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人도 人間이다"
고령화시대의 절규, 힘겨운 황혼의 삶
"아들은 가출했고 어린 손주도 아픈데, 돈 벌재주도 없으니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지요."
취로사업을 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김모(64·여)씨. 2년전 아들이 집을 나간뒤 아홉 살 난 손자를 홀로 키우고 있다. 월수입은 20만원에 불과하다. 사글세(월 10만원) 및 전기·수도세 등을 대기도 버거운 형편이다. 하지만 김씨는 아들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아들이 있다고 정부 지원도 받지 못하니 살기가 너무 힘들어요. 그래도 몸이라도 성할 때는 어린 손주 생각해서 무슨 일이라도 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한계에 달한 것 같아요. 늙은 내가 쓰러지면 아이는 앞으로 어찌할지…."
김씨는 관절염과 당뇨병으로 거동이 힘들고, 얼마 전부터는 백내장으로 시력까지 약해지고 있다. 게다가 손자는 우을증이 심하다. 늘 불안초조해 하는데다 경련증세까지 보인다.
“치료는 꿈도 못꾸지요.ꡓ결국 더 이상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어 시설입소를 희망하고 있다. “내 목숨같은 아이지만 달리 방법이 있나ꡓ라며 한숨을 내쉬는 게 고작. 빈곤에 허덕이는 어려운 현실 때문에 가정 해체의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들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차상위 빈곤노인(최저생계비의 120%이하인 잠재적 절대빈곤층)중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60세 이상의 노인에 대한 지원사업인 '행복한 세상만들기'사업(2003~2004년)을 진행한 KBS강태원 복지재단 이수연 팀장은 "호적상 자식이 있거나 실제 효용성이 없는 재산(토지) 등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서 제외됐지만 실질적으로 빈곤에 허덕이는 노인들이 많다"면서 "최소한의 소득지원과 주거·의료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모(80·여)씨는 7년째 지하 전세방(1,800만원)에서 혼자 살고 있다. 그가 독거노인생활을 시작한 것은 남편과 사별한 직후다. 슬하에 1남1녀를 두었지만 딸들은 모두 결혼해서 지방으로 흩어졌고, 아들은 며느리 눈치 때문에 같이 살기가 어렵다. 정씨는 "아들 집에서 잠시나마 지내게 되면 아들과 며느리가 심하게 다퉈 함께 사는 것은 진작에 포기했다"고 말했다.
폐지를 주워 한달 10여만원을 버는 것이 수입의 전부다. 복지단체 등에서 음식이나 생필품을 지원해주지 않으면 최소한의 생계도 어렵다. 지난 추석에는 어려운 형편이나마 아들내외에게 줄 음식을 장만하려고 시장에 나갔다가 미끄러져 다리에 금이 간 상태다.
병원에선 장기 입원을 권유했지만, 아들내외가 막대한 입원비를 이유로 사고 다음날 퇴원시켰다. 정씨는 "몸이 아픈것도 서럽지만, 자식들 보는게 더 괴롭다"며 눈물을 내비쳤다.
노인부양에 대한 인식전환 필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부모를 모시는 이유로 '애정'때문이라는 답은 9.3%에 그쳤다. 의무감(37%)과 부모의 경제력부족(10%)때문이라는 응답이 더 많았다.
한국노인복지학회 임춘식 회장은 "자녀들이 집안에서 노부모를 모시는 것을 '효'라는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라, 인권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노부모에 대한 학대나 방임 등은 단순히 윤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강제력 있는 법 차원에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