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2007-01-04     한선화기자
새     해  
                               <구  상 >
새해 새아침이 따로 있다드냐?

신비의 샘인 나날을
너 스스로가 더렵혀서
연탄빛 폐수를 만들 뿐이지
어디 헌 날, 낡은 시간이 있다드냐?

네가 새로워지지 않으면
새아침을 새아침으로 맞을 수가 없고
결코 새날을 새날로 맞을 수가 없고

너의 마음안의 천진(天眞)을 꽃피워야
비로소 새해를 새해로 살 수가 있다.


*구상(1919~2004). 함남 원산 출생. 1946년 시지 <응향凝香> 사건으로 필화를 입고 월남. 시집으로 『具常』,『焦土의 詩』,『말씀의 實相』,『까마귀』,『모과 옹두리에도 사연이』,『구상 시전집』,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신다면』등이 있음. 


*년 말의 지는 해를 보겠다는 사람보다도 새해 아침 해돋이를 보겠다는 사람들로 올해에도 북적됐습니다. 사라짐의 감사보다는 나타남에 더 많은 기대를 갇는 것은, 사람은 항상 더 많은 것을 도전하는 욕심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죄는 대개 궁핍 때문이 아니라 포만 때문에 저질러진다네, 무엇을 가지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이 훨씬 더 쉽게 남을 죽이지”(이인화 『영원한 제국』)
내 것도 아닌 것을 내 것인 냥, 허우적거리는 것을 별것도 아닌 우리들이 바라보았을 때도 애처로운데, 만물창조와 소유주로서 지배를 하는 신(神)들이 바라보면 얼마나 가소로우겠습니까? 어제의 해도, 오늘 아침의 해도 똑 같습니다. 다만 우리가 약속하여 부르고 있는 날짜숫자만 다를 뿐입니다. 오늘은 내일의 과거입니다. 항상 과거에 발목 잡히고, 과거의 꼬리를 붙잡고 늘어지는 악순환에서 빨리 벗어나는 새해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