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2007-01-12     장영래기자

 미 움        <최문자 >


그는 온몸이 칼이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칼이 된다.

그를 품는 자도 칼이 된다.
세상은 물처럼 돌아가도

그는 일어서 흐르지 않는 물이 된다.

그가 있어서

세상은 늘 얼룩지고
그가 있어서
비명은 물소리처럼 가깝다.


그는 불면증이라 잠들 수 없다.
저 홀로 누워

함부로 눈뜨고
깊은 병 앓다가
흐를 피의 깊이를 지니고 있는

사시사철 영롱한 칼이다.




*최문자. 


서울 출생.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198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울음소리 작아지다』,『나는 사선 밖의 일부이다』, 『귀 안에 슬픈 말 있네』,『나무고아원』등이 있음. 


*명나라 원굉도(袁宏道1568∼1610)가 지은 『서문장전(徐文長傳)』은 명말청초의 천재적 문인이며 화가 였던 서위(徐渭.1521∼1593)의 일생을 적은 글로서 서위가 세상과 만나지 못한 좌절과 분노와 방황과 기이한 생을 끝을 맺었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서위는 가슴속의 분(憤)이 쌓여 광질(狂疾)이 되었고 그래서 기인(奇人)으로 불리었습니다. 마침내 머리가 없다면 번뇌(煩惱)도 없을 것이라 하여 도끼로 제 머리를 쳤고, 귀가 멀어야만 이 미친 세상의 소음이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을 것이라 하여 송곳으로 두 귀를 찔렀습니다.

 결국 서위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분하게 했고, 미움으로 가득 차게 했을까요?

 예술가적 광기를 이해하여 주지 못한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었을런지요?

 아니면 그가 짊어져야 할 짐들이 너무나 무거웠을런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