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독(魚毒)을 풀어주는 최고의 향신료 초피나무

지산 배종진의 웰빙 약초 활용법

2006-11-10     편집국

초피나무 잎과 줄기를 돌멩이로 으깨어 흐르는 냇물에 풀어  놓으면 얼마 있지 않아 기절을 한 물고기가 물위로 떠오르는데 이 때 두 손을 모아 물고기를 잡고 놀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초피나무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은 머릿속에 생생히 각인되어 오랫동안 지울 수 없었는데 초피나무에는 경련을 일으키는 크산록신(xanthoxin), 마비시키는 크산록신산(xanthoxinic acid), 캄페스테롤(campesterol), 디메틸에테르(dimethyleter)성분으로 인해 물고기가 일시적으로 기절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약초공부를 하고 나서이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초피나무 열매를 각종 요리에 넣는 향신료로 활용해 왔고 진시황도 살아 생전에 즐겨 먹었다고 하며 왕비의 거실을 다산(多産)의 의미로 초방(椒房)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초피나무 가지에 수십개의 열매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 남미사람들은 초피나무 열매를 곱게 가루 내어 커피에 넣어서 먹고 일본은 대량으로 재배, 외국에 수출하여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톡 쏘면서도 시원하고 맵고 상쾌한 맛으로 인해 추어탕이나 생선요리에 넣어 비린내와 독성을 제거하는 향신료로 애용해 왔다.

많은 사람들이 초피나무와 산초나무를 혼용하여 사용하거나 똑같은 종으로 보지만 식물학적으로 엄연히 다르다. 산초나무는 잔토실럼 쉬니폴리엄(Zanthoxylum schinifolium)이고 초피나무는 잔토실럼 피페리텀(Zanthoxylum piperitum)인데 향신료로 쓰이는 것은 ‘후추같은’ 뜻의 피페리텀이 붙어 있는 초피나무이다. 우리가 초피나무와 산초나무를 혼동하는 것은 일제시대 전후로 발간된 대부분의 책자에 초피나무와 산초나무를 구별하지 않고 산초나무라고 쓰여 있는데다 일본사람들이 초피나무를 산초(山椒)라고 부르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유사종으로 서울, 경기, 강원도 산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초나무, 큰 잎이 붙어 있고 제주도에 자생하는 왕초피나무, 가시가 없는 민산초나무, 가시가 작고 둥근 잎이 달리는 전주산초나무, 털이 많은 털초피나무가 있다. 

초피나무는 성질이 뜨거워 속을 따뜻하게 하고 기를 내리며 양기를 돕고 소화를 잘되게 하는 약리작용이 있고 오래 장복하면 눈이 밝아지고 안색이 좋아지며 머리털이 검어지고 갖가지 질병이 예방된다. 생선 독에 중독되었을 때는 해독제로, 옻이 올랐을 때는 잎을 물에 달여 환부를 씻든지 껍질 삶은 물로 목욕을 하면 금방 효과가 나타난다. 벌에 쏘이거나 뱀에 물리면 잎과 열매를 비벼 붙이고 종기에는 잎으로 즙을 내어 바르면 된다. 가시가 많아 울타리로 심으면 악귀가 침범하지 않으며 노인들이 초피나무로 지팡이를 만들어 짚고 다니면 병마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에는 항암효과를 비롯 식중독 예방과 치료, 피부미백 및 노화방지 효과가 뛰어 난 것으로 입증되어 이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동의보감」에는 초피나무 열매에 대해 “맛이 맵고 독성이 없다(약간 있기도 하다). 속을 따뜻하게 하고 피부에 죽은 살을 되살아나게 한다. 육부에 있는 한냉기운을 없애고 성기능을 높이며 음낭에서 땀나는 것을 멎게 한다. 허리와 무릎을 덥게 하고 오줌 횟수를 줄이며 기를 내려가게 한다. 잎은 신(腎)과 음낭이 켕기면서 아픈 것을 낫게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고「본초강목」에는 “씨앗은 성질이 차고 맛은 쓰며 12가지 수종(부종)을 낫게 한다. 오줌을 잘 나가게 하며 수고(水蠱)를 낫게 한다. 오줌으로 뱃속의 물을 내보내는 효과가 제일 빨리 나타난다”라고 쓰여 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초피나무야말로 독특한 향과 품질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고 최근에는 에이즈균도 죽인다는 학설도 있다. 초피나무를 집주변에 몇 그루 심어 놓으면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보기도 좋고 열매는 소득원이나 약용·식용으로 훌륭한 약초중의 하나이다. 번식은 씨앗이나 접붙이기로 하는데 9월에 새까만 씨앗을 모래에 가매장했다가 늦가을이나 이듬해 봄에 파종하면 된다. 공해에 약하고 스트레스에 민감하기 때문에 이식을 할 때는 분을 떠서 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하면 된다.

