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당했다고? 외교부 "우리가 아이디어 제공" 항변

2006-11-03     편집국
"북중미 베이징 회동 결과는 한국이 지적자산 원천, 왼손이 하는 일 오른손이 모르게 했을 뿐"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달 31일 열린 북중미 비밀 3자회동에서 한국이 제외된 것을 두고 "한국 외교가 왕따를 당했다"며 언론과 정치권으로부터 집중적인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 외교부는 적지않이 당황하면서도 이번 베이징 3자회동이 우리가 미국에 제안한 '포괄적접근방안"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우리의 노력을 너무 몰라준다고 야속하다는 표정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번 베이징 3자회동 결과도 우리가 제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해법이 나온 것"이라며 "방코델타아시아(BDA)문제와 관련해 실무기구(Working group)를 구성하기로 한 것은 포괄적 접근방안에서 다 우리가 만든 것"이라고 항변했다.

한마디로 베이징에서 3자회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지적자산 원천'을 제공했고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했을 뿐이라는 것"이라는 것이다.

언론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외교부는 "북미간의 접촉은 응당 의장국인 중국이 해야 할 일이고, 우리 역할은 관계국들이 그런 일을 하도록 떠미는 것인데 우리 언론들이 결과에는 비중을 두지 않고 과정과 형식에 대해서만 지나친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외교부의 논리는 북핵폐기라는 최종적 목표를 위해 "진전이 있느냐 없느냐"는 현실적 관점에서 볼때 일견 수긍이가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6자회담 참가국 가운데 주변국에서 이번에 6자회담이 재개되는데 한국의 노력을 평가하는 목소리는 아무데서도 들리지 않는다.

부시 미 대통령은 베이징 3자회동 결과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며 "중국에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북핵실험 이후 "중국이 협력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중국 정부에 거듭 감사 표시를 전했다.

물론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써 우리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가"는 또다른 중대한 문제다.

국민들은 그 부분에 대한 정부의 능력에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또 이 문제와 직접 연관은 없지만 베이징 3자회동에서 방코델타아시아(BDA)문제에 대한 논의를 놓고 외교부내에서 혼선이 일고 있는 것도 국민들로써는 마뜩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