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로 잘된 후보없다" 편지 노림수는?
2006-12-05 편집국
| 노 대통령 서신, 김근태 의장 등 통합신당론자 비판세력 결집 효과 |
노무현 대통령은 해외 순방중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출국 직전 써놓고 간 '당원들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장문의 편지가 열린우리당을 흔들어 놓고 있다.김근태 당의장의 청와대 만찬거부 이후 여당 비대위와 청와대간의 치고 받는 공방전은 대통령의 해외순방 기간에는 잦아들 것으로 예상했다. 여당 지도부인 비대위가 대통령 해외순방 기간에는 정계개편과 관련한 논쟁을 자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당 지도부가 의원들을 상대로 정계개편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로 하자, 노 대통령이 이를 기다렸다는 듯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편지가 공개된 것이다. 당지도부, 대선후보 희망자, 의원들만이 당 진로 결정해서는 안돼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 서너 차례의 편지 형식을 빌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의한 바 있다. 이 때문인지 여당의 한 의원은 "대통령의 편지가 끝이 아니라 시작일 것"이라며 대통령의 편지가 몰고 올 파장에 대한 우려를 심각하게 나타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흔들기' 때문에 국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고 인사권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고 한나라당에 대한 포문을 여는 것으로 편지를 시작했다. 이어 국정표류가 반복되는 구조적인 문제는 지역구도하의 다당제와 결합된 여소야대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이런 지역에 기반한 여소야대는 정권을 잡기위한 인위적 정계개편 때문이라며 지난해 대연정을 제의했던 이유도 이런 지역구도를 깨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 부분에서 열린우리당의 정계개편 논의로 초점을 이동해 자신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여당 지도부를 비판한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정책적, 역사적, 법적 정체성을 유지, 변화, 발전시키는 정계개편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혀 범민주세력 대통합을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지금 여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통합신당은 무엇을 지향하는지에 대한 답은 없고 민주당이나 특정 인물이 통합의 대상으로 거론될 뿐이어서 결국 구(舊) 민주당으로의 회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는 말로 당내 신당 논의가 잘못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대통령과의 차별화로 잘 된 대선후보 못봤다노 대통령은 특히 "당의 진로와 방향은 당 지도부나 대통령 희망후보자, 의원 여러분만으로 결정할 수 없다"며 "저도 당원으로서 당의 진로와 방향 등에 대해 참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부분은 당의 진로는 당이 결정할테니 당원인 노 대통령은 빠지라고 말한 김근태 의장에 대한 정면 반박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또 "현직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에 부담을 느낀 대통령 후보들이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앞장섰지만 이런 차별화는 당 지지도나 대통령 후보들의 지지도를 올리는데 아무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통해 대선주자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려는 김근태 의장에 대한 경고 메세지로 들리는 대목이다. 당의 공식 반응은 우상호 대변인을 통해 나왔다. 김근태 의장 등 지도부의 의중을 대변할 수 밖에 없는 우상호 대변인은 "우리당은 창당 초심을 되살려 국민 여론을 수렴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당이 알아서 잘 할테니까 걱정하지 마시라'는 뜻으로 노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가득 묻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GT측,"당원 한 사람의 발언일 뿐" VS 친노,"대통령 생각 전적 동감"김근태 의장측은 말을 아끼면서도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의 발언을 받아들이겠다"며 애써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그러면서도 "노 대통령은 왜 지지자들이 떠나갔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뼈있는 한 마디를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에 반해 친노그룹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대통령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적극 환영하고 나섰다. 이화영 의원은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가면 당내 상황 복잡해 질 것"이라고 김 의장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은 매주 화요일 비대위 심야회의를 진행한다. 따라서 5일 밤 열리는 비대위에서는 '대통령의 편지'에 대한 '답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열린우리당 비대위는 노무현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계기로 청와대와의 싸움을 접고 의원들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를 통해 정계개편의 진로와 방향 등을 결정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4지선다'식 설문조사로 정계개편 방식을 정하는 게 과연 옳으냐 하는 문제제기가 친노 진영은 물론 통합신당 찬성 의원들 사이에서도 나왔다. 이런 와중에서 노 대통령이 비대위의 설문조사와 이에 대한 비판을 미리 예상한 듯 "당의 진로와 방향은 당지도부나 대통령 후보 희망자, 의원만으로 결정해서는 안되"며, "당헌에 명시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정통적이고 합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인 편지를 출국직전 작성했다. '신당 세몰이' 저지에 효과? ... 중진그룹 움직임 주목노 대통령이 편지를 통해 밝힌 문제의식 자체가 틀린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나간 과거와 지금 열린우리당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은 측면도 있다. 현재 열린우리당내에서 신당파로 분류되는 의원이 백여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큰 틀에서는 통합신당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침묵을 지키며 관망하는 의원들이 다수다. 노 대통령의 편지는 이런 중도파 의원들을 '최소한' 중립지대에 계속 머물게 하면서 김근태 의장과 비대위에 비판적인 당원들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문희상, 유인태, 배기선, 원혜영 의원 등 정치적 경륜과 무게가 있는 당중진들과 중도파 의원들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최근들어 부쩍 모임 횟수를 높여가고 있다. |
노무현 대통령은 해외 순방중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출국 직전 써놓고 간 '당원들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장문의 편지가 열린우리당을 흔들어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