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노사문화 정립 & 아름다운 노사관계

한미타올 심문길 부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2005-10-10     정해길 기자

   
▲ 한미타올 심문길 부사장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 자리 잡은 한미타올. 그곳에서 근무하는 심문길(73) 부사장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이 못지않게 활동이 왕성하다. 틈만나면 독서하고 서신교환으로 맺어진 중국인 친구와 일본 역사 선생에게 우리나라 역사를 바르게 알려준다. 심부사장은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했지만 경남 함안이 고향이다.

기자가 심부사장과 대화를 하면서 느낀 점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고 정의감이 남다르며 애국심이 매우 강함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 모두가 윤택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모든 직장에서 노사문화가 꽃 피울 때 가능하다고 말하는 심부사장의 내면을 알아본다.

노동 3권은 아직도 저항권인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군사정권시대를 거쳐 오면서 노동운동이 곧 민주화 운동이라는 인식에 젖어 노동조합 운동가들에게 노동 3권이라는 것은 저항권같은 비장한 의미로 인식되고 있으며 작금의 노동운동은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표출되고 있는 듯 하여 노사관계의 전망은 결코 밝지만은 않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여전히 노동운동은 곧 좌파운동이라는 냉전적 사고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하고 있어 대립적이고 소모적인 노사관계가 참여하고 협력하는 사회 통합적인 노사관계로 탈바꿈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2년 노동교육원에서 실태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노사관계를 가장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 것이 바로 노사간 상호불신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얼마전 텔레비전에서 네덜란드의 노사정위원회가 포기하지 않고 끝내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바로 이런 노사문화가 선진 노사관계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권리만 말해야 하는 반신(半身) 노동조합

나는 감히 우리나라의 양대 노동조합에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앞으로는 노동조합이 남의 눈치보지 않고 소신껏 노동운동을 하려면 지금보다 몇 갑절 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하고 싶다.

2001년 일본 나고야에 있는 제법 규모가 큰 제조회사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마침 임금 교섭이 한창인 ‘춘투’ 때였다. 현장을 안내 받다가 그 회사의 노동조합 사무실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이런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생산은 협조하고 분배는 협상한다’ 떳떳이 일하면서 본연의 임무인 생산은 협조하고 분배는 협상하겠다고 당당히 선언하는 노동조합이야 말로 참으로 용기 있고 멋있는 노동조합이 아닌가 생각한다.

2002년 대전에서 열린 경총후원의 ‘주 40시간 근로시간 단축 토론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때 발표자 한분이 ‘노동운동의 역사는 한마디로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이며 ‘일자리 창출과 국민생활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근로시간 단축이 꼭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조사된 자료를 인용해 ‘일본의 경우 노동시간을 한 시간 줄였더니 생산성이 시간당 3.7% 향상되었다’는 선례가 있어 작업시간을 단축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나는 이런 외국의 선례가 우리나라의 노동현장에서 그대로 재연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더 심각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여 협력적 노사관계가 구축되지 못하고 있는 풍토에서 회사의 어려움을 생산성 향상으로 극복해 나가자는 노동운동에 나설 노조가 과연 얼마나 있을런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노동교육원 조사내용을 보면 연봉제보다는 성과 배분제가 바람직하다고 노사 모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실제 모습은 아니다. 말로는 성과급이 바람직하다고는 하지만 막상 성과급을 도입하고자 하면 노동조합에서는 이를 노동 강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해 반대하는 경향이 강하다. 생각과 현실에는 엄연한 괴리가 있는 것이다.

냉전적 사고에서 탈피해야

매년 되풀이 되는 임금 교섭 때마다 사용자 측에서는 인상기준으로 회사의 지불능력과 노동생산성을 이야기하고 노동조합 측은 생계비와 물가 상승을 이야기 한다. 서로 끝도 없는 평행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서로의 주장을 인정하는 양시쌍비론에서 출발하여 서로의 모순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임금교섭은 너무도 낭비 요소가 많고 서로의 출혈이 심하여 매년 후유증으로 엄청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이다.

자본주의는 이제 세계적인 이념이 되었다. 프란치스 후쿠야마가 주장하는 것 같이 자본주의의 세계화가 나름대로의 장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가 주장하듯 완성된 가치는 아니다. 인간성을 상실케 하고 환경을 파괴하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는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동전에 양면이 있듯이 노사문제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화로 풀지 못하는 것은 힘으로도 풀지 못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사회적 합의를 찾아 나서는 노사간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노동계에서는 이제 임금인상 작업시간 단축 등 권리의 주장 뿐 아니라 회사를 살리는 생산성 향상 같은 운동도 과감히 병행 실천해 나가야 한다. 대화와 상대 존중정신으로 문제를 풀어 나간다면 반드시 보다 좋은 복지사회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노사 모두는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심부사장의 모습에서 꼭 실행되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