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일교수의 충청문화 이야기
은진미륵의 어머니는 누구인가?
- 문화콘텐츠와 OSMU
마야부인(摩耶夫人) ! 석가모니의 어머니이다.
인도의 작은 부족 샤아카족의 왕인 숫도다나(淨飯王)의 부인으로 둘 사이의 금슬은 무척 좋았으나 마흔이 넘을 때까지 아이를 낳지 못해 늘 수심에 차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인은 6개의 뿔을 가진 빛나는 휜 코끼리가 오른쪽 옆구리로 해서 태 안에 드는 꿈을 꾸었다. 그로부터 10개월 뒤 당시의 풍속에 따라 해산을 하기 위하여 친정인 구리성으로 돌아가던 마야부인은 친정에 이르기 전 산기를 느끼고 가까이 있는 룸비니동산에서 온갖 꽃들이 만발하고 새들이 지저귀는 가운데 귀한 아들을 낳는다.
이 아들이 훗날 석가모니가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 마야부인은 아들이 부처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하고 아들을 낳은지 7일만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관촉사 은진미륵불 논산시 관촉동 비로자나불
마야부인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의 그 어떤 위대한 인물도 어머니를
통하지 않고는 세상에 태어날 수 없다는 자명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이에는 부처님도 예외일 수 없음을 생각해 보고자 함이었다.
그런데 실상 세상에는 그 어머니에 대해 잘 알려져 있는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이웃에 고려시대 석조불상으로 널리 알려진 관촉사 은진미륵이있다. 통일신라말엽과 고려 초의 미륵신앙을 대표하는 불상으로 알려져 있는 이 불상은 투박하면서도 인자한 상호와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서도 장엄한 모습으로 널리 알려진 불상이다.
그런데 앞서 석가모니의 경우처럼 이 은진미륵 불상에게도 어머니가 계셨을까? 계셨다면 어떤 분이었을까? 돌을 새겨 만든 불상을 두고 웬 어머니타령이냐고 하겠지만 만물이 모두 어머니로부터 생겨났다면 은진미륵에게도 어머니가 계시지 않았을까를 생각해 보는 일은 꽤 흥미있는 일이 아닐까?
논산지방에 전해오는 이야기를 찾아보니 과연 은진미륵부처님에게도 어머니가 계셨다. 관촉사에서 동북쪽으로 약 1Km정도 떨어진 민가에 작은 불상이 하나 서 있다. 상호나 전체적인 모습으로 보아 비로자나불로 여겨지는데 오래전부터 논산 주민들은 이 불상이 은진미륵의 어머니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면 이제부터 우리의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은진미륵의 어머니가 계시다면 아버지는 어떤 분이었을까? 마야부인에게 숫도다나(淨飯王)가 있었듯 비로자나불에도 남편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상상의 꼬리는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은진미륵은 외동이었을까? 형제가 있었겠지? 그는 어떤 삶을 살다가 부처가 되었을까? 득도의 길과 험한 과정을 미륵은 어떻게 헤쳐 나왔을까?
논산 인근지역에는 은진미륵불과 유사한 형태의 불상이 여럿 더 있다. 예를 들어 예산 삽교에 있는 석조보살입상, 부여 대조사의 석조미륵보살입상, 당진 안국사지 삼존 석불입상 등을 거쳐 익산 고도리 석불입상에 이르기까지 많은 입상들이 모두 보개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들 불상들의 친족관계를 유추해 낼 수 있다. 현재 전해지는 대로만 생각하면 이들은 단지 석조불사이면서 단순히 유형적, 형태적 유사성만을 가지고 있는 불상들이겠지만, 상상과 설화의 세계 속에서는 이들의 관계를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아마도 이들은 오래전 세상에서 형제였을 것이다.
그들은 은진미륵의 아우들이었을 것이고 부모의 가르침을 널리 전하기 위해 이곳 저곳에 흩어져 백성들을 교화하고 피안이 세계로 인도하기 위하여 지금의 그곳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른다.
불상 하나와 전해지는 설화 한 토막을 놓고 우리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상상의 세계를 통해 만들어진 이야기들은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바탕이 되고 이를 통해 우리 문화산업의 기초가 다져진다.
한분의 부처님을 두고 일어나는 이런 문화적 과정은 우리는 문화콘텐츠의 개발과정이라고 부른다. 이를 통해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을 일반적으로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이라고 부른다. 은진미륵과 그 어머니부처의 설화를 통해 만들어지는 이야기는 하나의 문화산업 분야에만 적용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응용되어 적용될 수 있다. 우리는 문화콘텐츠가 가지는 이런 강점을 일컬어 OSMU(One Source Multi Use)라고 부른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문화산업의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바로 지역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문화콘텐츠의 OSMU를 지향하는 스토리텔링 전문인력의 양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