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폐욕기 행여유수

2005-09-02     편집국

‘재폐욕기(財幣欲其) 행여유수(行如流水)’

위의 말은 범려의 스승인 계연(計然)이 월왕 구천에게 품했던 말로 ‘돈이나 물건을 얻고자 한다면 흐르는 물을 살펴 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계연은 구천이 오왕 부차에게 패하여 회계산에서 치욕스러운 삶을 살아갈 즈음 등용되어 부국강병책을 설파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쟁이 일어날 것을 알면 미리 군비를 정돈하고, 어느 때 무슨 물자가 필요한 것인가를 알면 앞서서 준비할 수가 있습니다. … 일반적으로 6년마다 풍년이 오고 6년마다 가뭄이 들며 12년에 한 번 큰 기근이 일어납니다. … 물자의 유통을 고르게 하여 시장에 물자가 부족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나라를 잘 다스리는 길입니다. … 값이 오르면 주저없이 팔고 떨어지면 사 두어야 하는데 이는 돈이나 물건이 흐르는 물과 같기 때문입니다’(사마천의 사기 ‘화식열전’중)

구천은 계연의 말을 따라 정책을 폈으며, 결국 원나라는 오나라를 물리치고 중국 당대 최고의 국가가 되었다. 범려는 계연의 이와 같은 계책을 사업에 적용하여 성공한 케이스이다. 

범려는 거래 상대를 잘 선택하고 시기를 잘 이용하여 성공하였다. 그러나 정작 계연의 삶은 무척이나 궁핍하였던 듯 하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품이 아는 만큼 실행에 옮겨주지 못하였기 때문인 듯 ‘세스쥔’의 ‘상성(商聖)’에 보면 계연의 불우했던 삶이 조명돼 있다.

작금의 충청권 부동산 시장을 보노라면 규제의 서릿발 속에서 그래도 관련 종사자들이 사는 게 용하다 싶을 정도이다. 정부는 6월 23일 충남 서산시, 당진군, 태안군, 홍성군, 예산군, 부여군, 금산군 등을 7월 2일을 기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규제한다고 하더니, 6월 27일에는 대전 대덕구, 충북 충주시와 진천군, 충남 금산군 등을 토지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이로써 충청권의 토지시장은 대부분이 규제의 대상이 되어 말이 자유경제지 적어도 부동산 시장에 관한 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 속에 계획경제라는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었다.

토지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거래상의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내야 하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경우 일정기간 이상 당해 토지 관할구역 내에 거주해야 하고 거래 시 해당 군수, 시장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의 제약이 따른다. 이런 제약이 따르는 규제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취해졌을 것이다. 정부는 이번 결정의 요인으로 가격 상승과 투기적 거래 성행 등을 꼽는다.

투기는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규제로 인해 선량한 주민, 순수목적 투자가, 실소유 수요자들이 입게 될 시간적, 재정적 피해들이다. 그렇다고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만큼 힘도 없으니 상황을 능동적으로 읽고 대처하는 수밖에 없을 터. 비록 본인은 불우한 삶을 살았지만 그의 뜻을 따라 국가와 사업을 경영한 구천과 범려가 당대 최고의 국가와 사업을 일으켰음을 본보기로 삼는 것도 좋을 듯 하다.

/ 임현덕 스피드뱅크 대전충청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