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샤 마이스키 독주회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2월1일 오후 7시 30분

2007-01-16     한선화

“그는 첼리스트로 살 운명을 타고났다”

장한나의 후견인 미샤 마이스키를 오는 2월1일 대전문화예술의 전당에서 만날수 있게된다.

한국과 인연 깊은 연주자인 미샤는 우리에게  요요 마 훨씬 더 편안하고 친근하게 다가올 예정이다. 이미지의 첼리스트인 미샤 마이스키는우리 같은 동양계 연주자도 아닌데, 한국 무대에 선 마이스키는 유난히 편안해 보인다.

그에게는 동양적인 ‘한’의 정서가 담긴 그의 연주를 듣는 한국의 청중들 역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푸근함을 느끼곤 한다. 마이스키와 한국 청중들은 그야말로 천생연분인지도 모른다. 

그런 마이스키가 대전문화예술의전당 무대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마이스키는 전당 무대에서 베네수엘라 출신의 피아니스트 세르지오 티엠포와 함께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A단조 D.821과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G단조 op.19, 라흐마니노프의 엘레지 op.3-1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티엠포는 마이스키보다 한 세대 후배인 1972년생. 독주 못지않게 실내악 연주에도 열심인 마이스키가 이제 후배들을 양성하려 한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마이스키는 첼리스트 장한나의 스승이자 후견인이며 그의 딸인 릴리 마이스키 역시 피아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1948년 구 소련 연방인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서 태어난 마이스키는 소년 시절부터 연주자로 승승장구했다. 전설적인 첼리스트 피아티고르스키를 사사했고 모스크바 음악원을 졸업했으며 1966년에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첼로 부문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마이스키는 음악원 시절, 아직 서방으로 망명하지 않은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에게도 가르침을 받았는데 이 두 거장을 모두 사사한 첼리스트는 마이스키가 유일하다고 한다.

소련 망명... ‘한’의 정서가 담긴 연주

그러나 마이스키를 괴롭힌 문제는 이처럼 음악이 아니라 그가 소련에 거주하는 유태인이라는 데 있었다. 구 소련에 거주한 유태인들은 유난히 정치적 탄압을 많이 받아왔는데 마이스키도 예외일 수 없었다. 반체제 운동에 연루되었다는 혐의로 2년간 투옥생활까지 겪은 그의 정치적 방황은 결국 1972년 이스라엘로 이주하면서 끝나게 된다. 이때의 충격으로 정신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던 마이스키는 이후 세계로 자신의 무대를 넓혀갔다. 특히 1992년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낸 음반 <명상>은 그를 세계적 첼리스트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마이스키의 성장배경과 유태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받았던 핍박은 그의 음악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특히 그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이처럼 슬픈 과거를 ‘한’으로 승화시키는 마이스키의 음악성 때문이다. 한국의 청중들이 그의 연주에서 느끼는 동질감의 원천은 바로 그의 음악에서 묻어나오는 한과 슬픔의 정서인 것이다.

마이스키는 네 장의 소품 모음곡 음반 - <명상><아다지오><첼리시모><꿈꾼 후에> - 때문에 가벼운 레퍼토리만 즐겨 연주한다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부터 보케리니, 비발디, 베토벤, 블로흐, 드보르자크, 생상, 차이코프스키에 이르는 실로 방대한 음반들을 녹음했으며 이중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두 번에 걸쳐 녹음했다. 2008년 초에는 러시아 작곡가인 벤자민 유스포프가 마이스키에게 헌정한 첼로 협주곡을 세계 초연할 예정. 또 그는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와 함께 하는 실내악 연주에 열성을 보이고 있으며 근래에는 재즈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패셔너블한 의상으로도 인기몰이

그런데 왜 마이스키는 굳이 연미복 대신 블라우스 차림으로 무대에 서는 걸까? 마이스키는 공연장에 나설 때 반드시 소매가 넓고 앞이 파인 블라우스를 입는다. 한번은 서울에서 열린 독주회의 1부 무대에서는 은회색, 2부에서는 푸른색 블라우스를 입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연히 이런 '패셔너블함'에 대힌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는데 정작 마이스키 본인은 "연주 중에 땀을 많이 흘려서 연미복을 입으면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간단하게 대답한다.

마이스키는 이번 독주회 레퍼토리로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D.821와 라흐마니노프의 엘레지 등 비교적 많이 알려진 첼로곡들을 선정했다. 이중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가 첼로가 아니라 '아르페지오네'라는 악기를 위해 작곡된 곡이란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1823년에 빈의 현악기 제작자 슈타우퍼가 발명한 아르페지오네는 기타같이 생긴 모양에 첼로보다 약간 작은 사이즈의 현악기였다. 이 악기는 19세기 초에 잠깐 사용되다 사라지고 말았지만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덕에 후세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마이스키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한국에서 연주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공연안내>
일  시 : 2007. 2. 1(목) 오후 7시 30분
장  소 :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
연주곡 : 베토벤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주제에 의한 변주곡 WoO.46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A단조 D.821
        라흐마니노프    엘레지 op.3-1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 G단조 op.19
입장료 : 8만원 / 6만원 / 4만원 /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