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청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성명서
반FTA시위 농민형제의 구속사태를 바라보는 우리의 입장
충북 천주교 청주교구 정의평화 위원회 노영우 충청뉴스 독자는 종교계 성명서를보내왔다.
- 성명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FTA 관련 농민형제들의 구속을 바라보는 종교단체의 성명서입니다.
반FTA시위 농민형제의 구속사태를 바라보는 우리의 입장
하나님의 모상대로 태어난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를 소망해 온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 동안 국가발전과 민주화의 정착으로 많은 부문에서 인권이 신장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하나님의 은총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의 곳곳에는 긴장과 갈등 그리고 불신이 팽배해 있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는 안타까운 현상을 보게 됩니다.
무릇 차별과 불평등이 깊어지면 그 사회는 반드시 불안해지고 분열되고 서로 반목하게 마련입니다.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공동선을 실현하려고 모두가 합심하여 노력하지 않으면,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은 줄어들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배려에 인색해지면서 사회적 안정은 멀어지기만 합니다.
개발이라는 이름의 자연환경 훼손으로 일어나는 충돌, 미국과의 자유무역 협정에 맞선 농민들의 격렬한 시위, 일부 노조원들의 극단적인 집단행동 그리고 외국인 근로자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기본권과 사회권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사실 불완전한 인간들에 의해 이루어진 인간 사회에서 이해의 충돌과 이에 따른 갈등의 발생은 자연스러운 인간 삶의 한 부분이기에 그 당사자들을 탓하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외적인 평화와 조화만을 강조하며 갈등의 요인을 보려 하지 않거나 그 해결을 소홀히 한다면 우리 사회는 참된 평화와 정의로부터 멀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 발생하는 이러한 대립들은 그 문제가 너무 복잡하고 서로의 요구가 너무 달라 갈등의 골이 너무 깊어 가고 있기에 그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분명한 것은 선의에서 우러나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양보하면서 본인만이 아니라 상대방도 동의할 수 있는 새로운 규칙과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만이 적절한 해법일 것입니다. 또한 모두의 의견이 국가와 국민 전체의 번영에 모아져야 합니다.
정부는 국가일방주의와 행정편의주의에 빠지면 안 됩니다. 공직자들은 자신들이 누구를 위해 또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하고 그 어떤 국가적 결정도 주민들의 기본권과 생존권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지역의 주민, 근로자 또는 농민들도 세계화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시대적 환경을 내다보면서 극한적인 대립은 삼가며 서로 공존할 수 있는 틀이 무엇인가를 찾아야 합니다.
지난 한해 동안 국내의 수많은 경제학자들과 종교계 및 여성계 지도자들을 비롯하여, 변호사, 의사, 약사, 농민, 노동자 등은 한목소리로 한미 FTA가 준비과정과 세부적인 대책이 부족한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지적해 왔습니다.
또한 이들은 한미 FTA는 IMF 외환위기보다 민족의 장래와 국민생활에 더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으며, 특히 서민생활은 돌이킬 수 없는 양극화의 나락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한바 있습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지역에서 일어난 반FTA시위로 연로한 농민형제를 포함하는 구속사건의 발생을 바라보는 우리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곤혹스러운 당국과 고난을 겪고 있는 농민형제들과 그들의 가족을 위해 기도하면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힙니다.
구속된 농민형제들이 조속히 가정과 일터로 돌아 갈 수 있도록 기도하며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아울러 당국과 농민들의 시련을 돌아보면서 이제는 평화시위가 이루어지고 지난 시기의 일들로 농민형제들의 인신이 구속되는 상황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사랑만이 인간을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누가복음 10장 27절)는 사랑의 계명을 깊이 묵상하면서 진리의 성령께서 우리를 이끄시어 하나님의 정의가 이 땅에서 되살아나고 주님의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07년 1월 23일
충북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천주교청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노영우 011-9803-9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