 시대 성우 목소리를 들으며 그의 표정을 상상할 수 있었던 것처럼 성악가가 노래할 때도 TV같은 재미를 느껴야 한다. 연기자나 배우처럼 할 것을 많이 주문했다.

이번 자체제작공연을 평가한다면
객석 점유율을 보니 올해 공연은 작년보다 좋은 반응인 것 같다. 매년 같은 작품으로 무대에 올리는 만큼 여러 버전으로 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공간이나 시설들이 오페라를 위해 많이 투자되었기에 아쉬움 점은 없다. 오페라는 1년에 그리 많이 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종합예술이면서도 뮤지컬과는 차별화가 되는 것이 오페라이다. 러시아에서도 ‘빵은 못 먹어도 공연은 보러 간다’고 할 만큼 문화적으로 공연보는 분위기가 확산되어 있다. 물론 여건이 다르고 사회 문화가 다르긴 하지만 우리도 삶의 여유를 갖길 바란다.
바람이 있다면 오리지널 원작대로 커트없이 가자는 것. 전작을 보여줘야 한다. 연기부분을 줄이는 것은 가능하지만 음악은 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원작대로 하면 3시간 정도 공연된다. 대전에도 좋은 성악가, 대전출신 음악인이 있다. 이들을 활용하는 문제도 관건이다. 마술피리는 천재가 만든 불멸의 명작이다. 아이나 남녀노소 모두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심플하면서도 굉장히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진중하고 무거움이 있는 반면 아주 가벼운 것까지 모두 담아낸다. 그 이후 나온 작품도 이만한 것이 없다. 지역에서 이런 작품을 자체제작하는 만큼 효자 종목이 되었으면 좋겠다. 흥행으로도 대성공하길 바란다. 내실이 기해 진다면 남녀노소 누구나가 좋아하는 공연이 될 것이다.

마술피리 제작공연을 마치고
잘되겠지? 잘 될 거야 …
제작공연, 그것도 오페라를 제작하자고 한 것은 2003년 10월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 개관한지 얼마되지 않아서였다. 숨가쁘게 개관기념 공연들을 치른 후 2004년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전의 전당을 대표할 만한 오페라를 레퍼토리화해 매년 무대에 올리자는 회의가 진행됐다. 조석준 관장님과 직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긴 협의 끝에 드디어 자체 제작공연이 계획되었다.

당시만 해도 지역문예회관에서 자체적으로 오페라를 제작해 무대에 올리는 경우가 없었던 터라 더욱 의미 있는 작업이었으며 의욕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일은 어떤 의도와 목표로, 언제 어떤 관객층을 대상으로, 과연 어느 작품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결국 어떤 특정한 계층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 좋겠다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공연 시기도 방학중인 8월에 맞추기로 했다. ‘신화적인 내용과 교훈적인 내용이 있고, 관객들의 인지도가 높아 좋아할 만한 작품’ 중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가 제격이었다. 이렇게 해서 드디어 작품이 결정되었다.

작품이 선정되었으니 이제 절반은 완성된 셈인가? 아니었다. 다만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하는 수많은 높은 산과 깊은 골의 예고편일 뿐이었다.

양질의 공연제작을 위한 파트너, 예술감독을 비롯한 지휘, 연출, 무대제작, 의상제작 등 스텝을 구성하는 한편 출연자를 선정하기 위한 국내외 성악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디션, 오케스트라, 합창단구성과 무용단, 연기자 등 전체 공연을 위해 함께 뛰어야할 많은 대표 선수를 구성해야 한다.

오페라 제작을 위해 구성된 200명에 이르는 이 인원들이 공연이 끝나는 날까지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가기 위한 무대제작과 의상 소품 등 제작과정, 한여름 연습실에서 땀 흘리며 계속되는 연습과 연습 또 연습….

실제 공연이 완성되기 위한 연습과 제작과정이 ‘공연’이라는 호숫가를 노니는 아름다운 백조의 몸통이라고 한다면, 공연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하는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직원들의 많은 작업들, 연습진행, 예산과의 전쟁, 관객확보를 위한 처절한 마케팅, 홍보, 무대진행, 그 많은 서류작업들은 물속에서 정신없게 빨리 돌아가는 백조의 물갈퀴 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정신없이 2개월에 걸친 제작과정이 끝나고 공연 날이 하루 이틀 앞으로 다가온다.
잠이 안 온다. 판매현황이 저조한 것 같은데 관객은 얼마나 찰까. 작품은 관객들이 좋아하는 작품이 나온 걸까. 공연 당일 사고는 없어야 하는데.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할까 등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친다.

2, 3일 제대로 못자고 밤을 보내고 나면 공연 날이다.
복잡한 무대장치와 대도구, 소도구들이 즐비한 무대를 한바퀴 돌아본다. 그동안 고생한 성악가 선생님들, 합창단원들, 오케스트라, 많은 스텝들이 눈앞에서 분주히 지나다니거나 지정된 장소에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잘되겠지? 잘 될 거야….

어느덧 관객들이 객석을 채우고 서곡과 함께 막이 올라간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객석 한 귀퉁이에서 맘 졸이며 바라본다. 성공적으로 공연이 끝나고 객석에서의 박수소리와 커튼콜이 뒤섞이는 과정이 지나고 객석의 불이 켜진다. 안도의 한숨을 쉬어본다.

하지만 겨우 첫 공연. 그 과정을 몇 번 되풀이하고 마지막 날 공연까지 종료가 되면 기분 좋아질까? 아니다. 다시 오페라에 참여하고 제작된 모든 일들에 대한 정산과 서류작업들의 시작이다. 그리고 평갉. 수익은 올렸나? 세상의 대부분의 오페라들이 후원, 협찬이 없으면 적자이듯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의 공연도 제작비에 미치지 못하는 수입이다.

하지만 이 공연을 왜 하였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본다. 대전시민의 문화적 욕구충족과 양질의 공연제공, 여름방학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공연의 제작, 전문공연장에서의 자체 제작능력강화. 하지만 이쯤 되면 ‘괜히 시작했나’라는 후회가 밀려온다. ‘이 고생하며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그러면서 한편으론 ‘또 할 거다’가 공존한다.

이렇게 3년이 흘렀다. 세 번째 해인 올해는 그간의 제작능력과 작품에 대한 인정을 받아서 전국문예회관 기획공연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예산을 지원받고 전석 매진의 기쁨도 맛보았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 훌륭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연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과 무엇보다 그 더운 여름 공연장을 찾아주신 많은 대전시민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참으로 감사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 최대원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은 3년째 오페라 ‘마술피리’ 제작공연을 했고, 10월 19일에 시작하는 스웨덴 말뫼오페라극장과의 공동제작 오페라 ‘아이다’ 공연을 제작하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한 자체제작연극이자 세익스피어 연극 시리즈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해 11월 공연예정인 연극 ‘햄릿’을 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