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상품, 소비양극화 여전했다
대전주부교실, 추석물가 설문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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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주부교실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지난 9월 5일부터 8일까지 대전지역 백화점 3곳(타임월드, 롯데, 세이)과 대형유통점 11곳(까르푸 문화·유성·둔산점, 홈플러스 동대전·둔산점, 이마트, 동방마트, 세이브존, 대한통운마트, 원내동 롯데마트, 월마트), 재래시장 6곳(중앙시장, 한민시장 등)에서 추석 성수품 가격을 조사하였다.
같은 기간 대전지역 주부 3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와 9월 13일 유통업체 대표와 함께한 토론회 내용을 살펴본다.
당국 발표물가와 장바구니 물가의 차이
한국물가정보(회장 노영현 www.kpi.or.kr)가 추석을 열흘 앞둔 9월 8일 서울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경동시장에서 올 차례상 비용을 조사한 결과 약 14만 7900원(중품·4인 기준)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14만 200원보다 약 5.4%가 인상된 수치. 추석이 지난해보다 열흘 정도 빠른 데다 햇과일과 햇곡식의 출하량이 감소하여 인상요인이 많았지만 불경기로 인해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면서 육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제품이 보합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추석이 임박한 13일, 농협 하나로 클럽 양재점이 제수용품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는 한 주 전보다 2% 올라 4인 가족 차례상을 차리는데 15만1000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즉 작년 추석 때보다 5% 오른 수치를 보인 것.
지난 9월 5일부터 12일까지 대전주부교실(회장 송병희)에서 대전지역 거주 주부 3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 제수용품 구입비로 56.5%가 20~30만원, 31.4%가 30~40만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비용이 작년보다 증가했다고 대답한 주부는 59.4%였다.
이들이 작년보다 예산을 높여 책정한 것은 과일 가격의 인상(56.6%), 육류 가격의 인상(30.7%) 때문이었다. 이는 물가 당국이 제시한 차례상 준비 예상비용과는 많이 차이가 나는 결과이며, 실제로 대다수의 주부는 당국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고 있었다.
명절선물로는 46.1%가 2~3만원 대의 선물이 주고받을 때 부담이 없다고 답했으며, 33.1%는 3~5만 원대, 13%는 1만원대의 선물이 부담없다고 응답했다.
재래시장의 경우 명절 특수를 겨냥해 쇼핑 환경을 쾌적하게 정비하고 서비스를 개선했다. 설문조사 결과 실제로 50.4%의 주부는 가격이 싸고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이유로 재래시장에서 제수용품을 구입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선물만큼은 쇼핑하기 편리하고 제품이 다양하다는 이유로 대형 유통점이나 백화점에서 구입한다는 편이어서 저소득층과 고소득층간의 소비양극화 현상은 올해도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체별 가격 차이 많아
가격조사 결과, 4인 가족 기준으로 차례상을 차릴 경우 제수용품을 구입하는 장소에 따라 백화점에서는 210,219원, 대형슈퍼 201,250원, 대형유통점 187,803원, 재래시장은 153,528원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물가조사기관의 조사 결과와 다소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작년 추석 물가와 비교해 볼 때 녹두, 참깨, 사과, 배, 단감 등 8개 품목이 올랐고, 밤, 대추, 나물류, 약과 등 10개 품목은 가격이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수산물은 중국산 어종에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검출됐다는 보도로 인해 중국산의 거래가 크게 감소했다. 특히 조기의 경우 크기가 작더라도 국산을 찾는 소비자가 대부분이지만 다행히 참조기는 올 봄 조업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비축 물량이 많아 가격이 오르지 않았으며, 북어포, 동태포의 경우 북한 및 러시아산이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고사리, 도라지 등 나물류도 중국산과 북한산 물량이 많아 오히려 작년보다 내린 수준이다.
백화점은 품질, 재래시장은 저렴한 가격 내세워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 김성배 차장은 “농축수산물에 원산지를 표시하는 것은 유통업체의 당연한 의무다. 우리 식품관에서는 많은 국가기관에서 공인한 인증서와 증명서를 비치했다”며 “중국산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최상의 상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백화점들은 대형할인점과 재래시장에 빼앗긴 고객들의 발길을 되돌리기 위해 다양한 판촉행사를 벌였다.
