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인권결의안 찬성" 장고 끝에 악수?

2006-11-17     편집국
정부 "핵실험 뒤 北 인권 관심 고조 반영해 찬성키로" … 전문가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조용한 행보를 걸어온 정부가 방침을 '확' 바꿨다. 17일 새벽에 있을 예정인 UN총회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기로 한 것.

그동안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 지난 2003년 이후 4차례 상정된 UN차원의 북한인권 개선 결의안 표결에 불참하거나 기권해왔다.

▣ 정부, 왜 입장 바꿨나?정부는 북한 인권상황과 관련해 말을 아껴왔다. 말보다는 행동이 북한 인권개선에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즉 쌀과 생필품 등을 지원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의 '생존권적 인권'을 보호하는 한편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통해 '정치적,시민적 인권개선'으로까지 연결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남북간 다양한 교류협력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왔다.

따라서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한국정부는 '남북간 특수상황'을 내세워 그동안 불참 내지 기권하는 등 '모호한'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표결에서는 '찬성'입장을 밝히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북한 핵실험 이후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고조된데다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문제의 중요성이 국제사회에서 강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또 "반기문 전 외교부장관이 차기 유엔사무총장으로 선출된 것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면서도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강화되고 있는 점을 전반적으로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미국이 참여를 요구해온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정식가입하지 않기로 한데 따른 국내 보수여론의 반발도 감안됐다는 후문이다.

▣ PSI에 이어 북한 인권표결도 외교부 · 통일부 대립하지만 정부가 '찬성'으로 입장을 정리하기까지 정부 부처간 갈등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를 중심으로 한 찬성론과 통일부가 주축이 된 반대론이 막판까지 팽팽히 맞섰다.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 청와대에서 관련부처 회의를 열었는데 외교부와 통일부의 입장이 마냥 평행선을 긋자 노무현 대통령이 '일단 보류하라'는 지시를 내릴 정도로 입장조율이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외교부는 명분을 내세워 찬성입장을 내세웠고 통일부는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실리차원에서 반대론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결국 팽팽하던 대립은 막판 노 대통령이 나서면서 찬성입장으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 방침 발표이후 "국제사회의 우려에 공감을 표시하는 정도"라며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밝혀 정부내 입장정리가 쉽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 전문가 "굳이 찬성할 필요있나?"그러나 정부의 '고뇌에 찬 결단'에 대해 북한인권문제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선언으로 모처럼 마련된 '대화 분위기'를 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UN인권결의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북한의 인권개선에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만큼 '득은 없고 실만 될 수 있다'는 논리로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세종연구소 홍현익 연구위원은 "북한 인권 결의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찬성표는 현시점에서 북한만 자극할 뿐"이라고 평가했다.

홍 연구위원은 또 "한국이 그동안 북한인권 표결에서 기권할 수 밖에 없었던 특수상황을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이번에도 기권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이 국제사회의 인권문제 제기에 대해 그동안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북한의 국제사회의 문제제기에 대해 "미국이 주도하는 반공화국 책동"이며 "주권침해이자 내정간섭"으로 간주해왔다. 미국이 북한 체제를 전복시키기 위해 인권문제를 이용한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따라서 한국정부가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질 경우 북한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반발은 결국 남북관계의 냉각으로 이어질 우려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