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봉교수 고사성어로 세상읽기

호연지기(2)

2007-01-27     정연봉 건양대학교 교수

정운찬 교수(前서울대학교총장)는 “여권에서는 불이 꺼져가니까 나를 불쏘시개로 이용하려 하고, 언론은 한나라당의 독주에 맞설 상대로 보고 나를 흥행카드로 이용하지만 나는 관심이 없다.” 고 지난 3일  고려대서울캠퍼스에서 열린 ‘제2기 대학언론기자학교’에서 특강을 한 정치참여 여부를 묻는 학생들의 질문에 답했다.

그는 한국의 미래 대통령상에 대해 ‘개인 의견’임을 전제한 후 “대통령의 품격을 포함해 나라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사람, 이런 저런 이해관계에 덜 얽힌 사람, 특정 지역에 연연하지 않고 탐욕스럽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듣고 어쩐지 씁쓸하다.

현 대통령까지를 포함한 우리의 역대 대통령들이 이러한 기준에서 볼 때 절대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고,다. 저 양반은 그럼 더러운 정치판에 발을 담그지는 않겠다는 뜻인가? 또 언젠가 누구들처럼 저 말을 번복하지는 않겠는가? 참으로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오고 간다.


그러면서 그가 언급한 한국의 대통령상을 생각해 본다.  정교수는 ‘높은 품격’과 ‘공정한 판단력’, ‘적은 탐욕’을 강조했다. 듣고 보면 별로 대단한 말도 아닌 듯도 싶고 또 거듭 생각해보면 쉽지 않은 조건 같기도 하다.

문득 맹자(孟子)가 말한 ,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떠올린다. 맹자는 “그 기의 됨됨이가 지극히 크고 지극히 강하며, 곧게 길러서 해(害)가 없으면 천지간에 가득 찰 만하다.

또한 이 기는 반드시 도(道)와 의(義)로 짝해야 하는 것이라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굶주린 것 같을 것이다”라고 했다.(『孟子』公孫丑)

그렇다. 우리는 지금 이런 기운, 이런 사람을 목말라하고 있는 것이다. 탁월한 정치사상가인 맹자가 누누이 강조했던 ‘군자(君子)’라야 이러한 덕목을 갖춘 대통령감이 될 것이다.

 ‘군자’를 요즘 신세대 말로 바꾼다면 ‘얼짱’이나 ‘말짱’이 아닌 ‘맘짱’이 아닐까? 왜냐하면 ‘난 사람’보다는 ‘된 사람’에 가깝다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맹자가 지적한 ‘군자삼락(君子三樂)’에 있다.

‘부모가 다 계시고 형제간에 탈이 없음(父母俱存 兄弟無故)’이 첫 번째 즐거움(一樂)이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고 아래로 사람에게도 떳떳함(仰不愧於天 俯不'於人)’이 두 번째 즐거움(二樂)이며, ‘세상에 드문 똑똑이들을 모아 가르침(得天下英才而敎育之)’이 세 번째 즐거움(三樂)이라 했는데, 맹자는  이 속에 ‘천하에 왕노릇하기(王天下)’는 들어있지 않음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한국의 영재들을 길러내던 전 서울대 총장의 발언이 군자삼락과 무관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필자는 신년 벽두부터 여기저기서 조용히 일고 있는 ‘나비의 날갯짓’을 보며 과연 어떤 회오리바람이 일어나 어디에서 멈출 것인지 자못 긴장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우리 국민들이 학수고대(鶴首苦待)하는 ‘군자’는 올 것인가? 아니면 ‘군자삼락’과는 무관한 정치적 ‘영웅’이 다시 등장할 것인가?

정해(丁亥)년 밝은 해를 바라보며 두 손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