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보낼 영상편지 제작현장

2005-10-10     이덕희 기자

<특집> =  눈앞에 헤어진 가족을 만난 것처럼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 나왔다. 북에 있는 가족에게 보낼 편지를 준비해 오라는 연락을 받은 이산가족들은 상기된 모습으로 촬영현장을 찾았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시청 대강당 무대 뒤 대기실에서 진행된 ‘이산가족 영상편지’ 제작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 김상현 할아버지
김상현 할아버지
“1· 4 후퇴때 혼자서 남쪽으로 내려왔어… 어머니 남동생 부인 모두 보고 싶은 마음이야 말로 다 못하지… 얼른 연락이 돼서 편지라도 주고받게 되었으면 좋겠어”

“편지를 써오기는 했는데 이게 전해질런지… 빨리 보내서 연락이 와서 편지라도 주고받게 됐으면 좋겠어.”

김상현(82·서구 둔산동) 할아버지는 헤어진 사연을 이야기하다가 카메라 앞에만 앉으면 영락없이 긴장된 모습이다. 손수 작성해온 편지를 보면서 읽어 내려가는데, 앞뒤 문맥이 잘 맞지를 않는다. 더듬더듬하지만 그래도 구구절절한 마음은 전해진다. 

1·4 후퇴 때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고 혼자서 남으로 내려오게 된 김상현 할아버지는 북에있는 가족에게 인사말을 전하며 목이 메인다. “어머니, 남동생, 여동생, 부인 모두 보고 싶다.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고 소식을 들었으면 좋겠다. 남쪽으로 와서도 모두들 그리워 혼이 났다”며 다시 만날 날까지 건강하기를 기원했다.

평양에서 100리 정도 떨어진 곳에 살았다는 김 할아버지는 지금도 고향 생각이 아른아른하다. 재혼을 해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켰지만, 마음 한 켠이 허전한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고향까지는 못가지만, 금강산이라도 가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주무 할아버지
이 날 촬영현장을 찾은 또다른 이산가족 김주무(81·서구 갈마동) 할아버지는 전쟁 때 실종된 동생을 찾으러 왔다. 귀가 어두워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는 할아버지는 딸과 아내가 동행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 할아버지 일가가 살았던 곳은 현 청남대 인근인 충북 청원군 문의면 후곡리. 아버지 어머니 지금의 아내 노정인(78), 남동생 내외와 4살박이 아들이 식구의 전부였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 김응보(당시 24세)씨는 결혼한 지 얼마돼지 않아 의용군으로 끌려갔다. 제수씨의 뱃속에는 딸아이(현재 56세)가 있었지만 아이가 세상에 나올 때까지 끌려간 동생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삼촌(시동생)이 군대에 끌려가던 날, 네 살짜리 아들이 ‘삼촌한테 가~’라면서 유난히 떼를 썼던 기억이 나요. 삼촌을 잘 따르던 아이였는데 그게 마지막인 줄 알았던지…” 아내 노정인씨는 “유복녀인 조카딸은 우리 호적에 올려서 키웠어요. 친딸하고 똑같이 키워서 시집까지 보냈지요”라고 말했다. 살아있으면 올해 79세인 북한 동생에게 김주무 할아버지의 편지가 전해질 수 있을까.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팀에 따르면 촬영된 내용은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영상편지’ 페이지에 게재될 예정이다.

또한 추후 협의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 장소에 비치하고, 최종적으로는 북한의 해당 가정에 장비와 함께 전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영상편지제작사업’은 신청자 및 고령자 4천명을 대상으로 올해 말까지 추진될 예정이며, 촬영은 (주)다큐코리아에서 담당하고 있다.

문의 /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팀 02-3705-3658 http://reunion.unikore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