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의 여인' 김혜리, "궁예에 버금가는 카리스마 보여줄 것"
MBC, '신돈'에서 불뿜는 카리스마 발산하는 기황후 역으로 1년여만에 복귀한 김혜리
이제껏 국내 사극에서 볼수 없었던 강렬한 왕비의 모습은 이국적이면서도 카리스마를 한껏 발산해 허탈한 웃음만 짓고있는 주인공 '신돈'과 대비돼 더욱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기황후는 원나라에 바쳐진 공녀로서 황제의 부인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죠. 자신을 버린 조국에 대한 애증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캐릭터에요. 원나라에 볼모로 잡혀온 공민왕을 고려의 왕으로 만들어 주기도 할만큼 대단한 힘을 가졌지만 결국 그것이 자신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오죠. 지금은 보시는 분들이 제 이미지에만 관심이 가시겠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저를 미워하실지도 몰라요. 마음 단단히 먹고 있어요. 호호호."
현재 기황후에 대한 역사적인 사료가 부족해서 결국은 작가, 연출자와 함께 기황후라는 인물에 대한 재해석으로 인물을 창조해가고 있다.
'태조왕건'에서 예상외로 '관심법'의 궁예가 오히려 더 부각됐듯 제작진과 김혜리는 기황후의 재발견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지난 1년은 다시는 그런 시간 안왔으면 하는 시기
점심도 먹었겠다. 작품얘기도 잘 풀렸겠다. 기자에 대한 긴장감이 덜해진 김혜리에게 지난 1년에 대해 조심스레 물었다. 음주운전사고, 결혼얘기가 오가던 상대와의 이별, 그리고 부친상. 부족할 것 없이 순탄하게 살아온 그녀에게 지난 1년의 시간은 더이상 내려갈데 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것과 같았다고 했다. 대낮의 조용한 카페였지만 김혜리의 갑작스런 눈물은 기자를 당혹스럽게 했다.
화장이 지워질 만큼 흘린 눈물탓에 대화가 잠시 중단됐지만 이내 말문을 연 김혜리는 "지난 시간 너무 편하게 살아왔던것 같아요. 지금껏 아무런 고생없이 계단을 두세 계단씩 뛰어오르며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하느님이 제게 시련을 주시고 이겨내보라고 시험하신 것 같았어요. 언제나 제게 힘이 돼주셨던 아버지한테 너무 죄송한 마음이 커요..."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는 가운데서도 연기에 대한 욕심은 마음속에서 꿈틀댔다.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연기에만 매진하겠노라면서.
연기하는게 이처럼 행복할 줄은 예전엔 몰랐다
![]() |
||
영화 '웰컴투 동막골'의 머리에 꽃꽂은 여인 강혜정을 지칭한 것이다. "여배우로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기를 전부 버리고
완전히 인물속에 빠져들었잖아요. 아무나 쉽게 할수 있는 역할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군요."
이제 결혼해도 누구도 뭐라하지 않을
나이의 김혜리는 "지금은 맘편히 연기속에 푹 파묻혀 지내고 싶다"면서 "30대 여배우들이 예전과는 달리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이 나에게도 자극이
된다"고 빙그레 웃었다.
'멈춤없이 연기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한 김혜리에게서 최근 만나봤던 김혜수 김선아 전도연 김원희 염정아 이아현 같은 30대 여배우들의 한결같은 자신감과 연기욕을 마찬가지로 느낄 수 있었다.
/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남궁성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