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표권 브로커, 국내 브랜드 1638개 선점
김수민 의원"한중 FTA 지재권 보호 유명무실"
중국 상표권 브로커가 국내 브랜드 1638개를 선점하고 있지만 상표권 보호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국내 기업들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한중 FTA 지재권 보호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11일 국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이 특허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국으로부터 무단 선점당한 국내기업 상표 수는 1638건이며, 피해액은 172억여 원이 넘는다. 또한 침해당한 상표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기업이 평균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건당 약 1억 5200만 원에 달한다.
특히 김 의원실이 중국 상표매매사이트 중 하나인 HW-TM华唯商标转让网(http://www.ht.cn) 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표들을 분석한 결과 동대문엽기떡볶이, 깐부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BHC, 멕시카나, 땅땅치킨, 네네치킨, 불고기브라더스, 서울우유, 하림 등 국내 기업의 상표권과 뽀로로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상표브로커에 선점돼 판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중국의 상표 보호에 관한 내용은 2015년 12월 발효된 한-중 FTA 협정문 제15장 11조에 규정하고 있다.
지재권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월 베이징에서 한-중 FTA 이행 채널인 ‘지재권 위원회(과장급)’를 개최해 지식재산권 이행 상황에 대한 점검 및 지재권을 보호하기 위한 협력강화 방안을 모색한 바 있다.
그러나 지재권 위원회 논의 이후에도 상표브로커로 인한 피해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이 특허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새로 등장한 상표브로커 수는 작년 31개에서 올해 47개(개인 또는 법인)로 도리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수민 의원 측은 연말까지 추산할 경우 피해 건수가 작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의원은 “상표를 10개 이상 선점한 32개의 전문 상표브로커가 무단으로 선점한 상표 수는 1283건으로 전체 피해 건수의 78%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들은 현지 대리인을 고용해 법률적인 사항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기업형 대량 선점 방식으로 국내 상표를 침해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어 “상표권 무단 선점으로 우리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데도 한-중 FTA 협정문에 소유자가 직접 등록한 상표에 대해서만 배타적 권리를 인정하고 있어 상표권 선점 행위에 대한 예방이나 피해구제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정부는 중국 진출 예정인 국내 기업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상표브로커의 상표권 선점으로부터 국내 브랜드를 보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