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재창당이든 통합이든, 이대론 안된다"

2006-10-26     편집국
'10·25 재보선' 또 다시 참패…'열린우리당 간판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인식 팽배
10.25 재보선에서 여당의 참패가 또다시 확인되면서 여당發 정계개편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지난해 이후 네차례 치러진 재보선에서 '0대 40'이란 전패를 기록하게 되면서 열린우리당 간판으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은 25일 밤 "차갑게 굳어진 지지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부족했음을 고백한다"며 역부족을 인정했다.

이어 "나누어 지고 흩어진 지지자들을 통합하기 위해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 최선을 다하겠다. 곧 재창당의 기조와 방향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마련해 정기국회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목희 위원장 "곧 재창당의 기조와 방향 제시할 것"

당차원에서 재창당을 포함한 정계개편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목희 위원장은 "앞으로 정계개편에 대한 정제되지 않은 주장들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만큼, 26일 열릴 임시 비대위에서 그런 문제제기와 관련한 기본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계개편의 방향에 대해서는 "재창당이든, 개혁세력 통합이든, 결국 중도개혁주의를 표방하는 개인과 집단, 세력들이 합의할 수 있는 노선과 비전을 갖고 통합의 길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당 내부의 움직임도 긴박하다. 무계파 초선의원 모임인 '처음처럼'은 25일 밤 긴급 회동을 갖고 재보선 이후 당의 진로를 논의했다. 26일 오전엔 기자회견을 통해 조기 전당대회를 포함한 정계개편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조정식 의원은 이날 오전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4가지로 입장을 정리했다"면서 "선거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이번 재보선 결과는 비상대책위 만의 책임이 아니라 열린우리당이 감당해야 할 공동의 책임"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지도부 인책론에 선을 그었다.

당 일각 "지도부의 무능 확인…거취 스스로 결정해야"

'처음처럼'은 다만 '이대로는 안된다'는 인식이 팽배한 만큼 "내년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늦어도 1월까지 앞당겨 실시하고, 이달 말까지는 기간당원제나 오픈프라이머리, 대의원 구성 문제 등 구체적인 전당대회 준비를 마쳐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특히 내년 전당대회는 "당의 정체성 확립과 함께 새롭고 폭넓은 세력연대를 구축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김근태 의장의 책임론도 거론되고 있다. 친노 직계의원으로 분류되는 조경태 의원은 "이번 선거로 지도부의 무능이 확인됐다"며 "현 지도부는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현재의 지도부가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인데다, 내년 전당대회 때까지 대안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지도부 책임론이 큰 힘을 받기는 힘들 전망이다.

이목희 당 전략기획위원장이 '재창당을 포함한 신당 프로그램 논의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점에서 보듯, 여당發 정계개편 움직임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비대위 산하에 각 계파가 골고루 참여하는 특별대책기구를 만들어 정계개편에 대한 논의를 공식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번 대선을 앞두고 2001년 말 민주당이 '당발전과 쇄신을 위한 특대위'를 만든 것이 본보기다.

'헤쳐모여식 통합' vs '열린우리당 중심의 재편 모색'

다만 정계개편의 구체적인 방식을 놓고 내부 충돌을 빚을 가능성은 높다.

당내 상당수 의원들이 헤쳐모여식 통합에 찬성하고 있는 반면, 친노그룹에선 열린우리당 중심의 재편을 모색하고 있다.

정계개편을 원활히 하기 위해 당청관계에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중도그룹에 속하는 한 의원은 "당청관계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이대로 가면 안되며, 정치적 결단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대표적 통합론자인 염동연 의원은 "현실적으로 제3지대 통합론 밖에 대안이 없다"며 "노무현 대통령도 민주당과의 통합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지역구도 타파에 대한 정치적 신념 때문에 그런 것인 만큼, 대통령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면서 노대통령이 동승하는 통합론을 강조했다.

참정연과 의정연은 다음달 8일쯤 공동으로 토론회를 열어 정계개편에 대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계획이다.

한편,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호남민심의 지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쥐려 하고 있다.

한화갑 대표는 전남 해남.진도 선거에서 채일병 후보가 승리한 것을 확인한 25일 밤 "민주당이 정치개편의 중심에 서서 과거의 민주당으로 거듭 태어나라는 유권자의 지상명령"이라고 밝혔다.

한대표는 이어 "앞으로 정치변화 과정에서 민주당이 앞장서서 새틀을 짜는 데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