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번에도 싹쓸이
열린우리당, 당지도체제 조기개편 목소리 높아질듯
민주노동당도 위기
이에 따라 문희상 의장과 정세균 원내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의 거취는 28일 오전 8시 개최될 중앙위원·국회의원 긴급 연석회의 결과에 맡겨졌다.
전병헌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이번 재선거 결과는 미리 예견됐던 것이었고 당 지도부에 책임을 묻는 분위기도 심각하지는 않지만 지도부 스스로 '결과에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정치적 도리'라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분히 지도부에 대한 재신임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되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다. 4·30 재보선의 경우 갓 출범한 문희상 의장 체제가 틀을 갖추기 전에 치러진 선거라는 점에서 책임론을 비껴 갔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대한 현재의 바닥 지지도로는 백약이 무효였다'는 항변도 있지만 '그런 만큼 당 지도부의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는 주장도 더욱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이대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참패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비관적 전망도 '지도부 쇄신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따라서 28일 열리는 연석회의에서 재신임이 결정된다 하더라도, 김근태 정동영 장관 등 '여당 대권주자들의 조기 당 복귀' 등 지도체제 개편 논란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당내 세력 판도를 둘러싼 각 계파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여당 전체가 심각한 내홍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나라당, "승리기분 도취속 표정관리 역력"
4·30 재보선에 이어 이번 재선거에서도 완승을 거둔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가 잠시 주춤거리던 대권가도에 또 다시 탄력을 받게 됐고 연말 정국의 주도권도 잡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대리전 양상이라던 대구 동구을 지역은 물론 탈당 출마한 홍사덕 후보와의 혈전이 벌어진 경기 광주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아성이던 울산 북구마저 싹쓸이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연말 정국의 주도권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기세싸움에서도 기선을 제압할 수 있게 됐다. 강정구 교수 문제로 불거진 국가정체성 논란에서도노무현 정권의 중간 평가라는 의미를 부여한 이번 선거의 승리로 우위에서 공세를 취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박근혜 대표는 명실상부한 제1야당 수장으로서의 위상을 다시 세우게 됐다. 이명박 서울시장 등 다른 경쟁자와의 대권 경쟁에서도 또 다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음달 예정된 당혁신안 최종추인을 통해 당직개편의 칼자루까지 쥐게 돼 당내 장악력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선거가 압도적 정당지지도 속에 치러졌는데도 대구동을 등에서 비교적 박빙의 승부가 연출된 것은 공천잡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박풍의 위력이 희석돼 가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낳고 있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노동당, "의석탈환 실패, 대기업노조중심 한계 실감"
노동계의 아성인 울산 북구에서 패한 민주노동당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높은 투표율로 당선이 유력할 것이라는 막판 기대가 컸지만 역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울산 북구는 창원 을과 함께 민주노동당 지역구 의석 2곳 중 하나였고 구청장에서 국회의원까지 모두 민노당이 차지했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조승수 전의원의 의원직 상실에 이어 재선거에서 패배함에 따라 민주노동당 내 지역구 의원은 창원 을의 권영길 의원만남게 됐다.
홍승하 대변인은 "뼈를 깎는 아픔으로 받아들인다"면서 "당을 새롭게 만든다는 각오로 반성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출신 정갑득 후보가 패한 것에는 비정규직과 하청업체 노동자의 지지가 부족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민주노총의 분열과 노동계의 잇따른 비리도 주요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선거 결과로 민주노총과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내 계파간 갈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CBS정치부 김재덕·이희진·두건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