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교육청, 핀란드의 교육발전 원동력‘신뢰’

실천 가능한 의제부터 사회적 합의 이끌어내야

2016-08-23     최형순 기자
핀란드 에스푸시 … 학교는 아이들의 정체성과 생활반경을 넓히는 중요한 장소

에스푸시는 핀란드 인구 26만여 명의 젊은 교육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대학 이상의 학력을 소지했고, 인구의 약 20%가 15세 이하다.
젊은 교육도시로 나아가고 있는 세종시와 어찌 보면 이 같은 지표에서 유사한 면을 갖고 있다. 젊은층의 지속가능한 자기계발과 참여, 어르신들의 정주여건 개선 등도 숙제로 안고 있다.

교육도시로서 나아가는 길목에서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지난 2013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첫 번째 국제 배움도시로 지정된 바 있다. 유럽서 가장 지속가능한 발전 도시로도 주목받고 있다.

유치원부터 초‧중등 과정의 종합학교(1~9학년)까지 1000여명의 아이들이 외국어 특화 교육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민과 함께 성장하는 종합 교육기관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아이들은 오후4시까지 메인센터를 중심으로 자전거 또는 도보 이동이 가능한 4개의 보조센터를 오가며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코딩과 모델링, 전자기계, 로봇, 디자인, 창조적 글쓰기 등 모두 30여개에 달하는 클럽 활동 등 자기계발의 시간을 스스로 택해 움직인다.

지역민들은 아이들이 수업을 마친 오후 4시 이후 도서관과 회의실 등의 주요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은 특별한 공휴일을 제외하면 연중 무휴로 운영되고, 카드만 있다면 언제든지 시설 내 출입할 수 있다.

관리인을 별도로 두지 않아도 도난이나 이용자간 마찰 등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설명. 이것 역시 신뢰하는 핀란드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는 대표적 요소다.

까다로운 사용 신청서 제출과 비용 지불을 전제로 두고 시설을 대여하는 세종시 등 국내 학교들과 차별화된 요소다.

안느 마리 라포(Anne-Marie Rapo) 교장은 “학교는 지식을 얻는 곳이 아니다. 아이들의 정체성을 찾고 생활반경을 넓히는 중요한 장소”라며 “배움의 즐거움을 찾을 수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취도 높은 학생은 교실 밖으로… 부진한 학생들이 함께 나아갈수 있도록 지도

부진한 학생들이 교실 밖에서 벌을 받거나 수업시간에 겉도는 모습은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확인할 수 있는 풍경들이다.

하지만 핀란드에선 정반대의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카이사 티카(Kaisa Tikka) 올라리(Olari‧1990년 설립) 중‧고교장은 “성취도 높은 학생들을 교실 안에 계속 붙잡아둘 이유는 없다”며 “오히려 부진한 학생들이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지도하는데 역점을 둔다”고 말했다.

중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마치고 올라온 고등학교가 자신의 미래에 적합한 직업 선택의 장이 되도록 믿고 기다려주기에 가능한 일이다.

올라리 고교 학생회장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다른 등급에 있다기보다 서로를 친구처럼 생각한다”며 “선생님들과 주기적인 미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점을 보완 한다”는 말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 학교가 자랑하는 알토 대학과 연계 협력 프로그램은 대학 진학의 꿈을 키우고 자신의 적성을 발견해가는 과정이다. 기업들이 활용 가능한 제품을 직접 제작해보기도 한다.

로봇시스템 등 모두 5~6개 협력 프로그램이 있는데, 한 학기당 2~3회 주기의 주간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 고교 3년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는 유치원으로 말하면, 초등 1학년 진학 전 체험하는 프리-스쿨의 개념이라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별도의 진학 가산점 등이 없는 고교 교육 과정의 하나일 뿐이다. 스스로 알토 대학 입학의 꿈을 키워갈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이 학교의 24년차 교사는 “알토대학과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에 대한 환상보다는 실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교육적 효과를 언급했다.

핀란드서 배운 가치… ‘평등과 다양성 존중, 신뢰’의 메시지

핀란드가 짧은 기간 던져준 ‘평등과 다양성 존중, 신뢰’의 메시지, 지역 사회 구성원이 함께 책임지는 교육 시스템의 장점을 세종에서 실행해야할 시점이 온 셈이다.
정광태 소통담당관은 “핀란드에서 느낀 감동과 부러움, 변화의 욕구가 머릿속 생각에 그쳐선 안 된다”며 “접목 가능한 정책을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시작되는 고교평준화와 초등학교 일제 고사 폐지 등을 점진적 혁신 정책의 핵심 사례로 제시했다. 더불어 캠퍼스형 고교 도입과 혁신학교 문화 확산, 아이 중심의 학교 건축물 건립, 유아교육 혁신 등의 미래 과제 이행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최교진 교육감은 “핀란드도 세계가 부러워하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갖추기까지 적잖은 사회적 반발에 직면했다”며 “평균 연령 31.4세의 젊은 도시 세종은 교육 자치와 혁신을 선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지역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내심과 소신을 가지고 사회적 합의를 하나하나 일궈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