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농축산물 축제가 불법 야시장으로 둔갑한 사연
농민들 보이지 않고 야시장 상인들만 더운 날씨에 장사도 되지 않는 공터 지켜
2016-08-07 최형순 기자
세종시 농민들의 농축산물을 팔아주기 위해 열린다는 직거래장터에 농민들은 보이지 않고 야시장 상인들만 더운 날씨에 장사도 되지 않는 공터를 지키고 있었다.
이 행사를 총감독한 오창석 PD는“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의 판매를 도와 농가소득 증대에 일익을 담당하기 위해 KBS 탤런트들이 대거 참여해 봉사하는 행사로 기획했다”고 밝히고 있다.
당초 계획은 세종시 90여개 농가와 세종시음식문화 연구회 등 30여개 단체 등 모두 120여개 농가와 단체가 참가비 없이 무료로 참여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행사는 준비단계에서부터 삐걱거렸다. 우선 세종시가 복숭아 성수기에 축제를 없애고 무궁화축제로 흡수해 진행하는데 착안, 기존의 복숭아축제를 흉내내려는 복안이 장소 물색에서부터 난항에 부딪혔다.
고래대와 홍익대 등 여기저기 장소를 물색하다가 결국은 행사가 임박해서야 가까스로 행복도시건설청을 통해 가람동 이마트 앞에 LH로부터 임차토지 사용승낙을 얻어냈다.
세종시의 지원과 기업체들의 협찬을 받아 진행하려던 당초 계획이 어긋나면서 행사자금을 비롯한 직거래 참여 농민, 행사 참가자, 출연진들도 펑크가 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주최 측이 배포한 팜플릿 주요 행사내용에 있는 KBS 중견탤런트 45명 출연, 걸그룹 ANDS를 비롯한 가수등 예술인 150여명 참가, 지역주민 노래자랑, 7080음악회 등으로 구성된 ‘장터공연’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런 계획들은 모두 계획과 팜플릿, 현수막 등으로만 만들어졌을뿐 현장에는 품바공연과 먹거리장터, 1000냥하우스로 대표되는 전형적인 야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이에 대해 오 PD는 “행사를 위해 이벤트회사와 위임장으로 계약을 했는데 그 사람들이 이런식으로 야시장을 끌고 들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5일과 6일 행사장에서 주변 아파트 주민들에게 피해가 갈 정도로 크게 확성기를 틀어 놓고 품바공연 등을 하고 있는 장터 상인들을 만류하고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심지어는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진행되는 불법 야시장을 제지해 달라고 경찰에 신고해 지역경찰이 출동했지만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돌아가 버려 울상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이벤트회사의 입장은 다르다. 이번 행사를 맡아 진행하고 있는 김 모 팀장(49)은 “오 PD가 행사의 행정적인 허가와 전기, 수도, 화장실 등을 책임지고 이상없이 지원하기로 해놓고 준비를 하지 않아 시민들도 찾지 않고 농민들도 떠나버리는 불법행사로 만들었다”며, “행사가 끝나면 자신들도 투자한 비용을 오 PD에게 청구할 예정”이라고 잔뜩 벼르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려 확인차 양측이 작성했다는 ‘위임장’을 확인해 보니 이런 규모의 농축산물 직거래 행사를 하기 위한 계약서라고는 볼 수 없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수기 계약서였다.
이런 과정에서 관할 행정기관들의 반응도 눈여겨 볼만하다. 세종시청 관계자는 “이렇게 무더운 날씨에 각종 음식과 축산물을 야외에서 판매한다는게 위생상 가능한지 이해가 되지 않으며, 임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로 각종 안전대책이 마련돼 있는지 걱정”이라며 첫날 계고장만 발부하고 철수했다.
행사가 열린 이마트 앞 공터의 사용승낙을 해 준 LH의 한 직원은 “토지사용승낙을 해 준게 한국토지주택공사(LH)지만, 갑-을 관계에 있는 행복청의 협조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아쉬워 했다
이 행사의 장소를 제공하게 LH에 협조 공문을 발송한 행복도시건설청 K과장은 “복숭아 철을 맞아 농가들을 위해 장소를 승인할 수 있도록 LH공사에 협조공문을 보내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과장은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직거래장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취재하러 온 기자들에게 막말을 서슴치 않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A기자에게는 ‘사이비기자’운운하며 “뭐 이런 게 다 있어”라 하고, B기자에게는 “야! 여기봐”라고 반말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한편 이 사안에 대해 세종시와 인근 주민들도 원성이 자자하다. 도담동에 사는 C씨(41)는 “어이가 없다. 이젠 지역경제 갉아먹는 불법 야시장이 하다하다 농축산물 축제로 둔갑해 세종시 중심에서 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청주에 살면서 세종시로 출퇴근하는 D씨(26)는 “얼마전 중봉리 다리 밑에서도 불법 야시장이 열려 문제가 된 적이 있고, 청주에서도 탈북자 어쩌구하는 곳에 허가를 줬는데 결국 야시장이었다”며, “차라리 조치원전통시장에 저런 야시장 말고 진정한 야시장을 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첫날 직거래 행사에 복숭아를 팔러 왔다가 2시간 만에 철수한 전의면에서 온 E모씨(여.60)는 “농민을 위한 행사라고 해서 참가했는데, 와보니 야시장 들러리였다”며 불만을 표출하는 일도 있었다.
시작 전부터 떠들썩하던 이번 행사가 어떻게 열리게 됐으며, 본래의 기획 의도와는 달리 야시장으로 전락한 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로 처벌하고, 앞으로는 이와 같이 세종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선량한 농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관련기관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