초피나무의 약효와 활용법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o 어독을 풀어주는 최고의 향신료
초피나무는 민물고기, 생선, 육류의 비린내를 제거하고 어독(魚毒)을 풀어주며 독특한 향은 잃었던 입맛을 되살아나게 한다. 열매 과피(씨앗을 같이 써도 무방)를 가루 내어 추어탕, 생선조림, 국에 3g(티스푼 반절정도)을 넣어 먹는다. 초피나무 잎이나 배초향(방아잎)의 줄기와 잎을 넣어도 된다.

o 부종

부종으로 배가 불어나서 숨이 차 누워있지 못할 때는 초피나무 열매를 가루 내어 1일 3회 3~4g을 먹는다.

o 결핵균 및 기생충 제거
「본초강목」에는 “노채충(勞蟲 결핵균)과 고독(蠱毒)을   낫게 하고 모든 기생충을 다 죽인다. 열매를 달여서 먹거나 환약을 만들어 먹는다. 가을에 열매를 고련근(멀구슬나무 뿌리)과 2:1비율로 환을 지어 1일 3~5알을 먹으면 설사가 나면서 시충(尸蟲)이 다 빠져 나온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o 치통 및 치주염
치통으로 몹시 아플 때는 초피나무 열매에 식초를 몇 방울 넣어 달인 물로 양치질을 하거나 노봉방(露蜂房 말벌집)을 같은 분량으로 하여 가루 내어 1회 8g 정도를 소금 한 숟가락과 함께 물에 달여 양치한 다음 뱉어 버리거나 열매 1~2알을 씹기만 해도 치통이 없어진다.
o 대머리 예방 및 치료
평소 머리털이 많이 빠지거나 대머리 초기에 초피나무 잎을 짓찧어 수시로 머리에 바르면 된다.

o 야맹증, 각막염 등 눈병
밤눈이 어두울 때는 초피나무 열매를 가루 내어 환을 지어 1일 3회 3~5알씩 복용하고 각막염 등 각막 혼탁증에는 초피나무 수액(초피나무에 상처를 내면 수액이 나옴)을 살짝 볶아 불에 태워 가루 내어 꿀에 섞어 눈에 한두방울 넣어주면 된다.

o 임파선염, 임파선 부종 등 임파선 질병
초피나무 줄기와 잎을 말려 1일 10~20g을 달여 먹거나 초피나무 수액을 채취하여 1일 3~5g을 물이나 꿀에 풀어 먹는다.

o 해수, 천식
가래가 끓고 기침이 심하거나 숨이 찰 때는 초피나무 열매로 기름(산초나무 열매 기름을 대신해도 무방)을 짜서 1일 3회 한 숟가락씩 복용한다.

o 딸꾹질
순간적인 딸꾹질은 숨을 잠깐 멈춘다거나 혀를 앞으로 길게 내밀고 잠시 있으면 멈추지만 위장이 허약하여 생긴 딸꾹질은 수시로 발생하고 좀처럼 그치지 않는다. 초피나무 뿌리를 50% 이상의 술에 2~3일 정도 담가 두었다가 우려낸 물을 몇 방울 마시면 그친다.

o 뼈마디가 차고 아플 때
초피나무는 한습(寒濕)으로 인해 뼈마디가 저리고 아프거나 각기병에 좋다. 초피나무 열매로 환을 만들어 1일 3회 3~5알씩 먹거나 초피나무 열매를 베주머니에 넣은 다음 뜨끈뜨끈한 아랫목(요즘은 전기장판도 가능)에 베주머니를 놓고 맨발로 올라가 있으면 한습이 빠지면서 치료된다.

o 복부 냉증 또는 찬 것을 너무 먹어 적냉이 생겼을 때
얼음과 눈 등 찬 것을 많이 먹어 적냉(積冷)이 생겨 명치 밑이 아프거나 복부냉증에는 초피나무 열매를 술에 달여 즙을 내어 먹거나 가루 내어 1일 3회 3~5g을 복용한다. 열매 49알을 좁쌀죽에 하룻밤 담갔다가 공복에 복용한다.

o 타박상, 요통 등
여름철에 잎이 붙은 연한 가지를 잘라 그늘에서 말렸다가 가루 내어 계란 흰자위와 밀가루를 혼합하여 화장 크림처럼 만들어 동상. 타박상. 요통. 근육통. 종기 등에 바른다.

o 기타
초피나무는 각종 암, 허약체질 개선, 탈항, 바이러스성 질병, 수족 냉증, 중풍 예방, 손발마비, 입맛이 없고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때, 구토, 이질, 위염, 여성의 자궁출혈, 자궁염, 건선 등 피부병에 좋다.

1956년 백두대간의 줄기인 함양 백운산과 전북 장안산아래 번암면 동화리에서 태어나 어른들로부터 야생열매와 약초를 채취하는 방법을 배우고 자랐다. 현재까지 산을 벗삼아 생활하고 있는 산꾼으로 2004년부터 여러 잡지에 ‘약초의 효능과 활용법’에 관한 글을 연재하고 있고 대학원에서 ‘산야초감별법’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실생활에 유익한 토종약초 활용법’,‘백두대간 약초산행’,‘약초생활’등이 있다. 자생약초 연구가, 지산약초원 원장,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원 제약학과 박사과정 수학 중이며 성균관대학교 경기의약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