롯데백화점 성기문 지원팀장은 “대형유통점과 가격경쟁에서 밀렸었지만 자체 시장조사를 통해 작년보다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했고, 중저가 상품 개발과 친절 서비스를 통한 고객 유치에 만전을 기했다”고 밝혔다.
유성구에 거주하는 윤순희 주부는 “신선식품이 품질이나 포장 등에서 백화점이 비싼 것은 이해되지만 공산품이 할인점이나 재래시장보다 비싼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세이 백화점 식품팀 손효순 차장은 “공산품의 경우 점포수가 많은 대형유통점에 비해 백화점은 구매원가 면에서 할인점과 경쟁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특히 생식품은 산지별 가격 차이로 원가 자체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생산지, 신선도, 품질 등을 잣대로 상품을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화점이나 대형 유통점을 찾는 소비자들은 재래시장을 외면하는 이유로 주차장 미비와 위생문제, 원산지나 가격을 표시하지 않아 품질을 신뢰할 수 없는 점을 꼽고 있다.
이에 대해 송행선 중앙시장 연합번영회장은 “원산지 표시나 정찰제 등은 상점의 경우 어느 정도 정착되었고, 노점상의 경우 통제가 어려운 점이 있지만 시장 전체 차원에서 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대전 지역의 재래시장은 지붕을 씌우고 통행로를 널찍하게 확보하는 등 환경이 많이 개선되었고, 재래시장 상인의 자구노력과 함께 관할 구청도 재래시장 살리기에 힘을 모으고 있다. e-재래시장(www.djrmall.com)을 개설해 추석상품을 인터넷을 통해 시중보다 30~40%정도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명절에 많이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
대전시 경제정책과 김창집 소비자 보호담당은 대형유통점이 최저가격을 앞세워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몇 가지 대표상품의 가격을 낮게 책정해 전면에 내세워 마치 모든 상품이 타 매장보다 싼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앞으로 공정거래 위원회와 협의해 시정되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백화점과 대형유통점의 생필품 가격을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대전주부교실 김명자 모니터는 “소비자들이 막연하게 할인점의 가격이 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반드시 그렇지 않다. 백화점과 할인점 모두 대표 상품의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하고 있다. 평소에 매장별로 더 싼 물건이 무엇인지 꼼꼼히 비교한다면 알뜰 쇼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충고한다.
“가격이 기억나는 몇 가지 품목이 동네 슈퍼보다 저렴하기에 이것저것 사가지고 왔는데 나중에 비교해 보니 오히려 비싼 것도 상당수 있었다.” 평소 동네슈퍼를 이용하는 유승희(대전 서구) 주부는 할인점 쇼핑 경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유씨는 또 “물건이 많고 다양하다 보니 견물생심에 잔뜩 사는 바람에 평소에 장보는 가격의 몇 배는 지출하게 되었다”며 “할인점이 오히려 과소비를 부추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전주부교실 김영수 소비자 상담부장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고 택배를 이용한 선물배달 서비스를 해주는 백화점, 유통점을 소비자가 선호하고 있지만 백화점인데도 원산지 표시나 단위가격 표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곳도 있다”고 지적하고 택배 서비스 이용에 따른 소비자 피해도 많이 발생한다고 소개했다.
대표적인 경우는 배송 지연에 따른 피해이다. 택배 물량이 짧은 기간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약속한 날짜에 배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명절의 택배상품은 명절이 지난 후 배달되면 선물의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 또한 생선이나 과일, 김치 등 신선식품은 배달 지연으로 부패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서비스를 제공한 유통업체와 택배사 간 서로 책임을 떠미는 바람에 제대로 배상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유통업체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사고 발생시에도 택배사와 직접 타협해 소비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해야 한다. 소비자는 또 무료 서비스라는 점 때문에 피해발생시 책임 소재 등을 배송의뢰 전에 확인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배상을 포기하지 말고 소비자 단체 등에 상담하도록 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