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봉, "전두환 대통령을 많이 원망했다"

데뷔 25년 맞아 베스트앨범 발표…다음달 16일 단독콘서트

2005-10-29     편집국
지난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시해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활동에 규제를 받아 온 심수봉이 25년이 지난 뒤에야 당시의 기억을 편안하게 털어놓았다.

27일 서울 리츠 칼튼 호텔에서 열린 데뷔 2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심수봉은 당시의 경험담을 하나씩 꺼냈다. 대화 도중 그는 "전두환 대통령을 많이 원망했다"고 고백했다.

심수봉은 10·26 이후 방송출연은 물론 출국도 금지 당했다. 1978년 대학가요제를 통해 데뷔한 뒤 이듬해 1집을 발표하고 '그 때 그 사람'으로 한창 인기를 얻던 가수로서 방송출연 금지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1984년 방송출연 금지가 풀린 뒤에도 심수봉의 수난은 계속됐다.

당시 심수봉은 직접 작사·작곡한 '무궁화'란 노래로 활동했다. '무궁화'는 "무궁화 꽃이 피는 건 이 말을 전하려 핀단다. 참으면 이긴다 목숨을 버리면 얻는다 내일은 등불이 된다 무궁화가 핀단다"는 내용의 노래다.

"무궁화를 들은 전두환 대통령이 '왜 저런 가사가 나오냐'는 이유로 방송사를 뒤집어 버린 적도 있다. 결국 나는 방송국이 꺼려하는 가수였다."

뼈아픈 기억들로 인해 그는 "아직도 방송국은 거대하고 무서운 조직이라는 생각에 친근감이 안 간다"고 속마음을 전했다.

심수봉은 또 1987년 출국 자유가 허용되기까지 해외여행 한 번 가지 못했다.

"처음 비행기를 타고 많이 울었다"는 그는 "그 때는 운명이라며 상황 탓으로 돌렸는데, 지금은 섭리라고 생각한다. 당시 못한 걸 펼칠 기회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지금은 마음이 편하다"며 웃었다.

여러 활동 규제에도 불구하고 '그때 그 사람', '사랑 밖엔 난 몰라',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등 숱한 히트곡을 내놓은 심수봉은 지난 25년을 정리하는 베스트앨범과 단독콘서트를 연다.

먼저 다음달 1일 발매하는 베스트앨범 '베스트 오브 베스트'는 '무궁화'처럼 원음을 그대로 수록하거나 '그때 그 사람'처럼 다시 부른 곡을 포함해 총 33곡이 담겼다.

또 1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오후 4시와 8시 2회 공연으로 열리는 단독콘서트에서 심수봉은 피아노 연주와 함께 무대 위에서 춤도 출 생각이다. 그는 콘서트에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과 정동영 통일부장관을 초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이해리기자 dlgofl@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