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 상 받은 강진원 기자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선정
TJB ‘대한민국 위성독립시대를 연다’
위성독립만세 외친 2000일간의 기록
TJB 대전방송이 창사 11주년 특집으로 지난 8월 5일, 12일 방송한 2부작 다큐 ‘대한민국 위성독립시대를 연다’(연출 강진원, 촬영 송창건)가 방송위원회로부터 9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으로 선정되었다. 99년 발사된 아리랑 1호에 비해 지난 7월 28일 쏘아 올린 아리랑 2호는 국내 주도 기술로 일궈 낸 놀라운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TJB 강진원 기자 팀은 아리랑 2호의 2000일간의 역사적 제작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했고,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10월 17일 방송위원회로부터 상을 받은 강진원 기자를, 이틀 후 만나기로 약속했다.
위성 관련 프로그램이다 보니 주 촬영 무대가 프랑스, 러시아 같은 우주 선진국이 될 수밖에 없었다. 외국 취재를 많이 다녀야 했고 외국의 방문 기관과 업체들을 일일이 섭외해 취재를 요청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는 회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힘든 일이었다고 회상한다.
“한 두 나라가 아니다 보니 한국에서부터 준비할 때 언어도 그렇고, 워낙 전문적인 부분이라서 사전 취재가 쉽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나사, 중국의 로켓 제작사를 취재하려고 했지만 허락이 떨어지지를 않았습니다. 다행히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는 운 좋게 모든 것을 원하는 만큼 취재할 수 있었지요.”
위성을 우주에 쏘아 올리는 발사체를 흔히 로켓이라고 하는데, 이 로켓은 그야말로 전 세계가 숨기는 핵심 기술이다. 로켓에 위성을 싣는다면 그냥 로켓이지만 핵을 싣는다면 미사일, ICBM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로켓 기술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데, 국내외 모두 협조를 받기가 어려웠다. 강진원 기자는 이 과정에서 취재를 강행할 경우, 한국의 로켓 사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엄포도 들어야 했다.
“흔히 다목적 위성이라고 말을 하는데 아리랑 2호는 해상도 1m급 관측 위성입니다. 이 말은 685km 우주 상공에서 지상의 1m 크기를 최소 단위로 인식하고 촬영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그럼 왜 그렇게 우주에서 관측을 하려고 할까요? 이런 얘기를 해도 되는지 모르지만 군사, 정찰의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2,633억원을 들여서 우주에 위성을 띄울 이유가 있을까 싶습니다.” 그의 말처럼, 아리랑 2호는 건물은 물론 자동차까지 식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할 때 우리는 지금껏 위성 정보를 미국, 일본에서 얻어 왔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아리랑 2호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라 보고 있다. 1m급 위성은 세계적으로는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일본, 이스라엘만이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1m급 위성을 한반도 정찰용으로 이미 2기 띄워 놓고 있는 상태다.
이 땅에서, 우리 로켓으로, 우리 위성 쏘아 올릴 그날까지
핵심 기술로 알려진 고해상도 카메라의 경우 이스라엘과의 공동 개발로 추진되었다. 예술 작품과 다름없는 고도의 정밀성으로 인해 개발 일정이 다소 지연되기도 했다. 연구원 모두가 대한민국의 ‘눈’을 만든다는 신념 아래 불철주야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피소드는 셀 수 없이 많겠지만, 한두 가지만 들려 달라고 부탁해 보았다.
“2001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해 전쟁을 벌였을 때, 한국의 엔지니어 열 서너 명은 이스라엘에 3~4년 동안 파견되어 위성 카메라를 제작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저도 10여 일 동안 현장을 지켜봤는데 한국 최고의 광학 전문가들이 위험한 나라에서 자취 생활을 하면서도 일에 몰두하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우리나라 젊은 연구원들의 땀과 의지는 불가능을 가능케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믿게 되었죠.”
이어 강진원 기자는 2004년 3월 당시의 살벌한 경험도 들려줬다. 아리랑 2호의 위성 카메라를 공동
개발 중인 이스라엘을 취재차 또 방문했다. 당시 팔레스타인 지도자를 이스라엘이 저격해 연일 테러가 발생하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국정원에서
순례 여행조차 막을 정도였다.
“출국하는 공항에서 카메라 기자와 2시간여
동안 개별 심문을 받았습니다. 두 명의 요원이 우리를 떼어놓고 1시간 동안 거의 백여 가지 질문을 한 뒤 다시 교차로 질문해 답변을 맞춰
보았습니다. ‘어디를 갔다 왔느냐’, ‘누구를 만났느냐’, ‘짐은 어디서 쌌느냐’, ‘짐 싸는 걸 누가 봤느냐’는 물론, 심지어 밥 먹은 장소,
시간도 물어보았습니다.” 거친 상황 탓이었는지, 이스라엘에 위성 취재차 입국한 첫 번째 한국 제작진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당시 기억을
잊을 수 없는 일화로 꼽고 있다. 또 위성 발사장인 러시아 플레세츠크까지의 기차 여행도 만만치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7월 25일인가. 한참 더울
때 에어컨도 제때 나오지 않는 기차를 타고 좁은 공간 속에서 무려 18시간을 이동해야 했단다. 딱딱한 빵이 제공되는데 거의 나무토막 수준이었다.
팔팔한 대학생 배낭여행이라면 모를까, 아주 지난한 시간이었다.
이러한 2000일 동안의 과정을 거쳐 ‘대한민국 위성독립시대를 연다’가 탄생했다. 끝으로, 이런 고생을 또 하고 싶을까 하는
질문을 던졌더니, 단호한 답이 돌아왔다. 앞으로 발사될 아리랑 3호, 5호에도 관심이 많다는 강진원 기자. 그는 우리나라 우주개발 전도사도 되고
싶고, 때로는 잘못된 부분을 강하게 질타하는 감시자도 되고 싶다.
“대한민국 최대 우주개발 프로젝트가 ‘우리 땅에서 우리 로켓으로
우리 위성을 쏘아 올린다’ 는 것인데, 멀지 않은 장래에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서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역사적인 현장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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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루리 기자 pinyroo@nat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